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환 고양시장. 사진=고양시 제공
이동환 고양시장. 사진=고양시 제공

본예산 폐기되면, 준예산 
어차피 추경 때 다시 심의
“대결 아닌 소통으로 해결”

[고양신문] 이동환 고양시장이 25일 올해 본예산 심의결과에 대해 “시장의 정책사업과 업무추진비가 대폭 삭감됐다”며 “재의요구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재의요구는 시의회가 이미 의결한 사안에 대해 단체장이 다시 의결하라고 반려하는 행위를 말한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지방의회의 의결이 월권이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고 인정되면 그 의결사항을 이송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이유를 붙여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재의요구권이 발동될 경우 시의회는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서 전과 같은 의결을 해야 그 의결사항이 최종 확정된다. 

다시 말해 출석의원 3분의 2가 기존에 도출했던 본예산 심의 결과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이번 본예산은 자동 폐기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동환 시장이 원하는 표결 결과가 나오더라도 예산안 전체가 폐기되면서 다시 준예산 체제로 돌아가게 된다는 점이다. 

즉 재의요구가 받아들여지더라도 삭감됐던 예산이 다시 살아나거나 증액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준예산 체제가 길어지면서 고양시 집행부 업무를 마비시키게 된다. 결과적으로 공익을 해치는 결과가 초래되고, 이 시장 입장에서도 별다른 실익을 얻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시집행부는 예산을 항목별로 쪼개서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방식도 시의회 표결을 통해 기존 예산안이 폐기된다 하더라도, 결국엔 다시 다음 추경에 예산을 올려 재차 시의회의 심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시집행부가 바라는 대로 예산안이 원안 가결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어차피 현재 갈등을 빚고 있는 삭감예산에 대해서는 조만간 추경을 통해 예산을 심의하게 될 텐데, 굳이 중간에 재의요구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들은 “재의요구를 하게되면 쓸데없는 감정싸움으로 갈등의 골만 깊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난 20일 고양시의회(의장 김영식)가 2023년도 예산안을 확정 의결했다.
지난 20일 고양시의회(의장 김영식)가 2023년도 예산안을 확정 의결했다.

이 때문에 재의요구권은 법률이나 조례 등 특정안건을 폐기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지, 예산심의 결과를 문제 삼는 경우에는 거의 활용되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앞서 설명했듯이 ‘별다른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추경을 논의해야 할 단계에서 재의요구권을 발동하게 되면, 부서 입장과 이동환 시장의 입장이 충돌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부서에서는 의결된 본예산을 인정해야만 추경예산을 협상테이블에 올릴 수 있는데, 시장이 재의요구를 하게 되면 이번 본예산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 되므로 부서와 시의회 간 예산 협상은 의미가 없게 된다. 재의요구권이 발동되는 기간만큼 불통의 시간만 늘어나는 셈이다.

신영호 고양시 예산담당관은 “시장님이 재의요구를 행사할 것을 공개 발표하긴 했으나 현재 ‘한다, 안 한다’로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라고 답했다. ‘시집행부에 실익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지금 당장 실익이 있다라고 확답하기는 어렵다. 내용을 검토 중이다. 빠른 시일 내에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고양시의회 김미수 의원은 “이동환 시장이 추경예산을 다시 올려야 할 상황에서도 소통과 대화에 대한 의지는 없고 오로지 재의요구라는 정치적 행위를 통해 싸움만을 생각하고 있다”며 “앞으로 남은 조직개편안과 추경예산안이 잘 통과되기 위해서라도 제발 의회와 소통하는 시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