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공간에 대한 끌림과 감동, 자연과 삶에 대한 성찰

오래된 공간의 자연회생 담은 먹과 색’  31일까지

조행섭 작품 '회상' 한지, 먹, 채색
조행섭 작품 '회상' 한지, 먹, 채색

조행섭 작가가 오랜만에 개인전을 연다. 작가가 사랑하는 오래된 공간들을 먹과 색으로 살려낸 채색 수묵화 전시회다. 옛 집과 담, 나무, 골목길이 고요한 먹으로, 생동하는 빛으로 채색됐다. 먹에 색이 스며들고, 색에 먹이 스며들어 오래된 공간이 주는 아름다움이 설명하지 않아도 전달된다.

전시회는 서해 바닷가 작은 마을, 창리에 있는 서해미술관(관장 정태궁)에서 열린다. 오래된 폐교를 미술관으로 살린 서해미술관은 조행섭 작가의 작품과 더 없이 잘 어우러지는 곳이다. 작품도 살고, 미술관도 살아나는 느낌이다. 도시에서의 삶을 은퇴하고, 서산 뒷골목의 오래된 건물 한편에 자리

잡은 조 작가는 공간과 공간에 담긴 삶과 역사를 그림으로 풀어내는 일에 정진하고 있다. 그림을 배우고 싶은 이웃을 위해 강연도 한다.

언제 부터인가 나는 오래된 우리 동네의 집, 건물 또는 오래된 담 등을 보면 큰 감동과 끌림을 느끼며, 그것들을 지켜보곤 했다. 우리 선인들의 손길과 삶의 숭고함이 담긴 그 곳을 꾸준히 돌아보고 스케치하고 묘사했던 것 같다.”

작가는 보기에 따라서는 쓰러져가는 집일 수도 있는 것에 대한 끌림을 그 공간에 서린 삶의 역사와 마주하는 끌림이라고 설명한다. 작가는 오래된 집과 담은 사람이 삶을 이어나가고 사라지는 과정이며, 자연의 힘으로 복원 되는 자연회생의 절차를 밟는 것 일지도 모른다고 바라본다. 작가는 그 상황을 아름답게 지켜보고 표현하고자한다

조행섭 작품 '회귀' 한지, 먹, 채색 
조행섭 작품 '회귀' 한지, 먹, 채색 

밀도 높은 도시환경에서 오랜 생활을 해온 나는 자연친화적인 환경을 그리워하고 염원 했는지도 모른다. 자연과 인간은 서로 공존하며 살아가는 것이지만 인구가 급격히 늘면서 항상 궁지에 몰린 것이 자연생태계가 아니였을까? 이제 좀 더 양보해도 되지 않을까.”

작가는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먹이사슬의 최상층에 있는 인간사회의 구조조정이 아닐까?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이제는 자연에게 양보할 때가 왔다고 이야기 한다. 작가의 사유는 작품 곳곳에 배어있다. 작가의 그림에는 자연에게 마음껏 양보한 인간의 공간이 존재한다. 양보를 통해 인간의 공간은 자연의 질서 속으로 평화롭게 진입한다. 작가가 끌린 오래된 집과 담은 자연과 공존하는, 양보하는 인간의 공간임을 느낄 수 있다. 전시회가 열리는 서해미술관 역시 그런 곳이다. 사유가 담긴 수묵화를 감상하는 시간은 관람객에게도 사유의 시간이 될 듯하다. 아름다운 서해미술관 여행 겸 꼭 한번 가볼만 하다.

정태궁 서해미술관 관장은 "조행섭 작가의 작품은 한없이 맑고 순수하다"며 "마음을 씼어주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 장소 : 서해미술관

■ 기간 53~ 531

서산 바닷가 마을 창리에 있는 서해미술관. 옛 학교와 운동장을 그대로 살린 아름다운 미술관이다.
서산 바닷가 마을 창리에 있는 서해미술관. 옛 학교와 운동장을 그대로 살린 아름다운 미술관이다.
 서해미술관. 야외전시장이  된 운동장 한편에 겹벚꽃이 활짝 피었다. 
 서해미술관. 야외전시장이  된 운동장 한편에 겹벚꽃이 활짝 피었다. 
운동장을 지키고 있는 플라타너스에는  오두막이 들어섰다. 아이들이 다시 돌아올 것 같다. 
운동장을 지키고 있는 플라타너스에는  오두막이 들어섰다. 아이들이 다시 돌아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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