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산 정상 전망, 50년 만에 시민품으로 
동남향·서북향, 전망대 2개소 데크로 연결 
북한산 일출, 서해 노을 감상 명소 기대 
 

23일 개방한 고봉산 전망대 동남향 전망. 고양의 주산 북한산이 정면으로 보인다. 
23일 개방한 고봉산 전망대 동남향 전망. 고양의 주산 북한산이 정면으로 보인다. 

일산의 주산인 고봉산 정상부 전망이 50여 년 만에 시민 품으로 돌아왔다. 고양시가 동남쪽으로 북한산, 서북쪽으로는 북한 송악산까지 조망할 수 있는 고봉산 전망대를 23일 개방했다. 전망대는 남향전망대와 북향전망대 2개소이며, 계단과 보행데크로 두 개의 전망대가 연결돼 고봉산을 찾는 이들에게 멋진 풍광을 선사한다.

고봉산은 높이가 203m에 불과한 높지 않은 산이지만, 한강 하구의 넓은 들녘에 터 잡은 고양 땅 서남부 평야지대에서 유일하게 우뚝 솟은 봉우리이기 때문에 고봉산(高峰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일산(一山)이라는 이름도 고봉산에서 유래했다고 전한다. 오늘날 고봉산은 고양누리길이 지나고, 사방으로 산책코스와 등산로가 이어져 연중 내내 인근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70년대에 고봉산 정상부에 전파송출용 군부대 철탑이 세워지며 아쉽게도 정상 전망을 잃어버린 산이 되고 말았다. 때문에 철탑 울타리 바로 아래에 고봉산 전망대가 문을 열자마자 많은 나들이꾼들이 반가움과 기대감으로 데크를 오르고 있다.

영천사 삼거리 위쪽에 설치된 '고봉산 전망대' 이정표. 
영천사 삼거리 위쪽에 설치된 '고봉산 전망대' 이정표. 

한강과 오두산, 북한 개풍군까지 조망 

전망대를 찾아가기 위해 안곡습지공원에서 출발해보자. 숲길과 계단길을 따라 1.2km를 오르면 고봉산 둘레길의 주요 포인트인 영천사 삼거리에 닿는다. 좌우로 영천사와 만경사로 이어지는 큰길에서 위쪽 군부대 진입로로 조금만 올라가면 왼쪽으로 ‘고봉산 전망대’ 방향을 가리키는 새로운 이정표가 눈에 띈다.

이곳에서부터 나무그늘 시원한 좁은 숲길을 따라 400m를 더 가면 장사바위를 100m 앞두고 드디어 고봉산 전망대로 올라가는 데크 계단이 나타난다. 그동안 철조망과 울창한 수풀에 가려져 올라갈 수도, 올려다볼 수도 없었던 고봉산 정상부로 향하는 발걸음이 자못 설렌다.

데크 주변은 철쭉 동산으로 깔끔하게 조성돼 내년 봄 풍경을 기대하게 한다. 다만, 머리 위로 우뚝 솟은 철탑 방향으로는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을 금지한다는 경고문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고봉산 전망대로 오르는 계단길과 서북향 전망대. 
고봉산 전망대로 오르는 계단길과 서북향 전망대. 

100여 개의 계단을 올라 드디어 서북방향 전망대 마루에 올라선다. 전망대는 상부와 하부 2층 구조로 돼 있다. 상부 전망대에 오르니 그동안 만날 수 없었던 고양시 서북부 전망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까이로는 중산마을과 탄현마을과 황룡산이 보이고, 그 뒤로 가좌동과 덕이동 아파트숲 너머로 파주 심학산과 교하지구, 운정지구가 길게 펼쳐져 있다. 좀 더 먼 풍경을 짚어보면, 왼쪽으로 고양 땅을 감싸고 흐르는 한강의 물줄기가 보이고, 심학산 너머로는 김포 문수산이, 운정지구 뒤편으로는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오두산 전망대와 북한 개풍군의 산야가 희미하게 조망된다. 오른쪽으로는 파주 금촌과 월롱산의 산세도 선명하다. 

아쉽게도 기자가 전망대에 오른 날에는 시야가 흐려서 먼 곳의 풍경은 어렴풋한 실루엣으로만 그려봐야 했지만, 가시거리가 청명한 날에는 개성 송악산의 멋진 산세도 한눈에 들어온다고 한다.

