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5번의 대선 고양시 표심 살펴보니

15대 대선부터 19대 대선까지 역대 대통령 당선자의 포스터. 열흘 남짓 다가온 20대 대선이 예측불허 판세로 흘러가는 가운데 고양시 표심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5대 대선부터 19대 대선까지 역대 대통령 당선자의 포스터. 열흘 남짓 다가온 20대 대선이 예측불허 판세로 흘러가는 가운데 고양시 표심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접경지역 특성상 군시절부터 보수 우세
신도시 이후에도 3차례 줄곧 ‘보수 표심’
18대 때 전환, 18·19대 진보개혁 지지

신규택지에 젊은층 유입이 한 원인으로
중도층이 민주당으로 옮긴 계기도 주목
“2010년 지방선거에서 풀뿌리 정치권력
교체하면서 민주당에 동력 마련됐을 것”

 

[고양신문] 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이 열흘도 채 남지 않았다. 선거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역대 유례 없는 초박빙 승부 속에 판세는 여전히 예측불허 상태다. 최근 몇 년간 민주당 강세를 이어온 고양시 표심 또한 이번 대선만큼은 팽팽하게 나뉘고 있다. 최근 경기일보가 발표한 고양시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 후보에 대한 지지도를 묻는 설문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43.5%,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42.6%로 두 후보 간 불과 1%포인트도 채 차이나지 않는 초박빙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양시는 흔히 진보개혁 진영의 텃밭으로 알려져 있다. 국회의원 선거 기준으로 보면 지난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2석, 새누리당 1석, 정의당 1석으로 뒤바뀐 후, 20대와 21대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3석, 정의당 1석으로 지역표심이 나타났다. 5년 전 치러진 19대 대선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의 득표율이 전국 평균보다 2%포인트 이상 높았으며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득표율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9%를 넘겼다.

하지만 역대 대선결과를 살펴보면 마냥 그런 것은 아니었다. 불과 15년 전인 17대 대선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전국 득표율 이상으로 표를 몰아주기도 했다. 민주화 이후 첫 정권교체가 이뤄졌던 15대 대선 당시에도 고양지역 표심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아닌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를 향했다. 오는 9일 향후 5년을 책임질 국가지도자 선택을 앞둔 가운데 지난 다섯 번의 대통령선거에서 나타난 고양시 투표현황을 분석해봤다. 


15, 16대 대선 전국 대비 ‘보수’ 표심
본래 고양은 군 시절부터 접경지역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경기도 내에서도 보수적인 표심을 나타내는 곳이었다. 일산신도시를 비롯해 화정, 행신 등 5개 택지지구가 차례로 입주를 마친 97년에도 여전했다. 인구 70만 명을 막 돌파했던 그해 치러진 15대 대선에서 고양시 득표율은 42% 대 39.6%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김대중 전 대통령에 오히려 앞서는 결과를 나타냈다(전국 득표율 38.7% 대 40.3%). 특히 분구되기 전이었던 일산구 선거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발산 사저에 머물던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여당후보인 이회창에 45%의 표를 몰아주는 등 보수 표심이 강했던 지역이었다. 당시 경기도 내에서 이회창 후보가 40% 이상의 득표율을 얻은 곳은 일산구를 비롯해 성남 분당구(51%), 안양 동안구(44%)뿐이었다.  
 
