먹거리 공공성 지키고 농업육성, 기후대응까지

지역 먹거리 선순환 시스템 구축을 위한 푸드플랜이 최근 각 지자체별로 유행처럼 수립되고 있다. 대표적인 도농복합도시인 고양시 또한 내년부터 푸드플랜 실행을 위해 5년간 261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사진은 고양시 한 로컬푸드 직매장 내부전경. 
지역 먹거리 선순환 시스템 구축을 위한 푸드플랜이 최근 각 지자체별로 유행처럼 수립되고 있다. 대표적인 도농복합도시인 고양시 또한 내년부터 푸드플랜 실행을 위해 5년간 261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사진은 고양시 한 로컬푸드 직매장 내부전경. 

 

2017년 이후 전국 100여개 지자체 추진
농업위기 극복하고 먹거리 불평등 해소
도농복합 고양시 특성 맞는 푸드플랜 필요 
고양시 내년부터 5년간 261억원 투입


[고양신문] 시민 누구나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누리는 고양시를 꿈꾼다. 지난 17일 고양시 중장기 먹거리 전략(푸드플랜)을 담은 ‘2030먹거리비전선포식’이라는 의미 있는 행사가 마련됐다. 2019년 푸드플랜 지원조례 제정 이후 2년 만에 지역 내 지속가능한 먹거리 순환체계 구축을 위한 본격적인 정책추진을 알리는 자리였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푸드플랜(Food Plan)이라는 용어는 일반적으로 지역의 먹거리에 대한 생산, 유통, 소비 등 관련 활동들을 하나의 선순환 체계로 묶어 안전한 먹거리, 농업경제 활성화, 환경보호 등에 기여하도록 하는 종합적인 관리시스템을 뜻한다. 특히 도농복합도시인 고양시에서 푸드플랜이 지닌 의미는 매우 크다. 그간 진행되어 온 생협운동, 로컬푸드, 도시농업, 친환경농사 등 지역 내 다양한 영역의 먹거리 관련 활동들을 하나로 묶어내기 위한 첫 시도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후위기 대응과 건강불평등 문제 해결, 도시의 지속가능성 확보 등 농업뿐만이 아니라 생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영역을 아우를 수 있는 종합정책으로서 주목받고 있다. 

때문에 고양신문은 내년 고양시 푸드플랜의 본격적인 추진에 앞서 푸드플랜에 대한 이해, 구체적인 추진전략, 다양한 민관 먹거리 주체들의 목소리를 함께 담아내는 기획시리즈를 준비했다. 첫 순서로 푸드플랜의 맥락과 의미, 국내외 동향 등에 대해 다뤄본다.

<푸드플랜 기획기사>
① 먹거리 기본권 이제 지자체가 책임진다
② 고양시 푸드플랜 주요 내용 및 전략
③ 푸드플랜 성공열쇠는 거버넌스 
 

푸드플랜 어떻게 등장했나
지역 먹거리 선순환체계 구축을 위한 푸드플랜 수립은 이미 전국적인 추세로 자리잡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전국적으로 푸드플랜이 수립됐거나 수립중인 지자체는 총 111개소다. 여기에 내년 푸드플랜 도입이 예정된 지역까지 포함하면 2022년에는 약 150여개 지자체에 푸드플랜이 수립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경기제주 지역농업네트워크협동조합 길청순 이사장은 이 같은 흐름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전 세계적인 ‘먹거리 위기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길 이사장은 “올해 1월 다보스포럼에서 발표된 ‘세계위험보고서’에 따르면 기후위기가 심각한 문제로 거론됐으며 이로 인해 농업생산량 감소, 식량위기 등이 우려되고 있다”고 전했다. 즉 기후변화, 농업생산여건 악화 등으로 인한 먹거리 위기 심화현상이 전 세계적 ‘푸드시스템 쇼크(Food-system Shock)'로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감자료에 따르면 2019년 국내 자급률은 45.8%, 사료용 곡물 소비량을 포함한 곡물 자급률은 21.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농가인구 및 경지면적 감소와 같은 생산기반 약화에서 비롯된 현상인데 실제로 고양시에서도 지난 5년간(2015~19년) 농가 수는 19.2%가 감소했으며 경지면적 또한(2016~20년) 27.7%가 줄어들었다. 

고양시 푸드플랜 지원조례 제정에 앞장섰던 장상화 의원(정의당)는 “그동안 농업을 일종의 사양산업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지만 앞으로 식량위기가 실제화 될 우려가 있는 만큼 지역단위에서 자생적인 먹거리 생산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푸드플랜은 이러한 농업 생산, 판로확보, 건강한 소비 등 종합적인 선순환 구조 구축뿐만 아니라 도시의 지속가능성 측면에 있어서도 매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으로 먹거리 공공성과 지속가능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1970년대 등장한 유기농업운동, 90년대 생협운동, 2000년대 로컬푸드운동을 잇는 먹거리 공공성 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지역 푸드플랜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푸드플랜의 목표는 기본적으로 먹거리 보장을 위한 시민권리 확대이며 이를 위해 적극적인 시민제안과 참여과정이 필요하다<지역 푸드플랜의 실태와 정책과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참조>. 