웅장한 북한산 산세, 어렴풋한 남산타워 

이제 보행데크를 따라 동남방향 전망대로 가보자. 키가 큰 활엽수와 침엽수의 우듬지(나무의 맨 꼭대기 부분) 사이를 걷다 보니 딱따구리를 비롯해 여러 종의 산새들과 눈높이를 맞추기도 한다.

남향 전망대 역시 2층 구조다. 이곳 전망의 포인트는 뭐니 뭐니해도 고양과 서울의 진산(鎭山)인 북한산이다. 왼쪽부터 양주 사패산과 도봉산에서 이어진 북한산의 웅장한 산세는 인수봉과 백운대, 만경봉의 삼각뿔(三角山)에서 정점을 찍은 후 노적봉과 의상봉, 문수봉 능선으로 이어진다.

북한산이 감싸 안은 고양땅에는 개명산과 견달산, 노고산이 소박하게 솟아있고 식사·삼송·원흥지구 아파트단지가 군데군데 자리하고 있다. 시야 오른쪽으로는 멀리 서울 인왕산과 서대문 안산, 그리고 남산타워가 아스라한 풍경을 채워주고 있다. 시원한 산바람을 맞으며 탁 트인 풍광을 바라보는 기분이 더없이 상쾌하다.

동남향 전망대에서 450여 개의 긴 데크 계단길을 따라 네려오면 장사바위와 만경사를 잇는 숲길과 만난다. 

고봉산성 발굴조사도 진행됐으면…

지난해 조성계획이 알려진 이후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기대를 받았던 고봉산 전망대. 직접 올라본 소감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기다린 보람 있네”다. 아기자기하게 이어진 데크와 계단길 등 전망대의 만듦새도 만족스러웠지만, 가장 큰 매력은 역시나 탁월한 조망이다. 새벽 여명에는 동남향 전망대에서 북한산 너머 떠오르는 일출을, 해질 무렵에는 서북향 전망대에서 서해바다와 북녘 땅 너머로 물드는 노을을 감상하는 명소가 될 듯하다.

고봉산 전망대를 설치한 고양시 녹지과 관계자는 “두 곳 전망대의 방향, 기존 등산로와의 연결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만족도 높은 동선을 설계하기 위해 고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망대 개장과 함께 고봉산 등산로 일대의 노후 시설물 정비도 조만간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 가지 짚어야 할 점은, 전망대와 데크가 설치된 곳 주변에 삼국시대 군사시설인 ‘고봉산성’의 유적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정상부 부분 개방을 계기로 고봉산성에 대한 정밀한 발굴조사와 연구도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으면 하는 바람을 품어본다.  

계단을 오르다가 올려다 본 서북향 전망대.
계단을 오르다가 올려다 본 서북향 전망대.

고봉산 전망대 주요 조망포인트와 거리 (전망 왼쪽부터)

▶서북향 전망대
한강 9.5km/ 심학산 8.5km/ 김포 문수산 22km/ 북한 개풍군 17km/ 오두산 통일전망대13.5km/ 파주 월롱산 12km
▶동남향 전망대
개명산 11km/ 도봉산 19km/ 견달산 4km/ 노고산 13.5km/ 북한산 17km/ 인왕산 19km/ 남산 24km

계단 데크에서 올려다 본 동남향 전망대.  
계단 데크에서 올려다 본 동남향 전망대.  
울창한 숲 사이로 뻗어내려간 데크와 계단.
울창한 숲 사이로 뻗어내려간 데크와 계단.
2층 구조로 만들어진 고봉산 전망대. 
2층 구조로 만들어진 고봉산 전망대. 
안곡습지공원에서 올려다 본 고봉산 철탑.
안곡습지공원에서 올려다 본 고봉산 철탑.
고봉산 전망대 개방을 알리는 현수막. 
고봉산 전망대 개방을 알리는 현수막. 
개방 첫날인 23일 저녁의 석양 풍경. 시야가 투명한 날에는 더욱 선명한 노을을 기대해본다. 
개방 첫날인 23일 저녁의 석양 풍경. 시야가 투명한 날에는 더욱 선명한 노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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