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진 시인 초대전 <바람에게도 고맙다>
김영사 갤러리 카페 ‘행복한 마음’ 
~5월 31일, 에세이집 수록작 등 15점 전시

[고양신문] 화가로도 왕성히 활동하는 김재진 시인이 파주출판도시에 자리한 출판사 ‘김영사(대표 고세규)’에서 초대전을 열고 있다. 출판사 2층의 ‘행복한마음’ 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이번 전시에는, 작년 12월에 출간된 김 작가의 에세이집 『바람에게도 고맙다』에 수록된 그림을 포함해 총 15점을 선보인다. 

김 작가는 영남일보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와 소설이 당선되며 등단했다. 1997년에는 시집과 소설책이 동시에 교보문고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진기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삶의 상처를 간결하고 아름답게 서술한 그의 작품은 ‘가장 오랜 시간 읽히고, 사랑받는 시집’으로 꼽히기도 한다. 시집으로는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할 때』, 『산다고 애쓰는 사람에게』 등이 있고, 장편소설 『하늘로 가는 강』과 산문집 『나의 치유는 너다』  『사랑한다는 말은 언제라도 늦지 않다』 등 20여 권의 책을 펴냈다.

시인이자 화가인 김재진 작가. 
시인이자 화가인 김재진 작가. 

작가의 책에는 감사의 마음이 충만하다. 태풍이 바람으로 바뀐 것을 두고 ‘바람에게도 고맙다’고 표현한다. 이어, “살아 있어서 고맙고, 밥 굶지 않아서 고맙고, 크게 노래를 불러도 방해받지 않는 외딴집이 있어서 고맙다”고 말한다. 책에 담긴 글과 그림은 “스스로를 향한 독백이고 가르침이며 남아 있는 생을 향한 위로”라고 밝힌다.

그가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7년 전이다. 당시 작가의 어머니는 10년 이상 투병생활 중이었다. 병상에서 온종일 벽만 보고 누워 있던 어머니가 답답함 때문인지 벽에 입을 하나 그려달라고 했다. 그 말이 작가의 가슴에 다가왔다. ‘얼마나 고독하면 그러실까’라는 생각에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보여드렸더니 만화 같다며 좋아하시는 거예요. 스케치북에 그림이 60~70장이 모였지요. 마침 한국화가 한 분이 제 그림을 보고 전시를 해보라고 권했어요. 그때까지는 전시를 생각해본 적이 없었지요.”

김영사에서 출간한 작가의 에세이집. 
김영사에서 출간한 작가의 에세이집. 

이후 작가는 페이스북에 본인의 그림을 하나씩 올렸다. 사람들의 반응이 뜨거웠고, 네이버 메인 화면에 몇 차례 소개됐다. 그 후 전시회를 하기로 결심했다. 당시 티벳 박물관을 운영하던 친구가 인사동의 고미술품 갤러리에 전시공간을 마련해 줬다. 그림이 모두 판매되었고, 3년 동안 전시회를 세 차례나 했다. 지난달에는 인사동에서 전시를 했다. 아트페어 출품까지 포함하면 이번이 여섯 번째다. 어느 미술 평론가는 그의 그림을 보면 ‘누구든지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작가는 그림을 배운 적이 없다. 하지만 화가 친구들이 전시를 할 때면 그가 추천사를 써주곤 했다. 그림에 대해서 남다른 안목을 가지고 있었다는 의미다. 그는 그림을 그리는 순간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눈에 실핏줄이 터지면서도 매일 그림만 그렸다. 구상이 떠오르면 스케치 없이 바로 물감을 칠하고 그린다. 시를 쓰는 순간보다 더욱 몰입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김재진 작 '유채꽃 별에서'
김재진 작 '유채꽃 별에서'

그는 그림이 어머니의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림에 대한 재능을 어머니를 통해서 알게 됐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그의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제 그림에는 이야기와 메시지가 있어요. 떠오르는 대로, 보이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그려요. 누군가 제 그림을 보고 ‘시’라고 얘기하던데요,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표현할 때 글보다 그림이 편해요. 소설은 스토리를 써야 하지만, 그림은 하나로 축약해서 보여주지요. 그런 면에서 그림은 소설보다는 시에 더 가까워요.” 

