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에코코리아는 올해 정발산 시민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일산신도시 안에서 섬처럼 남은 정발산에 어떤 생물이 서식하고 있을까? 정발산의 대표생물을 매달 한 종씩 소개한다. 

사진제공 : 김은정 (사)에코코리아 모니터링팀장
사진제공 : 김은정 (사)에코코리아 모니터링팀장

[고양신문] 정발산 숲길을 거닐다보면 나무 위쪽에서 ‘히요~, 호이오~ 꼬리오~’ 하는 듯한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들어 열심히 살펴보아도 나뭇잎 사이의 새는 쉽사리 보이지 않는다. ‘못 찾겠다 꾀꼬리’라는 말이 진심에서 나온다. 예쁜 노래의 주인공은 바로 꾀꼬리다. 전 세계적으로는 38종이 있으나 우리나라에는 1종만 서식한다. 

꾀꼬리는 중국, 인도, 인도차이나반도 등지에서 겨울을 나고 우리나라에는 4월 말에서 5월 초순에 도래해 번식하며 9월까지 관찰된다. 몸길이는 26㎝ 정도로 제법 큼직하며 몸 전체가 선명한 노란색이며, 부리는 붉은색이다. 눈에 확 띄는 색깔이라 날아서 이동할 때는 노란 모습을 볼 수 있지만 나무에 앉아 있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 성격도 괄괄한 편이라 자신의 세력권 안에 들어온 맹금류를 공격하기도 하며 둥지에 접근하면 ‘깨액!’ 하는 요란한 소리를 낸다. 꾀꼬리의 노랫소리가 맑아 노래를 잘하는 사람을 일러 ‘목소리가 꾀꼬리 같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실제로 꾀꼬리는 32가지 소리를 낼 수 있다. 

예쁘게 노래 불러 결혼에 성공하면 둥지를 만들고 알 낳을 준비를 한다. 둥지는 수평으로 뻗은 나뭇가지 사이에 풀뿌리를 거미줄로 엮어 밥그릇 모양으로 늘어지게 만든다. 낭창낭창 흔들리는 가지 끝에 둥지를 만들면 뱀이나 천적이 접근하기 어려워 안심하고 자식을 키울 수 있다. 숲속은 물론 도시에서도 둥지를 튼 꾀꼬리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사진제공 : 김은정 (사)에코코리아 모니터링팀장
사진제공 : 김은정 (사)에코코리아 모니터링팀장

꾀꼬리는 노랫소리가 맑고 아름다우며 생김새도 예뻐서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학창시절 배웠던 유리왕의 <황조가> 구절을 기억하는 이가 많을 것 같다. 

 ‘펄펄 나는 저 꾀꼬리 / 암수 서로 정답구나 / 외로울 사 이내 몸은 / 뉘와 함께 돌아갈꼬’

『삼국사기』 고구려본기에 전해지는 이 노래는 유리왕이 자기의 고독한 처지를 암수의 꾀꼬리가 정겹게 노니는 것에 비유하고 있다. 

꾀꼬리는 한자어로는 흔히 ‘앵(鶯·鷪)’이라 하며 ‘황조’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꾀꼬리와 관련된 ‘춘앵무(春鶯舞)’라는 전통무용도 있다. 한글로 풀면 ‘봄날 꾀꼬리가 추는 춤’인데 조선 순조 때 효명세자가 어머니인 순원왕후의 40세를 축하하기 위해 만든 춤이다. 효심이 지극하기로 유명한 효명세자의 마음이 봄햇살처럼 담겨있다. 어느 봄날 아침 버들가지에서 지저귀는 꾀꼬리 소리에 반해 이것을 춤으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화문석 위에서 여자 무용수가 홀로 춤을 추는데 노란 깃털을 뽐내는 꾀꼬리가 연녹색의 버드나무를 날아다니며 노니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춘앵무는 아주 느리게 추는 춤이라 전통춤 중에서 어려운 춤으로 꼽힌다고 한다. 2018년 평창올림픽 폐회식에서 영화배우 이하늬가 공연하기도 했다. 

사진제공 : 김은정 (사)에코코리아 모니터링팀장
사진제공 : 김은정 (사)에코코리아 모니터링팀장

요즘 숲속은 번식을 끝낸 부모새들의 자녀교육이 한창이다. 나무 아래 떨어진 딱새며 참새 새끼를 구조했다는 SNS글도 종종 눈에 띈다. 숲길을 조용히 걷다보면 새끼들을 데리고 나와 먹이 찾는 법, 사냥하는 법, 나는 법을 교육하는 어미새들과 미숙하지만 부모를 따라 학습하는 올해 태어난 어린 새를 만날 수 있다. 

자연은 참으로 신비롭다. 봄햇살이 숲속 가득 퍼지면 아름다운 새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오고 얼마 지나 어린 새들의 밥달라는 아우성이 숲을 채우면 부모새는 새끼를 걷어먹이느라 몰골마저 초라해진다.(이것을 ‘육추’라고 부른다) 또 얼마간 지나면 둥지 밖으로 새끼를 유인한다. 새끼는 서툰 날개짓으로 세상을 향해 한걸음 전진한다.(이것을 ‘이소’라 한다.) 어미새들은 교육이 끝나면 매몰차게 새끼를 밀어내 독립시킨다. 

이 글을 읽고 정발산이든 가까운 산을 찾게 되면 귀를 크게 열고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해보시라. 생각보다 많은 종류의 소리가 들릴 것이다.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도대체 누구의 소리인지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 된다. 유튜브를 검색하고 책을 찾아보면서 시나브로 자연의 친구가 되는 것이다. 새들의 노랫소리에 매료된 자연의 친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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