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에 대한 이해 부족… 공공시설 이곳저곳에서 ‘멈춤’

지난 8일 이동환 시장이 민선8기 고양시장으로 취임한 지 100일을 맞았다. 100일이라면 시정 방향에 대한 윤곽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에 고양신문은 이동환 시장의 취임 이후 ‘지난 100일’을 3회에 걸쳐 진단한다. 

이동환 시장은 ‘경제자유구역 추진’ ‘바이오정밀의료클러스터 추진’ 등의 공약에서 보듯이 경제와 기업유치에 초점을 맞춰 시정운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취임 초기라서 그런지 도시계획전문가라는 직함이 무색하게 행정절차에 대한 이해 부족 혹은 몰이해로 인한 행정 난맥상이 적잖게 드러나고 있다. 특히 공공시설 건설·도시계획 분야에서 이러한 점이 두드러진다. 기존에 진행되어 오던 공공시설 행정절차가 ‘재검토’라는 이름으로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재검토의 명분은 낮은 고양시 재정자립도를 고려해 시 예산 절감을 위한 방안을 찾는다는 것이다. 

이번호에서는 공공시설 건설 분야에서 드러난 시행정의 문제를 짚고, 다음호에서는 복지 분야, 그 다음호에서는 주민자치·시민사회 분야의 행정을 진단한다.

그린벨트 해제요건도 알지 못한 채
신청사 민간 복합개발 추진    

이동환 시장 취임 100일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가장 먼저 난맥상이 드러난 행정은 고양시 신청사 건립사업 재검토다. 이 시장은 낮은 재정자립도를 의식해 2950억원의 시 예산이 들어가는 신청사 건립사업을 재검토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재검토의 방향은 시 예산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고, 방법은 민간개발을 통한 사업비 확보였다. 공공청사로서의 단일용도가 아닌, 상업시설 등을 가미한 복합개발을 통해 개발이익을 창출하고, 이 개발이익금으로 건립비용을 충당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은 취임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공허한 계획이었음이 드러났다. 이유는 바로 신청사 부지의 그린벨트 해제 요건에 있다. 원당 신청사 부지는 개발이 제한된 그린벨트 지역이었기 때문에 그린벨트 해제야말로 신청사 건립의 가장 큰 난관이었다. 하지만 경기도는 올해 4월 공공청사만을 건설한다는 조건부를 내걸고 해당부지의 개발을 허용했다. 때문에 신청사 부지에서는 애초에 민간투자자에게 수익이 발생하는 복합개발이 불가능하다.

급기야 이동환 시장 측도 민간개발이 불가능함을 인정했다. 고양시장직 인수위원회 위원이자 신청사재검토TF 위원장인 이정형 중앙대 교수는 “신청사 부지의 그린벨트가 공공청사를 짓는 목적으로 이미 해제됐기 때문에 청사 이외의 복합개발은 물의가 따른다”고 말했다. 지난달 14일 열린 ‘신청사 재검토 포럼’이라는 공식적 자리에서였다. 

‘민간개발’에 대한 기대가 일단 꺾여버리자 이 시장 측이 내놓은 또 다른 대안은 ‘졸속’이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현재 계획 중인 연면적 2만2000평의 신청사 규모를 5000평 규모로 축소해 짓고 나머지 건물은 다양한 재원마련 방안을 찾아 단계적으로 짓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원안의 4분의 1 규모로 짓는 것이 과연 ‘신청사’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남기고 있다. 

신청사 건립사업 재검토는 현재 모순의 덫에 걸려있다고 볼 수 있다. 시 예산 부담을 줄이기 위한 재검토가 오히려 행정력과 예산 낭비를 가져오고 있기 때문이다. 임홍열 시의원은 “신청사 건립비용 2950억원 중에 시는 이미 1700억원을 신청사건립기금으로 적립해놓고 있다. 그런데 적립한 기금 중에 67억원 정도를 이미 지출했다”고 말했다. 이미 지출한 시 예산에는 신청사 실시설계 용역 설계업체에 선지급한 53억원, 국제설계공모 입상작 상금 2억원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신청사 건립사업 재검토 자체가 이미 진행된 국제설계공모나 실시설계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 김해련 시의원은 “신청사 건립사업은 행정절차의 80%가 이미 진행됐다. 아무리 새로운 시장이라도 불법 혹은 위법이 있거나 큰 비리가 있지 않는 이상 앞서 진행된 행정을 되돌린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부와 부지매매 계약 했는데도
‘다른 부지 알아보라’ 지시    

