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민복지재단 설립추진’ 수십억 출연금보다 더한 가치 만들어낼까

[고양신문] 이동환 시장 취임 100일이 지나는 시점에서 시정을 진단하는 기획기사를 이번호에서도 싣는다. 지난호에서는 기존에 진행되던 공공시설 건립에 대한 행정절차가 ‘재검토’라는 명목으로 중단된 현황을 짚어보았다. 고양시 곳곳에 진행되던 공공시설 건립사업을 재검토함으로써 시 예산을 절감한다는 의도에도 불구하고 행정절차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무리수를 둔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았다.  

이번호에서는 복지 분야를 다뤄본다. 취임 초기여서 복지정책의 뚜렷한 변화가 표면화되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복지사업을 재정비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이는 중복되거나 효과성이 떨어지는 복지사업을 없애겠다는 의도다. 그리고 필요한 곳에 더 지원하겠다는 의도이기도 하다. 고양시 복지 관련 부서는 이러한 이동환 시장의 복지정책을 한마디로 ‘합리적 복지’라고 일컫는다. 이 역시 시 예산을 절감한다는 의도가 다분한 복지 정책 노선이다. 

그리고 이 합리적 복지를 구현하기 위해 ‘고양시민복지재단’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복지재단의 설립이야말로 고양시의 기존 복지 시스템 전체를 바꾸는 큰 변화라고 볼 수 있다. 고양시 담당부서는 고양시민복지재단은 통합·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고 설명한다. 

이번호에서는 고양시 복지정책 전반에 대한 변화 분위기를 보도하되, 고양시의 복지재단 설립 준비 현황, 기존 복지시스템에 대한 여파, 그리고 복지재단 설립으로 인해 우려되는 점 위주로 살펴보겠다. 

복지에도 시예산 절감 지시
종사자 인건비 삭감으로 해결 
시-민간 사이, 재단이라는 위계
하나 더 늘린다는 우려도 나와
전국에 기존 42개 재단 운영 

[고양신문] 고양시 2022년 본예산 규모는 3조723억원이다. 이중에서 일반회계 예산규모는 2조5157억원인데, 여기서 복지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46.5%(1조1694억원)다. 그만큼 시정방향을 파악하는 데 있어 고양시의 복지예산의 운용은 중요하게 들여다 보아야 할 부문이다. 

그런데 복지 예산을 이전보다 10% 정도 줄이라는 이동환 시장의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복지사업의 대부분은 정부예산과 시 예산이 매칭된 형태로 사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시 복지예산을 임의대로 줄이기는 쉽지 않다. 국비와 도비가 매칭된 고양시 복지예산은 고양시 전체 복지예산에서 92%를 차지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선8기 고양시는 복지 관련 인건비를 절감하는 형태로 복지예산을 줄이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청소년재단의 경우 채용시험에 합격해놓고도 시장이 승인을 하지 않아 2개월 이상 출근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또한 경기도 내 다른 지자체는 내년부터 다함께돌봄센터, 지역아동센터, 공동생활가정, 학대피해아동쉼터 등 아동보호전문기관 인력에 호봉제를 적용할 뜻을 밝혔으나 고양시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고양시의 복지시설 관계자는 “비단 복지부문뿐만 아니라 전 부문에 걸쳐 10%의 예산을 줄이라는 시장의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알고 있다. 무료급식 등 무료로 제공되는 복지사업보다는 수익을 내는 쪽으로 복지사업을 전환하라는 취지의 지시도 내려졌다고 한다. 그런데 예산 절감을 통해 비축하는 시 예산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복지재단 출연금 해마다 20억원 추정 출연금
무엇보다 이동환 시장 취임 이후 고양시 복지 부문에서 가장 큰 변화는 ‘고양시민복지재단’의 설립 추진으로 볼 수 있다. 고양시가 복지재단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경기도와 사전협의를 진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전협의안(계획안)을 고양시가 마련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고양시는 약 3개월가량 걸리는 복지재단설립을 위한 타당성 용역을 진행하려고 한다. 용역을 바탕으로 사전협의안을 마련한다는 것이 시의 방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8월 고양시의회는 ‘고양시민복지재단 설립을 위한 타당성 검토 기본용역’ 예산 22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재단설립을 위한 첫걸음부터 제동이 걸린 것이다. 고양시의회 상임위(문화복지위)는 “복지재단 설립은 추후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인데도 충분한 검토와 준비 없이 고양시가 막무가내로 진행하려 한다”는 비판을 가했다. 

고양시장직 인수위원회가 펴낸 백서에 따르면 복재재단 운영을 위해서는 설립초기 기본재산 출연금 30억원 외에 해마다 20억원의 출연금이 필요하다. 또한 재단에 종사할 인력은 23명으로 내다봤다. 

적지 않은 출연금이기 때문에 시 재정 부담이 있지만 민선8기 10대 핵심과제에 ‘시민복지재단 설립’도 포함되어 있는 만큼 이동환 시장은 4년 임기 동안 끊임없이 설립 추진 의지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고양시의회의 협조가 이뤄진다는 전제하에서도 고양시가 복지재단 설립에 소요되는 시간은 최소한 2년 이상이다. 경기도와 사전협의를 거친 이후에도 최소 6개월이 소요되는 타당성 검토 용역을 한 번 더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양시 복지정책과는 “경기도와 1차 협의가 이뤄지면 설립계획을 수립하게 되고, 그 설립 계획이 타당성이 있는지 검토하는 용역을 최소한 6개월 동안 실시한 후에 경기도와 2차 협의를 진행하게 된다. 그 후 조례제정을 통해 설립이 완료된다”고 설명했다. 

