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시장이 내는 ‘밥값’ 
민주당 “민생에 영향 없어”
“불통행정에 경고 날린 것”

[고양신문] 올해 고양시 본예산이 설연휴를 앞둔 지난 20일 뒤늦게 확정됐다. 시의회가 삭감한 예산은 약 110억원으로, 시집행부가 당초 요구했던 전체 예산안(2조9963억원)의 0.37%에 해당한다. 

이동환 시장은 설연휴가 끝난 직후인 25일 시의회를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막무가내식 폭력적 예산삭감”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 등 날선 표현을 써가며 시의회 민주당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번 예산심사에서 이동환 시장의 심기를 가장 불편하게 한 것은 ‘업무추진비’ 삭감이다. 이 시장과 시집행부는 “예산이 반토막 났다. 90%가 깎였다”라는 표현을 썼는데, 실제 예산삭감 규모를 살펴보면, 올해 본예산 삭감 규모(110억원, 삭감률 0.37%)는 2021년도 본예산 삭감 규모인 189억원보다 적다. 그럼에도 이번 예산삭감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취임 첫 본예산 중 본인이 쓸 수 있는 업무추진비가 약 90% 삭감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동환 고양시장. 사진=고양시 제공
이동환 고양시장. 사진=고양시 제공

전체 삭감액 110억원(308건) 중 업무추진비는 약 13억원으로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이 시장은 기자회견 내내 업무추진비 삭감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시장의 업무추진비는 왜 고양시의회 민주당의 삭감 타깃이 됐을까. 업무추진비란 과거에 ‘판공비’라 불렸던 돈이다. 공무를 처리하는 데 사용하는 잡비를 말하는데 실제로는 ‘밥값’으로 쓰이는 경향이 크다. 명목상 회의 준비비로 사용되지만 자치단체장이 여러 사람을 만날 때 생색낼 수 있는 돈으로 인식된다.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는 기관운영·시책추진·정원가산 등 대략 5~6개로 분류되는데, 그중 기관운영·시책추진으로 분류되는 업무추진비는 사실상 시장이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올해 고양시의회가 삭감한 업무추진비도 기관운영 21건(4억3100만원), 시책추진 187건(8억9500만원)으로 시장이 사용할 수 있는 돈을 삭감했다고 볼 수 있다. 둘을 합치면 삭감액이 13억2600만원이다. 

익명을 요구한 고양시 최고위직 퇴직공무원은 “부서 이름으로 세워진 업무추진비도 덩어리가 큰 금액은 비서실에서 미리 묶어두라(쓰지 말라)고 실·국장에게 지시가 내려온다. 나중에 비서실이 알아서 쓰겠다는 것인데, 실제로는 시장이 쓴다. 예산서에는 시책업무추진비가 부서별로 쪼개져 있지만 결국엔 대부분 시장이 쓰게 돼 있다. 시장이 기관장들이나 기자들 만나서 밥 사는 돈이 부서별로 쪼개져 있는 업무추진비에서 나온다”라고 말했다. 부서별로 흩어져있는 업무추진비가 시장의 쌈짓돈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고양시의회 김미수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번 업무추진비 예산삭감에 대해 “불통행정을 펼친 이동환 시장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업무추진비 삭감이 시정 발목을 잡고, 조직운영에 불편을 줄 것이라는 이 시장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밥값을 줄인 것이 어떻게 시정에 영향을 준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또한 고양시장이 쌈짓돈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돈이 1년에 15억원 가까이 된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으로 확인됐는데, 이는 너무 과한 예산이다. 업무추진비로 소외계층을 지원한다는 보도자료를 냈던데 이 또한 거짓이다. 그렇게 쓰인 경우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에 삭감된 업무추진비는 5급 이하 공무원들에게 쓰이는 예산(정원가산업무추진비)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며 “오직 시장이 쓸 만한 업무추진비만 삭감했다”고 강조했다.

이동환 시장의 또 다른 불만 중 하나는 집행부 업무추진비는 대폭 삭감해 놓고, 시의회 업무추진비는 원안 가결한 점이다. 이번 예산심의로 시의회가 쓸 수 있는 올해 업무추진비는 2억3400만원이다. 

이에 대해서도 김 원내대표는 “저희가 쓰는 업무추진비는 시장이 쓰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되게 적은 규모다. 시장 혼자서 15억원 가까이 쓰겠다고 예산을 편성했는데, 우리는 의장을 포함해 34명의 시의원과 의회사무국장, 전문위원들이 2억원이 조금 넘는 돈을 모두 함께 쓴다. 앞서 말했듯 이번 업무추진비 삭감은 본예산 심의 과정에서 불통으로 일관한 시장에 대한 경고 성격이 강하다라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민생이나 공무원 복지와 관련된 사항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고양시공무원노조는 26일 성명서를 통해 “고양시의회는 조속히 임시회를 열어 민생예산과 업무추진비 예산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이동환 시장에게도 “의회와 대승적 협치를 통한 대의적인 정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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