이미 상당히 진행된 행정을 되돌리려는 이동환 시장의 무리수는 ‘통일정보자료센터’ 부지 위치를 놓고도 벌어졌다. 통일정보자료센터는 통일대비 북한전문도서관 역할을 하는 통일부 산하 기관이다. 이 기관은 서울시 은평구가 통일부에 제출한 후보지와 경합 끝에 작년 12월 고양시 대화동 2707번지(킨텍스 야외주차자장 부지)로 유치됐다. 고양시에 따르면, 후보지 결정은 통일부가 구성한 부지선정위원회의 투표에 의해 결정된 것이다. 센터는 시유지인 이곳 6600㎡(2000평)에 지상3층·지하1층 규모로 2025년 말에 개관할 예정이었다. 센터의 건립부터 향후 운영까지 고양시 예산이 전혀 투여되지 않는 철저한 통일부 주관 사업이다.

그런데 이동환 시장은 센터의 위치로 이곳이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 하에 ‘다른 곳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부서에 내렸다. 향후 킨텍스 수요가 늘어날 것이므로 주차장 부지 확보가 훨씬 시급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리고 통일부를 상대로 다른 부지 검토를 위한 협의를 진행하라는 지시도 담당부서에 내렸다. 

하지만 이미 통일부가 결정한 통일정보자료센터의 부지 변경은 행정절차상 불가능에 가깝다. 올해 2월 센터의 이전·건립을 위한 도시관리계획(면적· 위치 등 확정)이 결정됐고, 3월에는 센터 건립을 위한 통일부와 고양시 간 MOU가 맺어졌다. 이후 통일부는 부지 매매계약을 맺어 2026년까지 4회 분할로 186억원을 고양시에 지불하기로 약속했다. 또한 약 11억원으로 ‘통일정보자료센터 건립사업 설계용역’도 지난달 이미 착수한 상황이다.

이 시장의 행정절차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센터의 위치 재검토를 지적할 수 있지만 한편에서는 ‘전임 시장 흔적 지우기’로 해석하기도 한다. 고양시 한 관계자는 “12년 만에 자리에 오른 보수 시장이라서 대북관계 사업을 탐탁지않게 여길 수 있다. 통일정보자료센터의 고양시 유치는 대북사업을 중시하는 전임 시장의 큰 성과로 보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 시장은 대북관계 사업보다는 기업유치에 더 중점을 둠으로써 전임 시장의 성과를 부각시키려 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시-국립암센터 우호관계 이해 부족
파트너십없이 의료클러스터추진 무리 
 
대북사업과 관련해 이동환 시장이 멈춘 행정은 또 있다. 바로 전임시장이 추진하던 ‘평화의료 클러스터’ 조성 계획이다. 평화의료 클러스터는 일산테크노밸리 내에 구상된 ‘남북 보건의료협력’을 위한 의료·바이오 클러스터를 말한다.

이 계획의 추진 동력은 바로 고양시와 국립암센터의 우호적 관계였다. 국립암센터는 현재 자체적으로 운영 중인 ‘국가암빅데이터센터’를 보건복지부의 승인 하에 일산테크노밸리로 이전·확장하려는 의사를 내비친 데 이어 ‘신항암연구센터’ 역시 일산테크노밸리에 새롭게 건립하는 것도 고양시와 협의하고 있었다. 국가암빅데이터센터, 신항암연구센터에 더해 가장 앵커시설인 ‘한반도 평화의료교육연구센터’, 이 3개 시설을 주축으로 기업, 병원, 연구소 시설을 집적화해 의료·바이오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이 전임시장 때까지의 계획이었다. 