고양시 특히 일산지역의 이러한 보수표심은 다음 선거인 16대 대선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여전히 49% 대 47%로 이회창 후보 득표율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득표율을 앞선 것. 반면 덕양구 지역에서 민주개혁 진영에 대한 압도적 지지(44.6% 대 51%)가 이어지면서 고양시 전체 득표율은 47% 대 48.9%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앞서는 결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6.5%포인트의 격차였던 전국 선거결과와 비교해본다면 여전히 고양지역의 표심은 보수 쪽에 가까웠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낙승했던 17대 대선도 마찬가지였다. 덕양구와 일산동서구 모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정동영 후보를 크게 앞섰는데 특히 그동안 진보성향의 표심을 보인 덕양구에서도 이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전국 평균을 상회했다(전국 48.7%, 덕양구 52.1%). 고양시 전체를 놓고 봐도 53.8%로 전국 득표율(48.7%)과 경기도 득표율(51.9%)을 모두 뛰어넘었다. 결과적으로 97년 이후 3차례 대선 동안 고양시는 전국 득표율과 비교해 적게는 2.5%포인트, 많게는 5%포인트 이상 보수정당 후보에게 표를 준 것인데 이는 2000년대까지 고양시 표심이 보수적이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18대 대선부터 민주당 지지세 전환
대통령선거에서 고양시 표심이 변화를 보인 것은 2012년에 치러진 18대 대선부터다. 당시 선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전국적으로 3.5%포인트 차이로 당선된 반면 고양시에서는 오히려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가 2.7%포인트 이상 앞서는 결과가 나타났다(48.5% 대 51.2%). 이는 50.5% 대 49.2%로 나온 경기도 선거결과와도 큰 차이를 나타냈다. 2007년까지 전국 득표율과 비교해 보수적인 표심을 보였던 고양시가 불과 5년 만에 뒤바뀐 것이다. 주목할 부분은 덕양구와 일산동서구 득표율 결과다. 대선 결과만 놓고 보면 앞선 10년간 경기도 내에서도 보수적인 선거구로 손꼽혔던 일산동서구 지역의 투표성향이 18대 대선에서는 완전히 역전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일산동구 48.3% 대 51.3%, 일산서구 47.8% 대 51.8%). 이는 상대적으로 진보성향을 나타내던 덕양구의 득표율보다도(49% 대 50.6%) 큰 차이였다. 

이러한 투표성향은 2017년에 치러진 19대 대선까지 이어졌다. 당시 선거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고양시 득표율은 43.2%를 나타내 전국 41.1%, 경기도 42.1%를 상회했다. 마찬가지로 일산동서구 선거구의 득표율이 덕양구에 비해 높았는데 일산서구는 44.7% 대 18.3%, 일산동구는 43.5% 대 18.6%로 덕양구 42% 대 19.3%보다 많은 표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고양시 표심은 2012년부터 민주당 우세로 전환돼 그 흐름이 계속 이어져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대선뿐만 아니라 지방선거, 가장 최근 선거인 2020년 21대 총선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반전 계기됐던 2010년 지방선거
이쯤이면 질문이 제기될 법하다. 2007년과 2012년의 고양시 대선결과는 어떻게 판이하게 달라졌을까. 17대 대선 당시 보수정당 후보에 전국 결과보다 훨씬 압도적인 표차를 안겨준 지역에서 불과 5년 만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 계기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크게 두 가지 요인으로 분석되는데 첫째는 2010년 중반 이후 삼송·원흥지구를 비롯해 탄현, 중산지구 등에 새로 유입된 젊은 층이 민주당에 표를 줌으로써 고양시 표심에 변화를 불러일으켰다고 볼 수 있다. 즉 외부적 요인으로 인한 인구구성 변화가 전체적인 투표성향을 뒤바뀌게 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단순히 이러한 인구구성의 변화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신규 택지지구 개발로 인한 인구유입이 기존 투표성향에 영향을 준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특정 정당만을 지지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데다가 삼송·원흥지구의 경우 2012년 대선 당시만 해도 입주가 채 시작되지 않은 상태였다.

