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갤러리 산수’ 김동연 대표

정발산동에 새로 문 연 전문 갤러리
“작가로서의 경험·안목 가장 큰 장점”
개관기념전 <무경계>, ~5월 31일까지 

정발산동에 문을 연 '갤러리 산수'에서 진행중인 개관기념전. 
정발산동에 문을 연 '갤러리 산수'에서 진행중인 개관기념전 '무경계'

[고양신문] 고양시에 갤러리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지역 주민들에게는 매우 반가운 일이다. 지난 8일 정발산동 주택가 안쪽에 김동연 화가가 ‘갤러리 산수’를 열었다.
이곳에서는 개관기념전으로 19개국 42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무경계> 전시를 진행 중이다. 오픈식 당일, 40평 규모의 갤러리에는 전시 작가들과 주민들이 모여 축하 인사를 건넸다. 오랜 시간 화가로 활동하다 갤러리스트로서 첫 발걸음을 뗀 김동연 작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15년 차 고양시민이기도 하다.

갤러리 산수 김동연 대표. [이미지제공=갤러리 산수]
갤러리 산수 김동연 대표. [이미지제공=갤러리 산수]

갤러리 오픈을 축하드립니다. 본인 소개를 부탁드려요.

어려서부터 혼자 있는 경우가 많았고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어요. 미대를 졸업한 후에 미술학원을 운영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입시 위주의 교육에 회의를 느꼈지요. 그 후 서울의 한 신문사에 입사해 편집국 미술부 기자로 신문삽화와 시사만평을 담당했습니다. 그런데 직장에 매어 있는 것이 맞지 않았어요.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라는 생각에 그만뒀어요. 
이후 독립하여 님버스(NIMBUS)라는 디자인 회사를 만들어 책 편집과 디자인을 하며 다수의 책을 만들었지요. 그러다가 2010년부터 화가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이듬해에 인사동에서 개인전을 열고 지금까지 쭉 전업 작가로 활동 중입니다.

김동연 작가의 작품 ‘ThanatosⅡ’(2010년 작) [이미지제공=갤러리 산수]
김동연 작가의 작품 ‘ThanatosⅡ’(2010년 작) [이미지제공=갤러리 산수]

주로 어떤 작업을 하고 있나요?

회화와 판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인물을 주제로 한 사실적인 그림을 그렸지요.  소외와 외로움, 부조리 등 인간의 고뇌를 상징적으로 표현했어요. 인간의 근원적인 문제나 삶의 갈등이 작품 속에 녹아 있습니다. 반응은 좋았지만, 팔리지는 않았어요. 
그 이후부터는 산이나 언덕, 땅이나 돌 등 자연을 해석하고 단순화시킨 그림을 그렸습니다. 사람들은 대지를 만물의 근원이자 어머니의 품이라고 얘기하잖아요. 단순한 아름다움의 추구가 아니라 생명체의 근원에 초점을 맞췄고요. 모든 사물이 얼핏 보면 다르게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근본적인 형태가 비슷해요. 그 형태를 상징적으로 기호화시킨 거죠. 지금은 그 주제를 판화로 다루고 있습니다. 제 작품은 중국, 인도, 베트남 등 여러 나라의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어요.

김동연 작가의 작품 ‘Red Hill’ (2021년 작) [이미지제공=갤러리 산수]
김동연 작가의 작품 ‘Red Hill’ (2021년 작) [이미지제공=갤러리 산수]

갤러리를 오픈하게 된 배경은?

외국 작가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 미술품의 가격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이 생겼어요. 한국 작가들의 작품 가격대가 서양 작가들보다 평균적으로 비싸요. 그림 시장의 저변이 확대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수요와 공급이 원활하게 작동을 하면 판매가 원활해지고 적절한 가격을 형성하게 되는데요. 작품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는 소비자들이 고평가 여부를 판단하기가 어렵죠. 
이제는 아트페어 등을 통해 해외 작가들이 우리 미술시장으로 밀려 들어오고 있어요. 비교가 되기 시작했지요. 시장의 왜곡이 바로 잡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작가들이 공감하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개관기념전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 산수 
개관기념전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 산수 

갤러리 산수의 강점은 뭔가요?

