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이동환 고양시장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신청사 건립 백지화를 발표하고 있다.
4일 이동환 고양시장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신청사 건립 백지화를 발표하고 있다.

“백석동 이전 논의, 수개월 간 10차 회의”는 거짓
행정검토 배제한 채, 시장·부시장 단독 결정했나?
도시개발 중요 사안 손바닥 뒤집듯, 절차상 문제 심각

 
[고양신문] 이동환 고양시장이 2018년부터 진행되어온 신청사 건립을 전면 백지화한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4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신청사 건립계획을 무효화하는 대신 요진개발로부터 기부채납 받게 될 백석동 요진빌딩을 청사 건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현 원당 고양시청을 백석동으로 옮기겠다는 내용이다.

이번 신청사 백지화 발표는 말 그대로 ‘깜짝’ 발표였다. 수년간 신청사건립을 추진해온 관련 부서 공무원들조차 전면 백지화 계획을 기자회견 당일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신청사 추진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 공무원은 “지금껏 추진했던 계획을 모두 없던 것으로 한다는 이야기를 기자회견 직전 처음 들었다”며 “백석동 이전을 부서에서 구체적으로 검토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이정형 제2부시장은 ‘백석 이전과 관련해 어떤 검토가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가 부시장으로 오기 전부터 ‘신청사 TF 위원장’으로 있었고, 그때 10차례 회의한 회의록이 다 남아 있다. 검토 내용을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필요하다면 회의록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충분한 검토를 통해 백석동 이전을 결정했다는 설명인데, “최근까지도 부서에서 그런 논의가 진행된 바는 없었다”는 공무원들의 답변과는 상반된 내용이다. 해당 부서는 이정형 부시장이 위원장으로 있던 TF 회의를 주관한 부서다.

이정형 부시장이 신청사건립단 공무원들과 TF 마지막 10차 회의를 주관한 것은 지난해 11월 14일이다. TF 활동을 마무리짓는 최종 회의라는 상징성을 갖는 중요한 자리였다. 하지만 이날 TF 회의에서는 ‘백석동 이전 문제’와 ‘신청사 백지화에 대한 논의’는 전혀 다뤄지지 않았고, 원당부지에 ‘청사의 단계적 축소 건립’을 어느 규모로 추진할지가 주요 논의 대상이었다. 이는 고양신문이 입수한 회의록을 통해 확인됐다.

결국 기자회견에서 이정형 부시장이 “백석동 검토를 TF에서 충분히 검토했다”는 답변은 회의록과 담당 공무원의 설명과는 배치된다. 부시장이 기자회견장에서 거짓말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정리하면, 신청사건립 TF 최종회의에서 논의가 없었을 뿐 아니라 그후 어떤 자리에서도 관계 공무원들과 공식적으로 논의하지 않은 내용을, 이동환 시장과 이정형 부시장이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것. 

고양시청 이전 건물로 발표된 백석동 요진 업무빌딩.
고양시청 이전 건물로 발표된 백석동 요진 업무빌딩.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는 점은 이 시장과 이 부시장이 ‘누구와 어떤 논의를 통해 백석동 이전을 결정했는가’이다.

수천억의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을 중간에 백지화했을 때는 수많은 행정적 검토가 필수적이다. 이미 54억원의 시예산이 신청사 설계비로 지급됐다. 그럼에도 부서 공무원들마저 이를 백지화하는 의사결정 과정에 아무도 참여하지 못했다는 점은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시민들은 “시장이 공무원들마저 배제하고 절차를 무시한 채 비선을 통해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신청사 백지화가 짧은 시간에 날림으로 결정됐을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TF 10차 회의까지도 공식 논의되지 않았다면 그 이후에 검토가 이뤄졌다는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기자회견 전까지 1달 반만에 이런 결정이 나온 셈이다. 백지화 결정 과정에 어떤 주체가 참여했는지도 문제지만, 그 검토 기간 또한 너무 짧았다는 지적이다. 

신청사 원당 존치위 관계자는 “신청사는 3~4년간의 행정절차를 거쳐왔고 이제는 삽만 뜨면 되는 일이다. 지금까지 매몰비용만 67억원이이 들어갔다”라며 “고양시청 백석 이전을 기필코 막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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