게다가 표심의 변화는 신규택지 입주지역보다는 오히려 일산신도시 등 기존지역에서 나타났는데 실제로 두 번의 대선기간 동안 인구변화가 거의 없었던 주엽1·2동의 경우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56%에 달했던 반면 18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당시 후보의 득표율이 각각 52%, 51%를 나타냈다. 즉 인구변화 요인보다 지지정당을 찾지 못했던 중도층에 있는 고양 유권자들이 어떠한 계기로 인해 민주당 지지로 옮겨갔다는 분석이 더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2010년 5월 고양시는 수도권 최초로 지방선거 범야권 연합후보를 확정했다. 한달 뒤 선거에서 고양무지개연대와 5개 정당(민주당,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 고양시 사상 최초로 풀뿌리 단위의 정치권력 교체를 이뤄낸다. 
2010년 5월 고양시는 수도권 최초로 지방선거 범야권 연합후보를 확정했다. 한달 뒤 선거에서 고양무지개연대와 5개 정당(민주당,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 고양시 사상 최초로 풀뿌리 단위의 정치권력 교체를 이뤄낸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정치적 변화에 촉매역할을 했던 계기가 무엇인가인데 이는 두 번의 대선기간 사이에 치러진 선거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민주당을 포함해 진보개혁 진영이 고양에서 처음으로 선거승리를 경험했던 시기, 바로 2010년 지방선거였다. 전국 최초 무지개연대라는 이름으로 선거연합을 이뤘던 당시 선거에서 고양시는 시장을 비롯해 도의원 8석과 시의회 과반수를 야당이 석권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춘열 당시 무지개연대 정책위원장은 “이미 90년대 후반부터 고양시는 야권성향의 젊은 인구 비중이 높았지만 표심으로 바로 이어지진 않았다. 2010년대로 넘어오면서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중도층의 표심이 진보개혁 쪽으로 쏠리게 된 것”이라며 “그 시발점이 됐던 시기가 2010년 지방선거”라고 분석했다. 이춘열 전 위원장은 “풀뿌리 단위에서 정치권력이 교체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라며 “국회의원, 시도의원뿐만 아니라 보수진영의 전유물이었던 통·반장과 관변단체 등 밑바닥 조직세가 점차 민주당쪽으로 기울면서 이후 선거에서 계속 이길 수 있는 동력이 마련됐다고 본다”고 전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지지자들과 사진을 찍는 모습(사진제공=오마이뉴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지지자들과 사진을 찍는 모습(사진제공=오마이뉴스)

전국 최고 득표율 심상정, 이번에도?
2010년 지방선거부터 시작된 고양시 표심의 변화로 수혜를 입은 정당은 민주당만이 아니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2012년 총선 당시 고양갑에서 170표 차 신승을 거두며 첫 지역구 의원이 된 뒤 내리 3번 당선되며 유일무이한 진보정당 4선 의원으로 거듭났다. 지난 19대 대선에서도 후보로 나선 심 의원은 고양시에서 9%를 득표해 전국 득표율 6.2%를 훨씬 상회하는 성적을 거뒀다. 특히 본인 지역구가 있는 덕양구에서는 10.5%라는 고무적인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이번 20대 대선에서도 고양시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거둘 수 있을까. 한때 2%까지 떨어졌던 심상정 후보의 전국 지지율을 감안한다면 이번 대선결과를 낙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최근 여론조사 지지율이 점차 상승 국면인데다가 고양시의 경우 정의당 시의원이 4명이나 포진돼 있어 밑바닥 조직세를 어느 정도 갖춘 만큼 앞으로 더 좋은 성적을 거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정미 전 정의당 대표는 지난 17일 고양시 방문 자리에서 “그동안 당내외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지율이 정체되기도 했지만 선거운동이 본격화되고 토론회 등을 거치면서 점차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고양시민들이 그동안 심상정 후보를 키워준 만큼 더 많은 지지를 해주길 부탁한다”고 전했다. 

 

※ 해당조사는 경기일보가 조원씨앤아이(조원C&I)에 의뢰해 2022년 2월 18일부터 19일까지 양일간, 고양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ARS 여론조사(통신사제공무선가상번호100%: 성,연령,지역별 비례할당무작위추출)를 실시한 결과이며, 표본수는 800명(총 통화시도 8719명, 응답률 9.2%)이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이다.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 가중치 부여 방식 : [림가중] 성별, 연령대별, 지역별 가중값 부여(2022년 1월 말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인구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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