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제품 수출 선도하는 천영근 아네시 대표

수입차 딜러로 정신력·치열함 키워
창업 4년 동안 1000% 이상 성장
매출의 65% 러시아·CIS 국가 시장 
“자체 브랜드 생산·유통에 나설 것”

천영근 아네시 대표는 “사업을 하면서 늘 무신불립(無信不立)의 자세로 임하고 있기에 오늘날과 같은 성장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며 “ 3년 안에 화장품 해외유통 전문 업계 TOP 5안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향해 모든 직원이 함께 달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고양신문]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에서 보고 계실 국민 여러분과 친구, 가족, 그리고 소중한 팬들과 이 기쁨을 나누겠습니다.”

지난 12일 미국에서 열린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오징어 게임’의 주인공 배우 이정재는 비영어권 드라마로는 역사상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수상소감의 마지막 부분을 한국어로 전하며 한국인의 ‘국뽕’을 다시 한번 차오르게 했다. 

사실 K-드라마에서 시작된 한국 문화는 게임, 대중음악과 클래식 음악, 영화, 뷰티, 음식, 만화 등 ‘K’라는 이름을 달고 전 세계인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주며 백범 김구 선생이 ‘나의 소원’에서 간절히 소망한 것처럼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고 있다. 

높아진 국가 위상 K-브랜드의 힘
“솔직히 ‘국뽕’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는 게 비즈니스를 위해 해외에 나갈 때마다 실제로 한국이라는 국가의 위상이 엄청나게 올라가 있음을 느낍니다. 정작 한국에 있는 우리만 그런 현실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한 것 아닌가 싶었는데, 코로나19 펜데믹 상황에서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K-방역’을 계기로 ‘눈 떠보니 선진국’임을 우리 모두 체감하게 됐잖아요. 한국의 유행이 곧 전 세계의 유행을 이끄는 시대가 됐습니다.”

2018년 창업 첫해 12억원에서 시작해 2019년 35억원 2020년 90억원 2021년 12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고 올해는 7월 현재 153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매년 평균 두 배 이상 성장하며 4년 동안 1000%가 넘는 매출성장을 보였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천영근 아네시 대표는 조심스레 “올해 저희의 최종 매출목표는 370억원”이라 귀띔하며 “후발주자로 업계에 들어온 제가 짧은 시간 안에 사업을 키워올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도 바로 ‘K’라는 코리아 브랜드의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네시의 베트남 전시회 참가 장면.

수입차 시장 7년 경험이 사업 원천
하지만 결코 ‘K’ 브랜드 덕분만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수입 자동차 분야에서 7년 동안 영업 현장을 지키며 경험했던 시간이야말로 ‘전쟁’으로까지 불리는 유통사업 분야에서 30대의 청년인 천 대표가 눈부신 성과를 거두어가고 있는 힘의 원천임은 분명해 보였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친형 같은 선배의 권유로 강남에 있는 BMW 전시장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4년가량 일한 후 벤츠 전시장으로 옮겨 3년, 총 7년 동안 수입 자동차 딜러로 생활했죠. 매일 새벽 6시 30분에 집을 나섰고, 주말에도 거의 쉬는 날 없이 현장을 지키고 고객과 늘 함께했습니다. 까다로운 수입차 고객들을 만나면서 참 많은 것을 경험했어요. 그때 제가 배운 것이 세 가지였습니다. 무슨 일을 하든 강력한 ‘멘탈리티(정신력)’를 갖춰야 한다는 것과 일에 대한 ‘치열함’, 그리고 영업의 시작은 ‘박리다매’여야 한다는 것이었죠.”

미국에서 열린 전시회의 아네시 부스에서 상담 중 기념촬영.
미국에서 열린 전시회의 아네시 부스에서 상담 중 기념촬영.

담당자 결국 감동하게 만든 열정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는 분야였지만, 2016년 수입 자동차 회사를 그만둔 지 2개월 만에 화장품 매장을 인수했다. 하지만 그 과정이 결코 순탄했던 건 아니었다. 여러 회사 중 이미 화장품 판매업을 하고 있는 동생의 권유로 ‘이니스프리’를 선택했다. 그런데 본사로부터 통보받은 순번은 107번째. 108번뇌도 아니고, 신규 매장을 내려면 몇 달이나 몇 년을 기다리며 고뇌에 찬 날들을 보내야 할지 모를 일이었다.

