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인터뷰] 임지영 예술감성 교육자

『그림과 글이 만나는 예술수업』 저자
‘미술과 문학이 만나는 글쓰기’ 수업
‘3분 그림 보고 15분 글쓰기’ 큰 호응
“질문 열어주는 게 예술의 효용이자 가치”

다양한 글과 강의로 예술 감성을 일깨우고 있는  임지영 작가.
다양한 글과 강의로 예술 감성을 일깨우고 있는  임지영 작가.

[고양신문] “예술 앞에서 쫄지 마세요. 그냥 즐기세요. 예술은 배우는 게 아니라 향유하는 겁니다.” 작가이자 예술 감성 교육자 임지영 씨가 강조하는 말이다. 예술 칼럼니스트이기도 한 그는 예술 감상과 관련한 책을 4권 저술했다. 예술 교육서 『그림과 글이 만나는 예술수업』은 예술을 통해 삶의 주체로 발돋움하고자 하는 이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2년 차 고양시민인 임 작가는 5월부터 파주중앙도서관에서 ‘미술과 문학이 만나는 글쓰기’ 수업을 진행 중이다. 그의 수업에서는 매시간 웃음과 눈물, 박수가 함께한다. 수업 참가자들은 3분간 그림을 본 후 15분 동안 그 감상을 글로 써서 발표한다. 발표한 글에 대해서 심리상담사처럼 한 명 한 명에게 해주는 그의 피드백은 큰 위로와 따뜻한 응원이 된다.

수업을 듣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다음 시간에는 어떤 그림을 보게 될지 기대하게 된다. 수강생들은 “미술관과 박물관 여행이 예전보다 즐거워졌다”고 입을 모은다. 수강생 중 한 명은 임 강사의 책을 교재로 초등학생들에게 수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업 절반을 끝낸 작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임지영 작가의 저서들. 
임지영 작가의 저서들. 

본인 소개를 해 주세요.

대학에서 문예 창작을 전공하고 ‘아동문예’에 동시로 등단했어요. 10년 동안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여러 가지 예술교육을 기획하고, 여러 매체에 그림 관련 칼럼도 썼어요. 그 글들을 묶어서 『봄 말고 그림』과 『느리게 걷는 미술관』이라는 에세이집을 출판했습니다. 

어려서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했고, 글짓기상을 많이 받았어요. 예술 애호가였던 아버지의 그림 수집 덕분에 ‘예술 환경’에서 성장했고요. 문학과 미술이 모두 생활 속에 있었던 셈이지요. 지금 생각하면 그것이 아버지의 위대한 유산이었던 거죠.

작년 말 출간한 『그림과 글이 만나는 예술수업』은 술술 읽히더군요. 책을 통해서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편의상 예술수업이라고 말하지만, 지식 기반의 교육이 아니에요.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사람들의 삶에 스며들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대중 속으로 파고들 방법을 고민하게 됐지요. 대학원에서 예술 경영을 공부하다가, 피터 드러커의 “당신이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무슨 말을 들었는지가 중요하다”라는 말이 마케팅의 기본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우리는 자신만의 언어를 사용하는데요. 예술 분야에서는 더 심해요. 특히 미술의 언어는 권위의 언어, 그들만의 언어인 경우가 많지요. 3년 전에 아이들을 대상으로 그림으로 글을 쓰는 수업을 했는데 인기가 많았어요. 아이들은 이미 예술가들이더군요. 지식보다는 감성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지요. 그런 경험들이 책 출간으로 이어졌어요.

저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글을 쓰고 있어요. 독자분들이 그림을 어렵지 않게 생각하고, 그림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예술이란 함께 보고 함께 누리는 공공재니까요. 

그림을 어떻게 향유하면 좋을까요?

그림을 잘 모르면 거리감을 느끼고 멀리하게 되지요. 미술관에 가고 싶지 않고요. 수업을 하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예술 앞에 쫄지 마세요’라고 말해요. 저와 함께 한 수강생들은 전시장에 가면 이렇게 말하는 저의 목소리가 들린다고 해요. 걸음이 느려지고 호흡은 깊어지고 당당해진대요.

작품 앞에서는 조금 응시해 보길 권합니다. 나만의 시선으로 봐도 괜찮아요. 나와 예술이 만나는 시간은 3분이면 충분합니다. 전시 작품을 다 볼 필요도, 다 알 필요도 없어요. 자신의 마음에 드는 한 점을 골라 유심히 보면 됩니다. 

그러고 나서 그 느낌을 글로 남기기를 권합니다. 수업 시간에 15분 만에 쓴 글들이 하나같이 깊은 울림이 있어요. 그 순간은 글을 치장하거나 멋을 낼 틈이 없는 ‘마법의 시간’이에요. 결국 자신의 삶으로 쓰게 됩니다. 그렇게 쓴 글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면 돼요. 예술은 대화니까요.