작품에 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알려 드릴 수 있어요. 저는 지금 작가이기도 하고,  갤러리스트이기도 한 양면적 입장에서 작품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평생 그림을 그린 덕분에, 작가가 작품을 얼마나 생산하고 있는지,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있는 전문가이기도 하고요. 그 기준으로 작품을 선정합니다. 이곳에 전시한 작가들은 제가 배우고 싶은 분들이 많아요. 일반 고객들이 작품을 구입할 때는 추천하는 중개인을 신뢰하게 마련인데요. 객관적인 가치를 정직하게 알리는 게 저 같은 사람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림을 구입할 때 팁을 주신다면.

작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데이터가 없다면, 비싼 그림을 구입할 때 신중해야 해요. 저는 고가의 작품을 고객에게 추천할 때는 펀더멘탈(기본)이 뒷받침되는 작품을 선정합니다. 또한 해외 작가들에게 비중을 어느 정도 두고 있는데요,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에요. 
개인적으로는 한국 작가들을 선호합니다. 그런데 재능있는 작가들의 생활이 대부분 열악한 상태여서, 작품활동에 전념하기가 힘들어요. 게다가 그들은 비즈니스를 잘 몰라요. 저도 그런 상황에 처해 봤기 때문에 그런 작가들을 발굴하고 소개하고 싶어요. 어쨌든, 국내외 작가들의 비중을 조절하여, 장르나 주제가 다르더라도 자신의 작품에 대해 치열한 고민을 한 작가들 위주로 전시할 계획입니다. 

'무경계' 전에서 선보이고 있는 해외 작가들의 작품
'무경계' 전에서 선보이고 있는 해외 작가들의 작품

개관기념전 <무경계>를 소개해 주세요.

개관기념전을 1차는 5월 3일까지, 2차는 5월 6일부터 31일까지로 나눠서 하는데요. 국내의 문인환, 이규경, 정태경, 황성준 작가와 수박 조각가를 비롯해 미국, 필리핀, 우크라이나 등 각 나라에서 핫한 작가들의 작품 200여 점을 선보일 예정이에요. 글로벌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정서가 얼마나 다르고 독특한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각국의 개성이 드러나면서도 하모니를 이루고 있지요.     
2014년에 말레이시아 미술협회에서 주최하는 아트비엔날레에 초청된 적이 있었는데요. 그곳에서 해외 작가들과 워크숍을 하고, 그림 작업을 공동으로 했어요. 이후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등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작가들을 많이 알게 됐고, 그들과 교류하게 됐지요. 작년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작가들의 공동 전시를 기획했는데 전쟁으로 취소됐어요. 이런 장벽을 허물고 싶다는 상징적인 의미로 전시 제목을 지었습니다. 

개관기념행사에서 인사를 전하고 있는 김동연 대표 부부
개관기념행사에서 인사를 전하고 있는 김동연 대표 부부

갤러리 이름을 ‘산수’라 지은 이유는요?

두 아들 이름에서 따서 지었어요. 옛말에 ‘인자요산 지자요수’라는 말이 있잖아요.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는 의미인데, 거기서 한자씩 따서 아이들 이름을 지었거든요. 외국인들도 부르기 쉽고, 우리한테도 익숙하니 좋은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세요.

갤러리 운영과 함께 그림 작업도 계속할 거예요. 근처에는 또 다른 갤러리가 있는데요. 잘 협조해서 함께 할 수 있는 예술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어요. 일상에서 예술작품을 감상하며 신선한 에너지를 충전하시기 바랍니다. 

❚갤러리 산수
주소 고양시 일산동구 산두로213번길 28
문의 070-8202-4787

갤러리가 문을 연 첫 날, 전시를 감상하는 관람객들. 
갤러리가 문을 연 첫 날, 전시를 감상하는 관람객들. 
정발산동에 오픈한 '갤러리 산수' 
정발산동에 오픈한 '갤러리 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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