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양구 삼송동에 사는 허회 할머니

[고양신문] 2022년 임인년 검은호랑이띠 새해가 밝아온다. 이맘때면 고양지역 90세 이상 장수어르신을 취재해왔다. 이번 주인공은 92세 허회 할머니다.

그는 “바르게 사는 것을 몸소 보이면서 자녀들을 교육했고, 교직과 공기업 가족을 둔 것이 그 보람”이라며 “일상생활 속에서 식물을 키우고 뜨개질을 한 것이 건강 비결이다”라고 말했다.

삼송역 인근에 큰아들 가족과 살고 있는 허회 할머니는 동갑이던 남편(홍충기, 고양중 교장으로 정년퇴임, 2012년 작고)이 사범학교 다니던 21살에 결혼해 60년을 함께 살았다. 고양에는 71년도에 정착했다. 남편인 홍 교장은 총 43년의 교직생활 중 15년을 경기도 지역에서 교장으로 근무했으며. 아내는 교직기간 중 교사로서의 역할에만 오롯이 집중하도록 내조했다. 교육청(장학사), 파평중 교장, 문산종고, 신기중(안양, 초대교장)을 거쳐 고양중에서 퇴직했다.

허회 할머니는 남편이 새로운 학교를 부임 받을 때마다 부임지에 맞추어 이사를 하곤 했는데, 이사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직접 이불을 이고 지고 대중교통으로 옮겼다고 한다. 식비를 아끼기 위해 가족들과 누룽지를 끓여 먹곤 했으며, 그 당시 열심히 절약해서 살았기에 지금의 행복한 가족이 만들어졌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3남1녀를 두었는데, 장남 홍성진(고교 교사 퇴직), 차남 홍성혁(조달청 지청장 퇴직), 며느리(초등교감 퇴직), 삼녀 홍민자(한국전기통신공사 KT퇴직), 사위(중등 교장 퇴직), 막내 홍성규(신도농협 33년 근무 정년퇴직), 며느리(초등교사 근무중), 시동생(교장 2명, 중고교사 1명, 교육공무원 1명), 남편 포함 교직원 8명, 공기업과 공무원 4명, 총 12명이 사회 곳곳에서 활약했다. 남편 홍충기 교장은 교육자 최고의 훈장인 국민훈장목련장을 받았다.

종손집안의 맏며느리로 6명의 시동생 식구와 4명의 자녀까지 22식구가 한 집안에서 살았던 적도 있다. 박봉의 교사 월급으로 많은 식구들과 살기 위해서 양이 많은 죽, 수제비, 누룽지 등으로 끼니를 해결하며, 시동생과 자녀들이 바른길을 가도록 뒷바라지하며 ‘집안의 어머니’ 역할을 하기 위해 항상 노력했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로 시동생은 교장, 공무원, 학교 교직원으로 근무했고 자녀들도 석사까지 길러냈고 며느리, 사위, 손자까지 교직과 공기업에서 근무하는 식구들이 많다.

허회 할머니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자녀, 손주, 증손주, 친척들 포함 50명이 넘는 대가족이 모였으며, 행복한 웃음이 담장을 넘어갔다”며 그때를 떠올렸다.

15년째 출퇴근하는 김자성 요양보호사 겸 가정교사의 도움으로 80세 넘어 배운 뜨개질은 취미를 넘어 상당한 수준이다. 목도리, 모자, 가방, 조끼 등을 자녀와 손자들에게 선물하고 있다.

겨울이 오기 전까지 할머니집 옥상은 식물놀이터가 된다. 시들시들해진 식물들에게 물을 주고 정성으로 보살피며 생생한 생명력으로 기쁨을 느끼고 있다. 음식은 특별히 가리지 않고 먹으며, 돼지갈비, 잡채 등 한식 위주의 식단을 골고루 즐겨 먹는다. 장수유전자는 친정과 시댁에서 유일하게 혼자 가지고 있다.

한문학을 공부하는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의 허회 할머니는 “오래 살아보니 건강이 최고다. 젊은 시절부터 건강관리 잘해야 잘 살아갈 수 있다. 공직에 근무하는 가족들이 청렴하게 소신껏 맡은 역할을 해주어서 대견하다”고 말했다.

(90세 이상 장수어르신 취재 때는 대부분이 가족들이 옆에서 살아오신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이번 허회 할머니는 모든 이야기를 직접 차근차근 들려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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