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고양신문 사별연수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위원

 

오세훈 취임 후 서울시 행정
임의적 성과지표 조정 통해
‘전임시장 예산 날리기’ 나서
시민관점 예산사업 평가 필요 


[고양신문] 내년 고양시 본예산 발표를 앞두고 전례 없는 ‘예산 갈등’이 예고된 가운데 앞선 서울시 사례를 토대로 현 지방재정구조의 문제점과 개혁방안을 살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18일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지원하는 2022 고양신문 사별연수 7번째 순서로 ‘서울시 사례를 통해 본 지방재정구조 문제점’을 주제로 한 강연이 마련됐다. 강의를 맡은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서울시 재정사업의 주요 변화와 문제점, 평가지점 등에 대해 논의를 이어갔다. 

김상철 연구위원은 지난 지방선거 이후 자치단체장이 교체된 지역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예산 갈등’ 문제를 재정민주주의적 관점에서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민주주의적 재정이론에 따르면 현대국가의 재정은 조세에 의존하기 때문에 ‘나랏돈’이 아니라 시민들이 낸 공공재원을 행정이 대리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지방재정구조는 이러한 공공재원에 대한 ‘시민들의 민주적 개입’보다는 ‘관료주의적 통제’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에 끊임없는 갈등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서울시다. 김상철 위원에 따르면 오세훈 시장 취임 후 전임시장 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이뤄졌는데 가장 대표적으로 민관협치와 관련된 예산들이 삭감되거나 폐기됐다. 주목할 부분은 해당 예산사업들을 폐기하는 방식인데 가령 시책사업으로 진행된 것들에 대해서는 ‘법령 근거가 없다’는 명목으로 예산을 삭감하거나 시의회에 조례폐지안을 통과시키는 방식으로 사업철회가 이뤄졌다. 여기에 감사기구를 활용한 ‘괴롭히기’와 “민간보조금 사업이 시민단체 ATM기로 쓰였다”는 식의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마타도어’도 이어졌다.     

사업예산책정을 위한 제도적 장치인 ‘성과계획지표’를 임의로 조정해 예산을 삭감시키는 방식도 동원됐다. 재정사업 평가 기준을 변경해 시장이 하기 싫은 사업의 점수는 의도적으로 낮추고 하고 싶은 사업의 점수는 높이는 방식이다. 가령 서울시의 경우 시민협력국 부서의 성과지표에서 ‘비영리민간단체 지원건수’, ‘민관협치교육 만족도’, ‘시민참여예산 참여동수’ 등의 항목을 삭제했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기존 예산사업에 대한 평가점수를 낮추면서 정책 폐기로 이어지게 됐다.

문제는 이러한 방식의 ‘전임시장 지우기’가 모두 법 테두리 내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김상철 위원은 “이처럼 ‘위법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기존사업 폐기과정이 이뤄지다 보니 시민사회에서도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결국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현재 관료주의에 매몰되어 있는 재정구조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재정사업 성과평가체계에 대한 민주적 개편을 이야기할 수 있다. 그동안 ‘더 나은 지방정부 정책’을 위해 시장의 직권 혹은 행정의 선의에 기대는 방식의 사업을 추진해왔다면 이제는 시장이 바뀌더라도 역진 불가능할 정도의 높은 수준의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상철 위원은 “예를 들어 현재 각 재정사업의 성과지표를 보면 대부분 수요층 확대 등 공급자 위주의 시각이 반영되어 있는데 여기에 시민만족도 같은 수요자 관점도 함께 반영된다면 더 나은 사업평가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재정민주주의 강화를 위한 재정제도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은 “부서별 칸막이식 거버넌스를 넘어 시민 지향의 성과체계 구축을 통해 기존 재정구조를 대체하는 적극적인 전략을 수립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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