이러한 클러스트의 방향은 ‘남북 보건의료협력’을 통해 지자체 차원에서 통일의 길을 여는 것이지만 이념적인 차원에서만 추진되는 것은 아니었다. 기업유치가 어려운 상황에 처한 고양시가 경기북부 접경지역에 있고 6개의 대형병원이 있다는 이점을 활용해 그나마 가시화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이었다. 경제적 선순환 구조를 일산테크노밸리 내 남북의료협력 클러스터를 통해 이뤄내자는 의도도 다분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협의가 이동환 시장 취임 이후 그다지 원활하게 이어지지 않고 있다. “국가암빅데이터센터와 신항암연구센터의 일산테크노밸리 이전을 위한 협의가 예전만 못하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동환 시장이 남북의료클러스터에 대해 냉담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전임시장이 추진했던 ‘평화의료 클러스터’ 대신 이동환 시장이 들고 나온 것은 ‘바이오 정밀의료 클러스터’였다. ‘바이오 정밀의료 클러스터’는 경제자유구역 추진과 함께 이동환 시장의 중점 추진 사안이다. 하지만 바이오 정밀의료 클러스터가 전임시장이 추진했던 남북의료협력을 뼈대로 하는 ‘평화의료 클러스터’의 구상을 아예 배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에 배제한다면 고양시가 지난달 1억5000만원을 들여 최종 보고서를 받아든 ‘한반도 평화의료교육 연구센터타당성조사 및 기본구상 연구용역’은 무용지물이 된다. 배제 가능성이 높은 것이 고양시는 이달부터 새롭게 ‘바이오 정밀의료클러스터 기본계획수립 타당성조사 용역’을 실시하기 때문이다. 시장이 바뀌면서 비슷한 성격의 용역에 중복투자 하는 셈이다.   

‘평화의료 클러스터’가 일산테크노밸리 내 일부 부지에 조성되는 것과 달리 ‘바이오 정밀의료 클러스터’는 아직 대상지도 불분명하다. 시 담당부서는 “대상지를 다각도로 폭넓게 검토하고 있다”라고만 전하고 있다. 다시 말해 ‘바이오 정밀의료 클러스터’는 시 행정의 목표로만 설정되어 있고 아직 구체화된 것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정부예산 들어간 평생학습센터 
예산 절감 논리에 주민편익은 무시 

행정의 연속성이 끊긴 사례는 착공을 앞둔 주민편의 시설도 예외가 아니다. 서정초 맞은편에 위치한 행신동의 평생학습관·장애인종합복지드림센터는 모든 행정절차를 마무리하고 착공을 앞두고 있었지만 이동환 시장의 지시에 의해 행정이 멈춰섰다. 이 시장이 센터 건립사업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해당 부서에 지시했기 때문이다. 특히 향후 센터의 운영 계획을 마련할 때까지 착공을 미룬다는 의향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센터 건립 사업은 정부가 추진한 ‘생활 SOC 복합화 사업’에 고양시가 선정된 사업이다. 센터건립에 필요한 예산 413억원 중 84억원이 정부예산으로 투여된다. 지하 2층, 지상 7층, 연면적 9388㎡(2840평) 규모로 짓는 센터에는 수영장을 비롯해 체육시설, 장애아 전담어린이집, 강의실, 다목적홀 등으로 구성되어 애초에 주민들의 기대가 컸던 시설물이었다. 서정마을 주민들은 착공 연기 소식을 접하자 “주민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정”이라며 반발했다.

또한 건축설계공모를 통해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을 1년간 진행한 이후 구성된 시설물이기 때문에 센터 내 공간 변경 역시 어렵다. 한 시의원은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시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시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공간 활용도 등을 재검토하겠다는 의도는 알겠다. 하지만 비용뿐만 아니라 주민이 센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편익도 감안해야 한다”며 오로지 예산 절감만을 위하는 시 행정을 나무랐다. 

특히 정부가 ‘지역주도’, ‘균형발전 등 국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 지자체를 대상으로 검토한 결과 고양시가 선정되어 사업이 추진됐다는 점에서 과연 ’재검토‘가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김해련 시의원은 “이동환 시장은 행정 실무경험이나 의정활동 경험이 전혀 없기 때문에 앞서 진행된 행정을 되돌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은 예전처럼 제왕적 권한을 가진 것이 아니다. 행정적으로 가능한 영역과 불가능한 영역을 구분하고, 상위법에 배치되는지 여부를 살펴 행정을 펼쳐야 한다. 행정절차에 대한 몰이해로 인한 혼란은 시민들에게 피해를 안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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