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문고·알뜨레노띠 ‘한달에 한 번 진짜 인문학’
1급 지체장애인 김원영 변호사 강연

‘장애인 예술향유권’ 의미 짚어  
“변호사 아닌 무용수로 불러주세요”

[고양신문]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김원영 변호사가 한양문고에서 ‘아름다운 평등, 모두에게 평등한 무대는 어떻게 가능할까’라는 주제로 4일 강연을 했다. 최근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시위로 사회적 논쟁이 진행 중이어서 의미가 더욱 컸다. 주제는 무거웠지만 김 변호사는 특유의 유머러스한 입담으로 청중을 사로잡았다.

1급 지체장애인으로 살아온 김 변호사는 『희망 대신 욕망』, 『사이보그가 되다』 등 다수의 책을 통해 장애인들의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현재는 전장연 정책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장애문화예술연구소 짓’에서 연극배우와 무용수로 활약 중이다. 

“최근 전장연의 시위가 이슈가 되고 있는데요, 함께 생각하고 논의할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반응입니다. 한 정치인의 페이스북에 달린 댓글 반응들을 보면 끔찍합니다. 저는 2022년도의 대한민국이 이미 그런 상황은 벗어났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글쓰기와 무대를 넘나드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장애인 인권에 대한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있는 김원영 변호사. 
글쓰기와 무대를 넘나드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장애인 인권에 대한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있는 김원영 변호사. 

김 변호사는 “장애인의 권리는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인권의식, 도덕적 배려, 법과 제도에 의존하지 않고도 그들이 존중받는 사람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모든 개인은 ‘매력적인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연예술계가 ‘평등한 공연장, 차별없는 무대’를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들려줬다. 

“사람은 다양한 경험과 체험의 총체입니다. 문화예술을 경험하고 향유하는 것은 그 사람의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그것들을 통해 자신만의 기준이나 취향, 고유성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지요. 모두를 위한 관람 환경 인프라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전과 달리 최근에는 장애인들도 직접 창작자가 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시각장애인이 그림을 그리고, 청각장애인이 사운드 아티스트가 되기도 한다. 김 변호사처럼 휠체어를 타고 있는 사람이 무용수가 되기도 한다. 그는 2019년도 서울변방연극제에서 ‘사랑과 우정에서의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이라는 연극 공연을 했고, 올 8월 말에는 독일 초청으로 공연을 하러 갈 예정이다. 

김원영 변호사가 연극제에 참가했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특수학교 시절에 연극을 처음 해봤는데요. 연극의 주인공이 되는 순간 다른 세계로 가게 됐어요. 사람들 앞에서 저를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사실이 저한테 미친 영향이 무척 큽니다. 그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집에만 있었기 때문이죠. 늘 혼자였고, 사회와 차단된 존재였죠. 작년에 한예종에 입학하기 위해 무용과 시험에 응시했는데 떨어졌어요. 우리나라 대학의 연극과나 무용과에도 장애인이 입학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특수학교에서 처음 해봤던 연극이 자신의 일생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으며, 자신을 변호사나 연극배우 대신 무용수로 불러달라면서 강연을 마무리했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이날을 계기로 장애인에 대한 시각이 넓어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품어본다. 생태계에서 장애를 가진 모든 식물과 동물은 도태된다. 인간세계에서만 예외이다. 인간이 동물보다는 신에 더 가깝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한양문고와 알뜨레느띠 침대가 함께 마련하는 인문학 특강 시리즈 ‘한달에 한 번 진짜 인문학’은 매월 첫째 주 월요일 오후 7시, 한양문고 주엽점 한강홀에서 열린다. 다음 달 강연(5월 2일)의 강사로 초청된 이상현 의사는 ‘뇌를 들여다 보니 마음이 보인다’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들려줄 예정이다. 문의 031-919-6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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