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송개발로 사라진 마을 솔개의 상징 ‘너른마당’서

솔개마을 옛 주민들이 아직 남아있는 너른마당을 사랑방 삼아 마을잔치를 열었다.
솔개마을 옛 주민들이 아직 남아있는 너른마당을 사랑방 삼아 마을잔치를 열었다.

삼송개발로 사라진 마을
솔개의 상징 ‘너른마당’서
주민들 모여 훈훈한 잔치
‘우물둥치회’로 매년 만날 것 


[고양신문] 솔개마을 이웃들이 15년 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2007년 삼송신도시가 개발되면서 마을이 사라졌고, 주민들도 뿔뿔이 흩어졌었는데… 15년 만의 해후는 반갑고 설레는 잔치였다. 2년 전부터 1년에 한번은 모이자고 별렀는데, 코로나 때문에 이제야 모이게 됐으니, 더 반가운 자리였다. 마스크를 쓴 채 모여든 주민들은 처음엔 서로 잘 알아보지도 못하다가 마스크를 벗고서야 덥석 손을 맞잡았다. 

100여 가구가 서삼릉 진입도로를 따라 평화롭게 흩어져 있었던 솔개마을은 한가운데 우물이 마을의 상징이었다. 주민들은 사라진 우물이 내내 그리웠는지, 첫 모임을 준비하면서 모임 이름을 ‘우물둥치회’라고 정했다. ‘우물둥치회’를 앞장서 주선한 이는 임순형 ‘너른마당’ 대표였다. 임순형 대표는 장소 걱정, 음식 걱정 말고 ‘너른마당’에서 모이자고 했다. 고양의 대표적인 맛집인 ‘너른마당’이 솔개마을에서 보존된 유일한 공간이자 사랑방이 된 셈이다. 

임순형 대표는 “얼마나 오실까, 누가 오실까, 설레서 한숨도 못 잤다”며 “먼 길 마다하지 않고 와주신 형님, 누님, 친구, 동생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모임의 막내 이향명 (58세)씨는 잔치의 이모저모를 꼼꼼히 챙겼고, 주민 장성욱 씨는 사회를 맡아 훈훈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마을을 위해 누구보다 애썼던 깅유수 이장(82세)님도 오셨고, 박영화 통장님도 오셨다. 또 임순형 대표의 또래 친구들도 많이 참석했다. 

박영화 전 통장은 “솔개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솔개에서 나고 자랐다”며 “흩어져도 다시 모일 수 있는 것은 솔개가 고향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개발 이후의 삶에 대해 박영화 전 통장은 “경제적으로는 좀 나아졌지만, 흥하고 망하는 일이 많아졌다”며 “차라리 그대로 살았더라면 그런 일은 많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다”고 했다. 솔개 사람들이 한두 명씩 더 들어서자 잠시 서글퍼졌던 눈은 다시 반가움으로 가득찼다. 

“고양시 곳곳이 개발됐지만 우리처럼 이렇게 모일 수 있는 마을은 없을 거야, 자랑스러워. 감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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