“본사 담당자에게 매일 하루에 세 번씩 전화했어요. 그러다 보니 제 전화를 피하기도했죠. 어느 순간부터는 담당자 핸드폰이 꺼져있더라고요. 그래도 역시 똑같이 매일 세 번씩 전화했습니다. 나중에 담당자에게 연락이 오더군요. 일주일간 휴가 후 복귀해보니 콜키퍼 콜로 온 전화를 보고 저의 열정에 깜짝 놀랐다며, 신규 매장은 아니고 기존 매장이 매물로 나온 게 있는데 해보겠냐면서 말이죠.”

아네시 물류창고 외관.

수출 해당 국가 출신 직원으로 채용
그렇게 인수한 매장을 1년 반 정도 운영하던 중 덜컥 2018년 일산에 회사를 설립했고, 직원 2명을 뽑았다. 우리나라의 화장품이 샤넬이나 에스티로더처럼 해외에도 수출하고 있다는 걸 알고 나서다. 해외시장을 물색하기 위해 무역협회나 KOTRA에서 나온 수많은 보고서와 리포트를 섭렵했다. 목표로 삼은 시장은 바로 러시아와 소련의 해체로 인해 독립국이 된 구 소련 공화국의 국가들이었다. 

“중국이나 동남아는 이미 다른 업체들이 많이 진출해 있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으로 그 당시까지는 수출이 많지 않았지만, 각종 보고서에서 시장 잠재력이 풍부하다고 짚고 있는 점을 눈여겨봤기 때문이었죠. 직원들도 그 나라 출신으로 한국으로 유학 와 대학을 졸업한 친구들로 뽑았어요. 해당 국가에 대해 잘 알기에 바이어와 친밀도를 높일 수 있고,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도 긴밀히 소통할 수 있었죠. 바로 이점이 타사와 달리 우리 회사가 시장을 확대하며 급격히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차별점 아닐까 싶습니다.”

아네시에는 우즈벡·러시아·인도·이집트·몽골 등 각 국가에서 온 25명의 직원으로 구성돼 있고, 이달 말 새로 출근할 직원까지 더하면 곧 30명이 넘게 된다. 아네시의 주요 시장은 65%가 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이고 30%가 미국, 태국, 두바이, 이집트, 말레이시아, 나머지 5%는 알바니아, 오만, 몽골, 베트남 등이다. 최근에는 신규 직원을 채용해 중남미 국가로 진출도 꾀하고 있다. 천 대표 자신도 2020년 9월 기존 화장품 매장을 정리하고 본격적으로 해외 직수출에만 전념했다. 

천영근 아네시 대표는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안마의자, 만화책, 서가, 라면을 끓여 먹을 우 있는 기계 등을 갖춘 휴게공간을 조성했고, 사내에 탁구대도 설치했다.

늘 무신불립(無信不立)의 자세로 업무 임해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아네시 역시 위기의 순간을 겪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각 국가 출신 직원들의 성실하고 빠른 대응과 아모레퍼시픽 같은 국내대표 회사와 직거래를 성사시키며 더욱 자신감을 키울 수 있었고, 3년 안에 화장품 해외유통 전문 업계 TOP 5안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아네시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국의 질 좋은 화장품 수출을 주도하면서 K-뷰티의 전파에 앞장서고 있고, ‘아이제제’를 필두로 자체 브랜드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아네시는 창사 이래 우리가 판매하겠다고 게런티한 금액을 늘 초과 달성하며 매출을 마감했습니다. 계약 기간 중 국내외 어느 곳에서도 문제가 발생한 적이 없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계약이 연장되고 또 매년 게런티 금액을 늘려왔습니다. 사업을 하면서 철칙으로 삼고 있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의 자세로 모두 함께 일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신뢰가 없으면 바로 설 수 없다는 뜻이죠. 국내 주요 거래처는 물론 먼 이국땅에 있는 바이어와 업무를 하면서 신뢰가 바탕에 깔려있지 않으면 일이 제대로 진행되는 것은 불가능하잖아요. 그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기초화장품, 헤어, 생활용품 등의 분야에서 합리적인 가격의 자사 브랜드를 생산·유통하는 것이 아네시의 중장기 목표입니다.”

아네시 임직원들이 가평 워크숍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