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을 자원으로 바꾸는 홍석훈 제이자원 대표

30대 후반 장사 실패로 인생 위기
철거현장 인부 바닥부터 새로 시작  
폐기물처리·고물상 등 3개사 운영
“쉽고 편한 모바일 앱 개발할 것”

홍석훈 제이자원 대표는 "철거현장에서 일하며 폐기물처리업이 괜찮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 트럭 하나를 구해 이 업을 시작했다"며 "모바일 기반의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소비자들이 편리하고 쉽게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석훈 제이자원 대표는 "철거현장에서 일하며 폐기물처리업이 괜찮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 트럭 하나를 구해 이 업을 시작했다"며 "모바일 기반의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소비자들이 편리하고 쉽게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양신문] “대학 졸업 후 취업을 했지만 직장 생활은 저랑은 안 맞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리 일을 잘해도 상사들이 알아주질 않더라고요. 열심히 일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는 분야는 역시 장사라고 생각하고 20대 후반의 나이에 겁 없이 뛰어들었죠. 조그만 가게에서 시작해 건물 3개 층을 다 쓸 정도로 잘나가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고 나서 보증금까지 다 까먹을 정도로 말 그대로 ‘쫄딱’ 망했어요.” 

삶의 끝자락에서 선택한 일 
중간재활용업, 폐기물처리·수집·운반 등을 주로 하는 제이자원과 고철, 비철, 파지, 가정폐기물, 헌옷을 수집 처리하는 검단자원 등 총 3개 회사를 운영하는 홍석훈 대표는 40대 초반이다. 혈기왕성했던 20대를 지나 이른 나이에 흥망성쇠를 겪었던 30대 후반. 삶의 끝자락에 섰다. 딸에게 먹일 분윳값도 없었다. 철거현장의 인부로 날 일을 하며 하나씩 듣고 배워가며 200만 원짜리 중고트럭 하나로 시작해 보란 듯이 재기했고, 자신의 회사 이름처럼 제2의 삶을 열어가고 있다.

인구의 증가와 집중, 산업의 발전 그에 따라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우리는 매일 막대한 양의 각종 폐기물을 배출하고 있다. 제이자원은 이러한 폐기물들을 전문인력과 현장 상황에 맞는 차량배차를 통해 최저가로 수집·처리하는 전문업체다. 서울, 경기, 인천 지역을 중심으로 고객의 위치와 가장 가까운 지점에서 맞춤형 배차를 진행한다. 방치폐기물부터 가구, 가전과 같은 대형폐기물의 단품처리, 유품정리, 산업폐기물 등을 현장 처리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속하고 깔끔하게 처리하고 있다.

홍 대표의 사무실에 걸려있는 액자. 홍 대표는 "창업 이후 단 하루로 쉬지 않고 달려왔다"며 "내가 땀흘리고 노력한 만큼 거둘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의 사무실에 걸려있는 액자. 홍 대표는 "창업 이후 단 하루로 쉬지 않고 달려왔다"며 "내가 땀흘리고 노력한 만큼 거둘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정 고객사 확보해 사업 안정화
하지만 그렇게 깔끔하게 폐기물을 처리하는 과정은 고되다. 돈이 된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도 3일이면 나가떨어지고 ‘잠수’타며 일을 포기하기 일쑤다. 장기간 방치됐던 폐기물을 철거하다 보면 갑자기 튀어나온 쥐를 만나 혼비백산하고 바퀴벌레가 팔다리로 기어오르고, 안전하고 튼튼한 옷을 입어도 뾰족한 물건들로 인해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는 일이 다반사기 때문이다. 홍 대표가 ‘이 업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철거현장에서 일하며 폐기물처리업이 괜찮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 트럭 하나를 구해 시작했습니다. 3인용 소파를 5층 건물에서 혼자 내려 폐기하는 일을 하며 너무나 힘들었지만, 내 손으로 딸 아이의 분윳값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 한편으로는 기뻤습니다. 매일 저녁 퇴근 후에는 아무리 몸이 피곤해도 블로그에 글을 매일 올렸어요. 가정폐기물, 산업폐기물, 이사물품 정리, 유품정리, 인테리어 폐기물처리 등에 대한 정보를 꾸준히 쌓아갔죠.”

그렇게 바닥부터 하나하나 성실하게 일을 하다 보니 지금은 단골 고객사가 생겨 사업이 안정단계로 진입했다. 정기적으로 폐기물을 처리해야 하는 공장, 가정과 사무실 인테리어 시공 업체, 아파트 리모델링 업체 등이 고정 고객사가 돼 따로 영업하지 않고도 일정 수준의 일감은 늘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몇 년 전 인수한 고물상인 검단자원에서도 파지, 고철, 비철, 헌옷 등을 정기적으로 수집 처리한다. 

재활용·수출하는 폐기물은 제2의 자원
난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쓰레기 폐기장을 직접 운영하던 중 어버이날 폐기장에서 불이 나 옆에 있는 정수기 공장까지 화재로 소실되며 약 8000만 원에 달하는 정수기도 모두 타버렸다. 홍 대표는 그 손실분과 공장 수리비용까지 전액 현금으로 배상했다. 인명피해가 없는 것만 해도 오히려 다행이란 생각에서였다. 

“폐기장을 운영하고 화재를 겪으면서 느낀 게 있어요. 분쇄기, 파쇄기 등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는 데 엄청난 자본이 계속 들어가야 하더군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하고 당시 행정기관에서 더는 발급하지 않아 귀했던 중간재활용업 면허를 넘긴 이유입니다. 그리고 난 후에 고물상을 인수해 검단자원을 설립했습니다.”

홍석훈 제이자원 대표
홍석훈 제이자원 대표

누구도 선뜻 하겠다고 나서기 꺼리는 험난한 업종에서 어느 정도 자리 잡은 홍 대표의 다음 목표는 고철 압축장과 파지 압축장을 설립하고, 당근 마켓과 같은 모바일 기반의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소비자들이 편리하고 쉽게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철거부터 시작해 폐기장까지 운영해본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한다면 현장에 맞는 최적의 프로그램 개발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자신감도 있다.

“냄비 플라스틱 고철 비철 파지 솜이불 헌옷 가구 등 누군가 버리는 생활 폐기물이 저에게는 제이(2)의 자원입니다. 재활용도 하고 해외에 수출까지 하죠. 최종적으로 버려지는 쓰레기양을 줄이면서 폐기물을 새로운 자원으로 만드는 이 일이야말로 이 시대가 정말 필요로 하는 미래지향적 산업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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