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에코코리아는 올해 정발산 시민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일산신도시 안에서 섬처럼 남은 정발산에 어떤 생물이 서식하고 있을까? 정발산의 대표생물을 매달 한 종씩 소개한다. 

발가락에 빨판이 있어 어디든 잘 기어오르는 청개구리. [사진제공=에코코리아]
발가락에 빨판이 있어 어디든 잘 기어오르는 청개구리. [사진제공=에코코리아]

[고양신문] 사람들이 숲을 찾는 이유는 아마도 맑은 공기와 청량감, 녹색이 주는 편안함, 고요함 등일 것이다. 숲에 가면 기분 좋아지는 요소 중 하나는 숲에서 들려오는 꾀꼬리, 뻐꾸기, 박새 같은 새 소리가 아닐까 싶다. 요즈음 정발산에 가면 또 하나의 정겨운 노랫소리가 한창인데 바로 개구리 소리다. 4월 중순 무렵부터는 참개구리들이, 4월 말부터는 청개구리들이 노래를 한다. 요즘 정발산에 가면 경쾌한 청개구리의 합창을 들을 수 있다. 

소리로 만나는 청개구리

‘개굴개굴 개구리 노래를 한다, 아들 손자 며느리 다 모여서~’라는 노래 가사가 있지만, 잘 들어보면 개구리가 ‘개굴개굴’ 울지는 않는다. 맹꽁이가 ‘맹꽁’하고 울지 않듯이. 개구리마다 목 아랫부분의 울음주머니가 부풀어 오르는 형태가 달라서 울음소리도 다르다. 울음소리는 어느 종인지 식별하는 포인트가 된다. 

참개구리의 노랫소리는 백석 시인이 잘 표현했다. ‘개구리네 한솥밥’이라는 시에서 ‘뿌구국 뿌구국’이라고 썼는데 딱 참개구리의 소리다. 청개구리는 ‘객객객객’ 소리지르는 느낌이다.

목청이 터져라 노래하는 주인공은 수컷 개구리다. 다른 곤충이나 새들과 마찬가지로 개구리도 수컷이 노래한다. 마치 “나 멋진 수컷이야. 이렇게 목청이 큰 튼튼한 남자라고~. 결혼해주오”하며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는 듯하다. 

거의 다 자란 청개구리 올챙이. 아직 꼬리가 남아있다. [사진제공=에코코리아]
거의 다 자란 청개구리 올챙이. 아직 꼬리가 남아있다.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유심히 보면 다 보인다, 청개구리

청개구리는 4센티미터도 되지 않는 조그마한 몸집에 풀잎을 닮은 초록빛깔이다. 몸 색깔은 주변 색에 따라 변화시킬 수 있다. 연못가 풀잎 위에, 때로는 꽃 속에, 혹은 나뭇잎 위에 올라앉은 모습을 발견할 때도 있다. 청개구리는 발가락에 물갈퀴가 없고 발가락 끝에 끈적하고 동그란 빨판이 있어서 수직 벽이나 나무를 잘 오르기 때문에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대부분의 청개구리는 겨울잠을 자기 전인 가을에 몸빛이 검은 반점이 있는 회색으로 바뀌며, 이듬해 봄에 다시 초록색으로 변한다. 4월부터 무논이나 연못 등에 짝짓기를 위해 몰려들기 시작하여 밤새도록 울음소리를 낸다. 4~8월에 논이나 습지 그리고 연못, 계곡의 물웅덩이에 한 번에 5~15개씩 수십 차례에 걸쳐 물 표면에 알을 낳으며, 알은 주변 물풀에 붙는다.

개구리는 알을 낳은 후에는 인근의 산이나 농경지로 이동한다. 청개구리도 일생일대의 중요한 업무인 알 낳기를 끝낸 후에는 야산의 나무 위에서 주로 생활을 한다.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사진제공=에코코리아]

멸종위기 처한 수원청개구리

청개구리와 매우 닮았지만 조금 다른 종류로 수원청개구리가 있다. 1980년대 수원에서 처음 발견되었다고 ‘수원청개구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우리나라에만 사는 한국 고유종이다. 대규모 택지개발과 농약사용량 증가로 서식지가 급격히 줄어들어 수원청개구리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으로 분류되고 있다. 

수원청개구리의 생태는 청개구리와 비슷한데 울음소리가 청개구리보다 낮은 ‘쨍쨍쨍~’ 하는 금속성의 울음을 운다. 5월에는 주로 땅에서 울고 벼가 자란 이후에는 벼의 줄기를 네발로 잡고 울기도 한다. 경기도 일부지역에서 서식하며 대부분의 지역에서 '청개구리'와 함께 번식한다. 청개구리와 차이가 있다면 청개구리는 보통 해가 지면 우는데 수원청개구리는 조금 앞선 시간인 오후 4시부터 6시쯤에 운다. 청개구리 소리에 묻히지 않으려 다른 시간대를 선택한 것이다. 해지기 전은 새들이 활동하는 시간이라 어찌 보면 목숨 걸고 우는 셈이다. 멸종위기종인 수원청개구리가 고양시 장항습지에 서식하고 있다니 더욱 반갑다.

청개구리는 주변 색깔에 따라 몸색깔을 바꾸기도 한다.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청개구리는 주변 색깔에 따라 몸색깔을 바꾸기도 한다. [사진제공=에코코리아]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개구리를 비롯한 양서류는 기후변화에 민감하다. 올해는 가뭄이 심해 알 낳을 곳이 부족하고 애써 낳은 알들도 말라 죽는 일이 많아 안타깝다. 가까운 공원의 연못에서 개구리와 올챙이를 발견하면 잘 자라라 응원하고 올챙이를 떠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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