동백꽃을 그린 ‘달에게 바친 동백’이라는 작품을 글로 설명하려면 길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림으로 표현하면 쉽게 이해한다. 그는 그림의 제목이 사람들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지 직관적으로 알고 있는 듯 하다. 

‘천년의 사랑’은 화가 밀레이의 작품 ‘오필리아’처럼, 어떤 여인이 호수 위에 누워 있는 그림이다. 푸른색 호수는 안나푸르나 인근에 있는 페와 호수다. 작가가 어느 황혼 녘에 그곳을 방문했을 때, 안나푸르나 호수의 전경이 그의 마음에 담겼다. 관람객들은 ‘천년의 사랑’에서 숭고한 사랑을 떠올리게 되지만, 반전이 있다. “천 년 뒤에 당신과 나는 남이다”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사랑의 허망함을 표현했다고 한다. 

김재진 작 '천년의 사랑'
김재진 작 '천년의 사랑'

어린 왕자를 패러디한 늙은 왕자 시리즈 중 ‘우주의 요리사’, ‘호박 꽃에 물주기’, ‘유채꽃 별에서’라는 작품도 선보인다. 작품마다 삶의 슬픔과 기쁨이 담겨 있고, 시 같은 문장들이 적혀 있다. ‘바람이 분다1’이라는 작품에는 “바람이 분다. 잊어야겠다”라는 문구가, ‘바람이 분다2’에는 ‘바람이 분다. 나도 분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식이다. 덕분에 그림을 이해하기가 쉽다.

“이런 설명이 사람들의 상상력을 제한시킨다는 단점도 있어요. 관람객들은 그림을 감상할 때 자신의 즉각적인 느낌보다는 해설에 영향을 받곤 하는데요. 작가의 의도와 다르다 하더라도, 자신만의 해석이 더 중요 합니다. 관객이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에 따라 그림은 달라 보이게 마련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해석의 확장은 열려있습니다.” 

나에게는 슬픔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슬픔이 아닐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행복을 느끼는 것이 인생의 성공인 것 같아요. 이 나이가 되고 보니 돈, 지위, 명예도 많이 필요치 않더군요. 꿈은 제주도에 갤러리를 만드는 거에요. 갤러리 겸 작업실을 마련해서 사람들이 놀러 와서 그림을 감상하면 좋겠어요. 앞으로는 그림을 판매하지 않고 그 갤러리에 소장하고 싶어요.”

전시가 열리고 있는 김영사 2층 '행복한 마음'. 
전시가 열리고 있는 김영사 2층 '행복한 마음'. 

전시 행사가 열리고 있는 ‘행복한마음’은 김영사의 서점, 카페, 갤러리로 이루어진 복합문화공간이다. 김현주 부장은 “코로나 때문에 3년 동안 움츠렸던 것을 펼쳐보자는 의도에서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면서 “가정의 달에 맞춰 김영사의 책 저자를 모셨다. 보통은 글 작가와 그림 작가가 따로 있는데 김 시인은 둘 다 가능한 분이다. 이런 새로움을 많은 독자들에게 보여드리고 싶다”고 설명했다.

행복한마음은 전문 화가들 뿐만 아니라 미술학원 어린이들까지 누구에게나 오픈된 공간이다.  6월에는 파주미술협회의 회원전이, 7월에는 공방작가의 작품전이, 11월에는 업사이클링전 등이 예정돼 있다. 17일에는 우리나라의 5대 바이올리니스트 중 한 명인 김영준 교수가 이곳에서 축하 연주회를 할 계획이다. 30여 년 차 고양시민인 김재진 작가는 파주 교하의 작업실 ‘민들레 행성’에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시를 낭송하는 모임 등을 하고 있다. 

갤러리 행복한마음
주소 경기도 파주시 문발로 197
문의 031-955-3156

김영사 서점.
김영사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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