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확산되는 여성들의 스포츠 활동
하지만 장비 구매조차 쉽지 않은 미션 
“여성들에게도 선택의 자유 주어져야”

2023년 6월 15일 백석생활체육시설 야외풋살장에서 고양여성민우회 풋살 소모임 'FC고공행진' 멤버들이 풋살 강습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변지은]
2023년 6월 15일 백석생활체육시설 야외풋살장에서 고양여성민우회 풋살 소모임 'FC고공행진' 멤버들이 풋살 강습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변지은]

[고양신문] 6월 8일, 고양여성민우회 풋살 소모임 ‘FC고공행진(고양에서 공차는 여성들의 행진)’ 첫 모임이 있었다. 혹시라도 참여 인원이 저조할까봐 여기저기에 “나 민우회에서 풋살해, 우리 같이 할래?”라며 FC고공행진 소식을 알렸다. 이미 풋살을 열심히 하고 있는 지인들이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었다. 그중에는 “잔디가 미끄럽기 때문에 웬만하면 일반 운동화가 아닌 풋살화를 사는 것을 추천한다. 아동용 풋살화도 괜찮으니 아울렛에서 할인 중인 아동용 풋살화를 직접 신어보고 구입하라”는 구체적인 조언도 있었다. 

우선 풋살을 경험해보고 풋살화를 사도 늦지 않겠다 싶어서 FC고공행진 첫 모임에는 일반 운동화를 신고 참여했다. 첫 강습 시간에는 풋살공과 친해질 수 있는 ‘볼 감각 연습’을 했다. 풋살공 위에 한 발씩 교대로 올려놓는 동작을 좌우를 번갈아가며 빠르게 반복하는 동작인데, 계속 하다보니 공이 발에서 조금씩 미끄러졌다. 코치님은 풋살화가 아닌 일반 운동화를 신고 공을 터치하기 때문에 공이 미끄러지는 것일 수도 있다고 알려주셨다. 풋살화는 바닥에 오돌토돌한 돌기가 있어서 공을 잘 잡아줄뿐더러 인조잔디 구장에서 빠른 속도로 달려도 미끄러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게 해준다.

6월 29일 고양여성민우회 풋살 소모임 'FC고공행진' 멤버들의 신발 단체사진. 풋살화를 신은 멤버도 있지만, 아직 풋살화를 구하지 못해 일반 운동화를 신은 멤버도 있다. [사진제공=변지은]
6월 29일 고양여성민우회 풋살 소모임 'FC고공행진' 멤버들의 신발 단체사진. 풋살화를 신은 멤버도 있지만, 아직 풋살화를 구하지 못해 일반 운동화를 신은 멤버도 있다. [사진제공=변지은]

일반 운동화를 신고 FC고공행진에 참여하기 2주 차, 이제 풋살화를 사야겠다는 결심이 들었다. 패스를 할 때 공이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가지 않고 엉뚱한 곳으로 가는 것도 풋살화를 신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풋살화만 신으면 풋살 실력이 일취월장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 길로 지인에게 추천받은 아울렛 단지로 향했다. 그런데 아뿔싸. 여성용 풋살화가 없다는 것이 아닌가? 다른 스포츠 브랜드 매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풋살화가 있더라도 남성용 사이즈만 구비하고 있었다. 이쯤 되니 오기가 생겨 근처 스포츠 브랜드 매장 여러 곳에 전화 문의를 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같았다. 풋살화는 아예 들여오지 않거나, 들여오더라도 여성이 신을 수 있는 사이즈는 없었다.

주말 하루를 허탕치고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 검색창에 ‘여성용 풋살화’를 검색했다. ‘축구하는 여성들은 아동용 풋살화 신는다, 왜?’(한겨레, 2023. 5. 10)라는 기사를 찾아볼 수 있었다. 나만 이런 일을 겪는 것이 아니었다. 축구나 풋살을 시작하는 여성들이 모두 경험하는 일이었다. 성인여성용 풋살화는 아예 수입되지 않거나, 수입하는 브랜드라도 남성용 사이즈에 비해 극소량만 들여오기 때문에 출시되자마자 금방 동나버린다. 

현실을 깨닫고 인터넷 사이트에서 아동용 풋살화를 검색했다. 내가 신을 수 있는 사이즈가 남아있는 디자인은 단 하나, 핫핑크색 풋살화였다. 더 멋진 디자인의 풋살화를 신고 싶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눈물을 머금고 핫핑크색 아동용 풋살화를 주문했다. 이마저도 배송을 받아보니 사이즈가 작아서 환불하고 재주문을 하는 번거로운 과정이 있었다. 풋살화는 발에 꽉 끼게 나오기 때문에 평소 신던 운동화보다 5~10㎜ 크게 사야한다는 것도 이때 배웠다. 그래서 더더욱 직접 신어보고 사는 것이 중요한데, 직접 신어보려면 축구용품 전문매장 정도는 찾아가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다. 혹시라도 매장에 사이즈가 없을 수 있으니 방문 전 전화 확인은 필수다.

우여곡절 끝에 장만한 분홍색 아동용 풋살화. 사진제공=변지은]
우여곡절 끝에 장만한 분홍색 아동용 풋살화. [사진제공=변지은]

우여곡절을 겪고 세 번째 FC고공행진 모임에 나갔더니 나처럼 풋살화를 장만해온 분이 계셨다. 반가운 마음에 대체 풋살화를 어디서 사셨냐고 여쭤보니 이 분도 근처 아울렛에 갔다가 여성용 풋살화는 없다는 소식을 듣고 축구용품 전문매장까지 찾아가서 발에 맞는 아동용 풋살화를 사셨다고 했다. 이마저도 발에 맞는 풋살화는 딱 한 모델만 남아있어서 사고 싶은 브랜드, 선호하는 디자인은 고르지도 못하고 그냥 남아있던 풋살화를 사 올 수밖에 없었다며 아쉬워하셨다. 남성용 풋살화는 디자인도 브랜드도 다양해서 부러웠다는 말씀도 함께 나눠주셨다.

뜻이 맞는 여성들끼리 모여서 팀스포츠를 해보고자 해도 이렇게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해봐도 지역별로 다양한 여성 풋살팀, 여성 농구팀이 운영되고 있고 주짓수, 유도, 복싱 등 투기 종목을 하는 여성들의 모습도 자주 보인다. 여성들은 이미 운동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제 바뀌어야 할 것은 ‘여자가 그런 운동 해?‘ 라는 편견 어린 시선이다. 운동에는 성별이 없다.

※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여성들이 함께 뛰는 풋살팀 'FC고공행진' 입단 문의는 언제든 환영입니다! 연습은 매주 목요일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백석생활체육시설 야외풋살장에서 합니다.   - 문의 031-907-1003(고양여성민우회)

[사진제공=변지은]
"함께 풋살을 즐기실 분들, 누구든지 환영합니다~!" [사진제공=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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