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빛시론] 김범수 자치도시연구소장

김범수 정치학 박사
김범수 정치학 박사

[고양신문] 2022년 전라남도 해남군 북일면 주민자치회의 “100년 작은 학교 구하기” 사업은 내생적 발전의 성공사례라 할 수 있다. 개교 100주년을 맞이하는 북일초등학교의 전교생은 2019년 22명이었고, 전교생이 20명 아래로 떨어지면 오랜 역사를 마감할 처지에 있었다.

주민들은 학교를 살리자는 마음으로 주민자치회를 구성하고(2021년 4월), 학생 늘리기에 나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주민자치회는 홍보팀을 만들어 주민을 설득하고, 주거안정팀을 만들어 공공기관으로부터 3억원을 받아 22채의 빈집을 리모델링하였다. 일자리안정팀은 다양한 일자리를 수집하였다. 입주하는 학부모에게는 빈집 무상수리 제공 및 월 10만원의 저렴한 임대료, 100% 일자리 알선, 귀농귀촌귀어 성공을 위한 멘토링 등을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하였고, 학생에게는 재학생 전원 해외 연수, 장학금 100만원 지원, 도서 무한 지원 등을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하였다. 수도권 시민을 대상으로 공개 모집한 결과 20여 가정 100여명이 2022년 초에 전입하였고, 북일초등학교 전교생은 50명이 넘었다. 2022년 3월 현재 46가정이 북일면으로 전입을 대기하고 있다고 한다(부안독립신문 2022. 3. 15). 

 내생적 발전 전략은 지역 주민이 문제에 대해 스스로 해법을 세우는 발전론이다. 외생적 발전론은 국가 혹은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발전 기회를 제공하고 발전 전략을 수립한다. 지방자치단체는 외부 자원에 의지하여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전략이다. 외생적 발전 전략은 초기에는 성과를 가져오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역의 자생적 발전 잠재력을 훼손하고, 지역의 환경을 파괴하거나, 지역 소득을 외부로 유출시켜 지역의 발전역량을 저하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내생적 발전 전략은 지방의 인적 물적 자원들이 지방 발전의 핵심적인 요소라는 가설을 수용하고 지역의 역량을 강화하여 지방을 발전시키는 전략이다. 내생적 발전 전략은 민주주의 제도를 강조한다. 지역의 다양한 주체들이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협력하는 민주적 정치과정이 필요하다. 단체장과 공무원, 지방의회와 의원, 지역기업과 시민단체, 그리고 주민이 소통하고 협의하여 결정하는 민주주의 정치 과정의 제도화는 내생적 발전의 필수요인이다.

민주주의 방식으로 추진할 때 발전된다는 사실은 북일면 주민자치회의 경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전교생수가 20명 이하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행정 공무원의 해법은 ‘폐교’였다. 하지만, 주민들의 해법은 ‘학교 구하기’였고, 학교를 구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제안하고 토론하고 결정하였다. 공무원들은 정책을 결정할 때, 법과 제도, 지침이 가장 중요한 기준일 것이다. 행정은 주어질 법령에 따라 집행한다. 주민들은 행정 지침보다 삶이 우선이다. 학교 살리기, 지역 살리기가 본질이다. 공무원은 학교가 폐교되면, 다른 학교로 전직가는 정도의 어려움을 겪는다. 주민은 폐교되면 삶이 축소되고 지역이 소멸하는 어려움을 겪는다. 주민들은 절실했고, 주민의 절실함은 내생적 발전 전략을 추진하는 의지로 전환되었으며, 작은학교 구하기 사업으로 열매 맺었다.  

 민주주의가 다수의 사람들이 협의하여 의사를 결정하는 정치라면, 권위주의는 소수가 의사를 독점하는 정치이다. 민주주의의 반대는 권위주의이다. 협력할 것인가 아니면 독점할 것인가는 우리 모두의 선택에 달려 있다. 북일면에서 단체장이, 교육공무원이 정책을 독점하였다면, 북일초등학교 구하기의 성공적인 열매는 맺히지 않았을 것이다. 주민과 주민자치회, 단체장과 지방의회가 권력을 나누고, 서로를 인정하고 협력한 결과, 새로운 입주민 100명을 맞이할 수 있었다.

새로운 가정이 들어선 북일면 만수마을의 주민들은 새 가족을 반갑게 맞이하였다. 한 어르신은 다음과 같이 기뻐했다. “내가 이 마을에서 아이들 노는 소리를 듣는게 꼬박 28년만의 일이다. 얼마나 좋으냐, 아이들 소리가 마치 좋은 노랫소리 같아서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고양시에도 내생적 발전 전략이 필요하다. 내생적 발전을 위해서는 민주주의 정치가 필요하다. 단체장, 지방의회, 주민, 정당들이 분열하지 말고, 상호존중하고 협력하면 고양시민의 삶에서도 노랫소리가 흘러나올 것이다. 상호존중하고 협력하는 민주주의 정치가 사회경제 발전의 필수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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