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행복한 경비원입니다』  펴낸 레크리에이션 강사 장두식씨 

곤혹스런 경험, 미담 등 담아
근로기준법 적용 못받는 현실
경비원 인권 더 개선돼야

[고양신문] 아코디언, 하모니카, 기타, 마술, 저글링, 노래 등에서 다채로운 실력을 발휘하며 이웃을 즐겁게 하던 한 레크리에이션 강사가 『나는 행복한 경비원입니다』라는 책을 냈다.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모여들지 않자 레크리에이션 강사 일을 접고 저자는 경비원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저자는 약 3년 전부터 경비원으로 생활하며 몸으로 부딪히며 느낀 점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한 권의 책으로 묶자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했다.  

책의 저자는 마두동 백마마을에 살고 있는 장두식(69세)씨. 장씨는 2014년부터 고양, 파주, 김포를 넘나들며 경로당과 요양원을 찾아 다니면서 노래와 악기 연주로 봉사활동을 해왔다. 그런데 갑자기 찾아온 코로나19가 장기화되자 집안에서 놀 수 없어 요양보호사 일도 했지만 결국 경비직을 선택하게 됐다. 장씨는 “젊은 시절 기억으로 머리는 하얗고 얼굴은 주름이 쭈글쭈글하고 구부정한 경비 할아버지가 하던 일을 지금 내가 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지역에서 레크리에이션 강사로 활동하다가 3년 전부터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장두식씨가 ‘경비원의 세계’를 담은 책을 펴냈다.
지역에서 레크리에이션 강사로 활동하다가 3년 전부터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장두식씨가 ‘경비원의 세계’를 담은 책을 펴냈다.

책에는 경비원의 상세한 하루 일과, 곤혹스러웠던 경험과 경비원 처우 문제, 입주민에게 하는 하소연, 입주민에게 고마움을 느꼈던 사연, 앞으로 경비원이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 하고픈 말 등이 알차게 담겨 있다. 

“경비원으로 일하려면 집에서 나올 적에 오장육부를 싹 빼놓고 나와야 합니다. 과거 누렸던 지위도, 나이도 완전히 내려놓아야 해요. 간혹 경비원에게 갑질을 하려고 드는 주민도 있거든요. 모든 주민들에게 맞추다 보면 속이 썩기 마련이에요. 석 달마다 업무계약이 갱신되는 냉혹한 세계에서 20년 동안 경비원으로 계신 분들을 보면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3개월이라는 초단기 계약이 이뤄지는 이유는 경비원을 관리하는 용역회사가 퇴직금·연차수당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1년 근무 이상을 권장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경비원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당신 월급 내가 주는데 고분고분해야지”라는 투의 입주민 발언이다.  

장씨에게도 분을 못 참아 경비직을 그만둔 경험이 있다. 바람이 몹시 불던 어느 날, 분리수거로 쌓아놓은 종이박스가 날아다니는 걸 잠시 방치했더니 젊은 반장이 와서 고압적인 자세로 신경질을 내기에 자존심이 상해 같이 상대를 해버렸다는 것이다. 그게 빌미가 되어 시말서를 쓰라고 하길래 분을 못 참고 그만뒀다.

이렇게 힘든 경비원도 취업 경쟁률은 만만찮다. 장씨는 “경비원 모집공고가 나면 이력서를 들고 오는 사람이 많아 평균 10~20대 1로 경쟁률을 보인다. 들어오려는 사람이 워낙 많다 보니 현재 경비원인 사람은 불합리한 경우도 참으며 경비일을 이어나간다. 용역회사로부터 주민들과 마찰이 생기면 ‘당신은 무조건 해고다’라는 식으로 교육을 받은 걸 떠올리게 된다”고 말했다. 초소 안에서 잠을 청하는데 한밤중에 택배 온 것이 없냐고 문을 두드리는 주민에게 “없는데요”라고 말하자 “왜 신경질을 내세요?”라는 말을 듣게 되고, 이런 말을 들은 이후 불친절하다는 소문이 날까봐 걱정하는 직업이 바로 경비원이란다. 책에는 아파트 경비원이 현행법상 근로자가 아닌 특수고용직 노동자에 속해 있고, 이른바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면서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도 들어있다. 

현실은 이러한데 책 제목을 왜 ‘나는 행복한 경비원입니다’라고 붙였을까. 책에는 독자들의 가슴을 덥히는 미담도 담겨있다. 동대표에게 경비원 해고 이유를 알아야겠다며 플래카드를 내걸며 싸운 결과 15명의 경비원이 재고용된 사연, 경비원을 새로 뽑지 않고 병원에 있는 경비원이 퇴원할 때까지 주민들이 번갈아가며 근무를 한 사연 등이다.  그리고 팍팍한 경비원 생활에서도 본인의 삶을 포용해보려고 하는 구절도 책에 있다. 

“청소를 하면서도 감사하고, 순찰을 돌면서도 감사하고, 음식 쓰레기통을 닦으면서도, 안내를 하면서도, 부딪히는 일마다 감사의 메시지를 자신에게 부여한다. 바람이 불어서 감사하고, 날씨가 좋아서 감사하고, 화단에 예쁜 꽃이 있어 감사하고, 나에게 어깨를 부딪히는 사람이 있어 감사하다. 돌부리에 발이 결려 몸을 휘청일 때도 ‘감사합니다’라고 크게 외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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