 '3분 그림보고 15분 글쓰기' 에 몰입해 있는 수강생들
 '3분 그림보고 15분 글쓰기' 에 몰입해 있는 수강생들

글을 잘 쓰고 못 쓰고는 상관없는 수업 방식에 놀랐어요. 학생들은 단순한 글쓰기가 아니라 마음을 보여주는 글을 쓰더군요. 이런 글을 쓸 수 있도록 유도하는 비결은 뭔가요? 

그림 한 점을 3분 동안 보고 나서 그 느낌을 적은 글들인데 결코 가볍지가 않아요.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지요. 강의할 때 제일 중점을 두는 것은 진심을 전하는 거예요. ‘그림을 통해 내 마음을 들여다보세요, 설령 힘들고 창피한 고백을 해도 괜찮아요,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이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 드릴게요’라고 말합니다. 수백 명의 글에 똑같은 인생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매번 감동이에요. 인생 문학을 듣는 거죠. 공감과 연대가 감동을 만들어 내는 것 같아요. 

발표한 글에 대한 선생님의 피드백은 영혼을 어루만지는 이야기 같아요. 치유가 되는 느낌이고요. 인간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힘들 것 같은데요. 

이야기들이 귀하고 재미있으니까 그게 드러나는 거겠죠. 허투루 볼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사람들은 자기표현의 욕구가 있어요. 짧은 발표에도 행복해지고요. 우리는 타인을 쉽게 오해하고, 서로를 별로 인정해 주지 않잖아요. 저도 수업을 하고부터는 타인에게 더 너그러워졌어요. 누구나 고유의 스토리가 있다는 생각을 하니까, 이해하지 못할 게 없더군요. 세상을 대하는 태도나 방식에 변화가 온 것이지요.

리움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바나나’를 보고 ‘그것도 작품이냐’고 묻는 분들이 계신데요. 바로 그 질문이 예술의 가치이자 효용성이에요. ‘저런 것도 예술이구나’라고 바꿔서 생각을 해 보자는 거죠. 그럴 때 우리의 마음이 유연해지고, 생각이 긍정적이 되니까 나를 위해서도 좋잖아요. 그림을 통해서 시야가 넓어지고 마인드 셋을 다시 할 수 있답니다.

임지영 작가의 저서들.
임지영 작가의 저서들.

문화예술플랫폼 ‘즐거운 예감(예술 감성)’ 대표로 예술 교육 리더 과정도 진행 중인데요. 

이 프로그램은 문화예술을 좋아하게 만드는 촉매자 양성 과정이에요. 현대는 감성 지능이 중요한 시대가 됐는데요. 예술 향유자는 단순히 누리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 가는 사람입니다. 지금까지 수강생이 100명이 넘었고요. 심화 과정까지 끝낸 분들이 40명쯤 돼요. 이분들은 저처럼 예술 감성 교육을 하고 있지요. 

서초문화네트워크 분들과 50곳 이상의 보육원에 1000점 이상의 그림을 기증하셨어요.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계신 것 같아요. 

사회 복지도 중요하지만 문화 복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의 가치를 어디에 둘지 생각했을 때, 물질로 얻는 행복은 한계가 있어요. 마음을 나눌 때 만족도가 최고로 높아지고요. 보육원에 그림 걸기 봉사는 제가 좋아서 했어요. 

그림 한 점이 별것 아닐 수도 있지만, 예술적 경험들이 우리의 삶을 훈훈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특히 아이들에게는 예술 환경이 꼭 필요해요. 비어 있던 벽에 그림이 걸리고 아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와! 무지 예뻐요. 이 그림은 뭐예요?’라고 질문할 때 무척 행복합니다. 아이들이 그림 속에서 많은 것을 찾아 내기를 바래요. 그것이 살아가는 데 작은 힘이 되리라고 확신하거든요.

여러 곳에서 강의를 하고 계신데요. 앞으로 계획을 들려주세요.

학교에서 의뢰받은 흡연 예방 강의를 준비 중이고, 7월에는 고립 청년을 위한 수업이 예정돼 있어요. 앞으로는 아이들을 위한 책을 출판하고 싶어요. 동화나 그림책으로 예술을 만나는 방법과 미술관 정보를 알려주는 내용을 시리즈로 준비 중이에요. 예술의 힘은 생각보다 광범위한데요. 우리의 삶이 풍요로워지기 위해서는 그림을 보며 설레기도 하고, 이를 통해 삶을 돌아보는 시간도 필요하답니다.

파주중앙도서관에서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임지영 작가.
파주중앙도서관에서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임지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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