시 “복지관 직영하지 않을 것” 
고양시가 복지재단을 설립하려는 목적은 복지 정책에 대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기 위해서다. 중복되거나 효과성이 떨어지는 복지사업을 폐지하고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기 위해서는 복지정책의 구심점이 될 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자체가 출연해 설립하는 복지재단은 공익 증진이라는 목적과 달리 민간과 공공의 협력 상생이 아니라 관 주도의 일방적인 관계를 제도화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복지재단이 민간의 운영에 지속해서 관여하거나 지역 내 민간 부문을 잠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복지재단이 설립됨으로써 민간시설과 시청 사이에 하나의 위계 조직만 늘리는 옥상옥 구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기존 고양시지역사회보장협의체의 기능과 역할이 위축되거나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2005년에 설립된 고양시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지역사회의 복지 증진을 위해 민간참여 기반을 조성하고 민관협력의 의사소통구조를 확립해왔다. 이러한 역할은 복지재단의 역할과 겹쳐진다. 특히 고양시 44개동의 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운영지원하는 현 상황에서 복지재단과 어떻게 양립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다. 유선준 시 복지정책과장은 “복지재단과 협의체의 역할이 어떻게 조정될 것인지는 복지재단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복지재단 설립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해야 알 수 있지만 그 전에 시민, 민간전문가, 공무원, 시의회의 의견을 수렴해 가장 좋은 모델을 만들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복지재단이 설립됨으로써 기존 복지관에 대해 복지재단이 직영체제로 운영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고양시에는 종교단체나 민간법인에 의해 위탁 운영되는 기존 9곳의 종합사회복지관, 3곳의 노인복지관, 1곳의 장애인복지관이 있다. 
고양시는 일단 직영 체제를 부인하고 있다. 유선준 시 복지정책과장은 “복지관이 설립된다 하더라도 고양시에 있는 13개의 복지관을 직영하지는 않을 것이고 직영할 수도 없다. 현재 민간위탁 운영되는 13개 복지관을 직영한다면 복지재단이 비대화된다는 의미인데 그렇다고 복지시스템이 더 효과적일 거라고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영 문촌7종합사회복지관장은 “고양시의 경우 고양시정연구원, 고양시사회복지협의회, 고양시지역사회보장협의체 등 나름대로 기반이 잘 갖추어졌기 때문에 굳이 컨트롤타워가 필요할까라는 생각도 한다. 다만 복지자원의 분배 측면에서 소규모 복지시설의 경우에는 복지재단 설립을 반길 수도 있다. 한곳에 몰려있는 자원을 분배하는 역할을 복지재단이 할 것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기존 재단, 통합관리 역할 안 해   
복지 전문가는 복지재단의 역할이 시설의 통합관리보다 민간업체를 지원하는 역할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고 말한다. 문정화 고양시정연구원 연구위원은 “복지재단이 시설을 직영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민간에서 충분히 잘 운영해오던 시설에 대해서는 복지재단이 굳이 직영할 필요는 없다. 복지재단은 민간이 하지 못하는 기능을 할 때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시복지재단이 2003년 가장 먼저 설립된 이후 우리나라 복지재단 수는 42개(광역자치단체 4개, 기초자치단체 38개)를 헤아린다. 기존에 설립된 복지재단의 역할과 기능은 지자체마다 조금씩 다르다.  

2003년 국내 최초 지역복지재단으로 설립된 서울시복지재단은 203명의 인력을 운용하고 있다. 서울시복지재단의 2022년 사업 예산 중 연구사업 예산 규모(총사업비 중 17.3%)가 가장 크다는 점에서 사회복지 정책 연구의 기능이 주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서울시복지재단 기본재산 출연금은 115억원이다.
2003년 국내 최초 지역복지재단으로 설립된 서울시복지재단은 203명의 인력을 운용하고 있다. 서울시복지재단의 2022년 사업 예산 중 연구사업 예산 규모(총사업비 중 17.3%)가 가장 크다는 점에서 사회복지 정책 연구의 기능이 주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서울시복지재단 기본재산 출연금은 115억원이다.
창원복지재단은 2020년 특례시 중 최초로 복지재단을 설립했다. 민선 7기 공약 사항이었던 복지재단 설립은 출연금 100억원으로 구성되었으나 설립 초기인 현재 기본재산 출연금 30억원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사진출처 =창원시
창원복지재단은 2020년 특례시 중 최초로 복지재단을 설립했다. 민선 7기 공약 사항이었던 복지재단 설립은 출연금 100억원으로 구성되었으나 설립 초기인 현재 기본재산 출연금 30억원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사진출처 =창원시

문 연구위원은 “아직까지 복지서비스 사각지대가 남아있고 서비스 중복이 나타나기 때문에 통합관리하는 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미 설립된 타지자체의 복지재단을 보았을 때, 통합관리 기능을 하고 있는 복지재단이 그다지 많지 않다. 서울시복지재단, 경기복지재단 같은 광역지자체 복지재단의 경우 복지정책 연구가 주된 기능이다. 나머지 기초지차제가 세운 복지재단의 경우 모금기능 혹은 민관 네트워킹, 시설 운영 등이 주된 기능이다”고 설명했다.

반면 여러 우려 때문에 복지재단을 설립하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한 복지 전문가는 “1년에 들어가는 출연금보다 더한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재단 대표와 운영진은 사회복지에서의 전문성을 충분히 갖춘 이들이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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