밀라노 협약 후 본격화
이처럼 먹거리 기본권 실현을 위한 공공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선진국 주요도시들을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먹거리 체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들도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성과물이 바로 2015년 전세계 117개 도시 및 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맺어진 ‘밀라노 도시먹거리 정책 협약’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도시 간 협약으로 알려진 밀라노 협약은 ‘모든 시민에게 접근 가능한 건강먹거리’와 ‘생물 다양성을 보호하고 먹거리 폐기를 줄이는 생태적 먹거리’를 양 축으로 하며 크게 먹거리 보장, 거버넌스, 먹거리 지역 순환, 지역경제 상생, 지속가능성 등 5개 요소를 담아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을 이어받아 2017년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 중 83번째로 ‘국가 및 지역단위 푸드플랜 수립’을 명시했다. 해당 계획은 오는 2025년까지 전국 모든 지자체가 푸드플랜을 수립한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도에서도 2019년 ‘도민 누구나 우수한 먹거리를 보장받는 새로운 경기’라는 비전의 푸드플랜이 발표됐으며 고양시 또한 이달 초 먹거리 전략발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푸드플랜 추진에 나설 계획이다. 

2018년 덕양구 벽제동에 문을 연 벽제농협 로컬푸드 직매장 외부전경.
2018년 덕양구 벽제동에 문을 연 벽제농협 로컬푸드 직매장 외부전경.

지자체와 별도로 그동안 부문별로 활동해오던 먹거리운동단체를 비롯한 다양한 주체간의 연대와 협력도 강화되고 있다. 2019년 11월 26개 농민, 생협, 소비자단체가 참여하는 전국먹거리연대가 출범했으며 앞서 4월 출범한 농어업・농어촌 특별위원회에서는 ‘지역 단위 푸드플랜 확산과 실행기반 마련’을 위한 정책연구 및 현장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겐트시 푸드플랜 탄소중립 우수사례
국내외 주요 도시들의 푸드플랜 사례를 살펴보자. 2013년 자체적인 푸드플랜을 마련한 최초의 유럽도시 중 하나인 벨기에 겐트시는 ‘겐트 앙 가르드(Ghent en Garde)’라는 도시식량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겐트시 푸드플랜은 ‘짧고 지속가능한 식품공급체계’, ‘지속가능한 먹거리 생산 및 소비’, ‘먹거리 이니셔티브에 대한 사회적 부가가치’, ‘음식물 쓰레기 감소’, ‘먹거리 폐기물에 대한 최적화된 재사용’ 등 5가지 전략목표와 21가지의 구체적인 운영목표를 통해 도시차원의 먹거리 순환시스템 전환을 추진 중이다. 

벨기에 겐트시에서 2013년부터 추진되고 있는 푸드플랜 ‘겐트 앙 가르드(Ghent en Garde)’ 소개책자 표지.
벨기에 겐트시에서 2013년부터 추진되고 있는 푸드플랜 ‘겐트 앙 가르드(Ghent en Garde)’ 소개책자 표지.

주력 프로그램 중 하나인 ‘Foodsavers 프로젝트’는 지난 2년간 1000톤 이상의 먹거리 잉여자원을 106개 지역빈곤단체에 재분배해 5만7000명의 먹거리취약계층이 혜택 받는 새로운 유통플랫폼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약 2540톤의 탄소배출 절감효과와 먹거리불평등 완화에도 기여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먹거리 유통구조 개편을 통해 탄소배출량을 35.8%줄였으며 장기적으로 482톤의 탄소량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결과 겐트시는 2019년 유엔 글로벌 기후 행동 어워드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2017년 서울 먹거리 기본권 선언을 시작으로 완주군, 나주시 등에서 푸드플랜 수립 움직임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이중 화성시의 경우 2017년 푸드플랜2030수립 이후 실행기반인 농어업회의소, 화성시민 먹거리생협, 푸드플랜 TFT 등을 조기 구축해 실행에 나서고 있다. 특히 화성푸드통합지원센터는 지역농산물 유통과 일자리 창출, 지역 내 공공급식운영 등 먹거리 선순환 시스템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2019년 조례제정에 앞서 열린 고양시 푸드플랜 토론회
2019년 조례제정에 앞서 열린 고양시 푸드플랜 토론회

고양시 또한 2019년 푸드플랜 지원조례 제정 이후 작년부터 먹거리 정책 견학, 먹거리 실태조사, 먹거리 정책 자문위원회 발족 등의 과정을 거쳐 이달 초 고양시 푸드플랜 수립 및 비전선포식까지 마무리했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고양푸드플랜은 5년간 총 261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환경친화적 먹거리 선순환 체계 구축 ▲공공급식 기반 로컬푸드 생산-소비 확대 ▲공동체 기반의 먹거리 경제 활성화 ▲먹거리 정책 실행기반 강화 등을 중심으로 추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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