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종 기자의 하루여행] 북한산 창릉천 ‘솔내음누리길’

창릉천 최상류, 북한산 사기막골 물줄기 따라 
북한산성 정류장까지 이어진 2.8km 산책로
데크 걷다 징검다리 건너는 아기자기한 코스
물놀이·트레킹·외식나들이… 하루에 즐겨볼까   

[고양신문] 요즘처럼 무더위와 장마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에는, 산도 좋고 바다도 좋지만 뭐니 뭐니 해도 계곡이 최고다. 비가 넉넉히 내려 수량도 풍부하고, 기운차게 쏟아져 내리는 계곡물이 눈과 귀를 시원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걸 누가 모르겠냐만 바쁜 일상에 쫓기는 처지에 괜찮은 계곡 찾아가기가 어디 쉬운 일이냐고 반문하는 독자가 계시다면, 오늘 소개하는 ‘솔내음누리길’을 강추한다. 접근성과 편의성 면에서 가히 탁월하고, 게다가 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덜 붐비기 때문이다.

사적 점유됐던 계곡, 시민 품으로 

솔내음누리길은 북한산과 창릉천이라는 두 개의 수식어와 한묶음이다. 북한산에서 시작돼 한강까지 이어지는 창릉천의 최상류 바로 아래 2.8km 구간을 정비해 새롭게 조성한 나들이코스이기 때문이다. 구간은 창릉천 발원지인 사기막골계곡과 북한산로가 만나는 효자2교부터 효자1통 양산교까지다. 

사실 그동안 이 구간은 일부 주변 상가와 사유지 소유자가 누구에게나 개방돼야 할 하천공간을 불법으로 점유하는 문제가 수십여 년간 이어져 왔는데, 고양시의 지속적인 정비와 경기도의 공모사업 지원으로 멋진 누리길 코스로 변신했다.

반바지·샌들 챙기면 어디서든 입수 

코스를 직접 걸어보자. 어느 쪽에서 출발해도 상관없지만, 이왕이면 양산교에서부터 상류를 향해 거슬러 올라가보기를 추천한다. 역동적으로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역방향으로 바라보며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기자는 이미 솔내음누리길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몇 가지를 꼽아보자. 우선 접근성이 좋다. 출발점이 북한산성입구 버스정류장에서 가깝기 때문에 구파발역이나 지축역, 삼송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대중교통으로도 얼마든지 찾아올 수 있다.

다음으로 코스 어디에서든 풍덩! 계곡 입수가 가능하다. 사실 계곡 정취로 치자면 가까이에 있는 사기막골이나 북한천계곡, 삼천사계곡 등을 따라갈 순 없다. 하지만 그곳들은 북한산국립공원 안에 있기 때문에 입수가 불가능하다. 눈앞에 시원한 계곡물을 바라보면서도 발 한번 담글 수 없다는 얘기다. 

반면에 솔내음누리길은 국립공원의 경계를 벗어난 바로 아래쪽이라 마음에 드는 포인트 아무데서나 첨벙첨벙 물로 들어갈 수 있다. 근사한 바위에 앉아 발목만 적셔도 좋고, 제법 깊은 곳에서는 물놀이를 즐겨도 좋다. 때문에 이왕 솔내음누리길을 찾아갈거면 물에 젖어도 되는 샌들이나 워터슈즈, 갈아입을 여벌옷과 수건 등을 필히 챙겨가는게 좋다. 

다채로운 경관과 깔끔한 편의시설

물놀이라는 강력한 아이템을 제외한다 해도, 솔내음누리길은 경관 자체로도 경쟁력이 충분한 나들이코스다. 발 아래로는 맑은 물줄기가 흘러내리고, 고개를 들면 북한산의 우뚝한 영봉들과 맞은편 노고산의 부드러운 능선이 시시각각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때문에 3km가 채 안되는 길지 않은 코스임에도 불구하고 변화무쌍한 경관이 차례차례 나타난다. 여울과 소가 교차하는 구간에선 바위틈새를 때리는 힘찬 물줄기를 바라보며 ‘물멍’을 즐길 수 있고, 길게 이어진 데크길을 따라 다채로운 식당과 카페들을 구경할수도 있고, 싱그러운 초록으로 가득한 느티나무와 밤나무 그늘에서 쉬기도 하고, 다리와 징검다리를 이용해 너댓번 물길을 건너며 멋진 풍광을 사진 속에 담을 수도 있다.  

또 다른 매력 포인트는 깔끔한 시설이다. 경기도가 적잖은 예산을 투입한 생활SOC공모사업 결과물답게 산책로의 설계와 구조가 방문자들의 편의를 잘 고려했다. 데크와 포장도로, 다리와 계단이 적재적소에 놓여 아기자기한 동선을 유도한다. 산책길 곳곳에는 벤치가 놓였고, 깨끗한 화장실도 한 곳, 파고라 형태의 쉼터도 두어 곳 마련됐다.

옛마차길에서 내려보는 경관 ‘으뜸’

솔내음누리길을 기점 삼아 다른 둘레길들과 연계해 걸을수도 있다. 첫 번째 만나는 징검다리를 건너 노고산자락 매미골누리길로 올라갈수도 있고, 북한산둘레길이나 고양누리길과 연결하는 일정을 잡아도 좋다.

취재를 하며 처음 만난 재밌는 길도 있다. 충효교 건너편 매미골마을에 조성된 ‘효자동 옛마차길’이다. 과거 사기막골로 이어지던 소로를 일제강점기에 건축자재와 조경수목을 운송하기 위해 마찻길로 확장했다는 설명이 붙어있다. 건너편보다 지대가 높은 옛마차길 데크에서 내려다보는 산책로와 창릉천, 징검다리 풍경이 기자가 꼽은 솔내음누리길의 베스트 경관이다. 

하루여행에 음식과 커피카 빠지면 섭섭하다. 그런 면에서 솔내음누리길이야말로 최근의 나들이 트렌드에 안성맞춤이다. 코스 안내도와 나란히 부착된 솔내음누리길 종합안내도 옆에는 별도의 주변시설안내도가 나란히 서 있는데, 안내도에 소개된 업소가 무려 서른개가 넘는다. 종류도 음식점, 카페, 캠핑장, 와인아울렛, 제빵소, 주말농장 등 각양각색이다. 마음에 드는 업소를 골라 미리 차를 세워두고 솔내음누리길로 접근하면 주차 문제도 간단히 해결된다.  

가을·겨울 풍경, 벌써 기다려지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없잖다. 얼마 전 내린 큰비에 떠밀렸는지, 벌써 징검다리 두 개가 몸을 비틀었다. 계곡물의 무서움을 간과한 어설픈 시공 때문인듯하다. 안전을 위해서도 하루빨리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또 하나는 우리나라 하천 전역에서 앓고 있는 몸살이지만, 솔내음누리길 구간 곳곳에서도 대표적 생태교란종인 단풍잎돼지풀이 번성하고 있어 눈살을 찌뿌리게 한다. 단풍잎돼지풀은 장마가 지나면 무서운 속도로 창궐하기 때문에 6월 전에 제거작업을 해줘야 효과적이다. 이왕 멋진 산책코스를 조성했으니, 꼼꼼하고 건강한 생태관리도 병행되면 좋겠다. 

몇몇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하루여행 코스를 꾸준히 물색해온 기자에게 창릉천 솔내음누리길은 무척이나 반가운 발견이 아닐 수 없다. 북한산과 창릉천과 주변 풍경이 어우러지는 솔내음누리길. 단풍이 물드는 가을, 또는 흰눈에 덮힌 겨울에는 어떤 모습일까. 벌써부터 기대감이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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