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 서재철 서예작가의 손끝에서

[고양신문] 일산서구 대화동에 살고 있는 수중 서재철(서예전시 기획사 ‘예림기획’ 대표) 서예작가의 손끝에서 100년 된 고가 담장이 갤러리로 변신했다.

서재철 작가는 태어나고 자란 전남 함평군 나산면 삼구마을 담장에 '호남가'를 최근에 완성했다.

시멘트블럭 담장은 흰색 페인트칠을 해서 대형 화선지로 만들었다.

오른쪽 담장에는 '함평천지  늙은 몸이 광주 고향을 보려했고~'로 시작되는 호남가는 54개 지명을 나타내며 호남지방을 대표하는 판소리이다. 국 한문 혼서로 적었는데, 한문은 예서, 한글은 판본체로 구성했다.

왼쪽 담장에는'나옹선사'시 ‘청산’을 한글로 풀이한'청산은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를 한글흘림체로 4시간에걸쳐 써 내려 갔다.

작업을 마치니 딱딱하고 차갑던 담장이 어느 사이 서 작가의 손끝에서 멋진 작품으로 탄생했으며, 마을 골목길이 근사한 갤러리로 변신했다.

마을을 살펴보던 삼구마을 노명섭 이장은 “대부분 담장이 그림으로 꾸며져 있는데, 우리 마을은 서예가의 손으로 특색 있는 글씨로 꾸며져서 마을 사업으로 채택되도록 검토하겠다”며 칭찬을 쏟아냈다.

초록색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왼쪽으로 오래된 흙 담장에는 주홍빛 능소화가 꽃봉오리를 올리고 있고, 감나무엔 푸릇한 감들도 달려있다.

이곳은 서재철 작가의 조부 때부터 살았던 100년 넘은 집인데, 부친이 작고한 후 7남매 형제자매들이 의기투합해서 2020년 추석 즈음 한 달여 동안 온 마음을 쏟아 한옥의 뼈대만 남기고 펜션 식으로 개조했다. 기존 한옥의 멋스러움을 최대한 살리고, 주변 자연과 이웃집들과 잘 어울리도록 공사를 했으며, 완공 후에는 실내도 갤러리로 변신시켰다.

거실과 방에는 장소에 어울리는 서 작가의 글들을 액자에 담아 멋스럽게 곳곳에 걸어두었다. 특히나 마루와 광을 확장한 곳은 넓은 거실이 되었다. 방 문짝에서는 옛이야기가 솔솔 흘러나오고, 길게 늘어진 화선지의 글에서는 묵향이 은은하게 퍼져 나왔다.

시골을 불편해 하던 2세들도 남도 여행의 숙박지로 활용했고, 서울에서 목회하는 목회자 동생은 겨울에 기도와 성경 공부 공간 등으로 활용했다.

서재철 작가는 “부모님의 손때가 묻은 곳을 리모델링하니 형제자매들의 모임 장소로 이용되어 형제애가 더 두툼해졌다”며 “이번 7월말 아버지 기일날 추도식 때도 형제자매가 모인다”고 했다.

※수중 서재철 서예가는 LG그룹회장실에서 15년근무 했고(예술품 구입 담당), ‘월정 정주상 선생’ 문하에서 서예에 입문해 행서·초서 공부를 했고, ‘소헌 정도준 선생’ 문하에서 예서·전서를 사사 받았다. ‘청범 진태하 선생(학자)’에게서는 문자학을 사사 받았으며, 서예의 대가 두 분의 스승과 한 분의 학자 스승 밑에서 글공부를 했다.

‘국제 난 정필회전(예술의 전당)’, ‘새 즈믐해 특별기획’. ‘월정서전(공평아트센타)’ 등을 기획했고, ‘서예정신2009서울전(예술의 전당)’ 총감독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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