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호 행신2동 주민자치회 회장,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행신2동 주민자치회원들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
행신2동 주민자치회원들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

 

[고양신문] “행신2동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예, 행신역입니다. KTX 출발역으로 행신2동의 명소이지요. 이제, 또 하나의 자랑거리가 있습니다. 연꽃밭입니다. 멀리 양평 세미원, 다른 지역 연꽃단지까지 가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 지역, 고양시 행신동에서 연꽃이 자라고 있으니까요.”

지난 10월 말, 고양시 44개동 주민자치회 위원들이 참여한 ‘고양시 주민자치회 워크숍’에서 우수사례로 선정된 '행신2동 연꽃밭 사업'을 발표하면서 내가 한 말이다. 그렇다, 행신2동에는 주민자치회 위원들과 주민들이 만든 연꽃밭이 있다. 

연꽃밭은 창릉천이 흘러내려 행주산성 막바지에 이르는 천변에 있다. 매년 고양시 유채꽃, 코스모스 축제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총 1000여 평의 연못 3곳에 백련, 홍련, 수련이 피어난다. 한여름 꽃이 피는 시기가 지나 지금은 갈색 씨방들이 서 있으며, 씨방 안에는 10여 개의 까만 씨앗들이 담겨 있다. 어느새 한해 연꽃 농사가 마무리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전국에 연꽃 탐방지가 여럿 있다. 우리 주민자치회도 양평 세미원, 아산 청연마을을 방문해 연꽃을 공부하고 체험하기도 했다. 이와 비교해 행신2동 연꽃밭은 주민들이 직접 조성하고 수확물도 함께 나누는 지역공동체 밭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창릉천이 흘러 행주산성에 이르는 막바지 천변에 행신2동 주민들이 연꽃밭을 만들었다
창릉천이 흘러 행주산성에 이르는 막바지 천변에 행신2동 주민들이 연꽃밭을 만들었다
2동 주민자치회 위원들이 연잎을 따는 모습
2동 주민자치회 위원들이 연잎을 따는 모습

초보 도시농부들에게 연꽃은 만만한 작물이 아니었다. 작년 가을 물관리가 서툴러 뿌리들이 말라 사경을 헤맸다. 올해 봄, 다른 밭에서는 싹이 올라오고 있었으나 우리 연꽃밭은 고요한 수면 그대로였다. 우리 안에서는 ‘망했다, 기대를 가져보자’ 등 의견이 분분했고, 무엇이라도 해보자며 연촉을 일부 이식하고, 씨앗을 발아시켜 심는 등 온힘을 다했다. 다행히 기존 뿌리에서도 싹이 나기 시작했다. 늦었다고 생각했는지 연잎은 빠르게 성장해 연못을 채워갔다. 놀라운 경험이었다. 무럭무럭 자라난 연꽃도 대견했지만, 뿌듯한 건 연꽃을 살리려는 우리의 열정, 활동이었다. 되살아난 연꽃을 보며 ‘우리가 해냈다’는 자부심에 어깨가 으쓱했다.

도전은 끊이지 않았다. 6월에는 연못이 녹조로 뒤덮였다. 동네 사람들, 아이들까지 나섰다. 매미채, 자체 제작 뜰채로 녹조를 걷어냈고, 가슴장화를 입고 연못에 들어가 싹을 밟을까 조심조심하며 소쿠리로 녹조를 제거했다. 걷으면 또 생기는 녹조에 망연자실하기도 했으나 마침내 녹조도 사라져 갔다. 우리가 이긴 것이다.

7월에는 창릉천 하류인지라 장마를 버티지 못하고 강물이 넘쳤다. 물에 잠긴 후 5일 만에 모습을 드러낸 연잎들은 흙막을 덮어쓰고 있었다. 직접 연못에 들어가 잎을 씻어주었으나 역부족이었다. 잎은 시들어가고 줄기는 쓰러졌다. 아, 여기서 무너지는구나 하며 탄식하는 중에, 또 놀라운 반전을 맛보았다. 죽은 잎과 줄기 사이로 빠르게 새 줄기가 올라왔다. 다시 만세를 불렀다.

2023년 경기도 연천에서 열린 ‘고양시 주민자치회 워크숍’에서 오건호 회장이 우수사례로 선정된 ‘연꽃밭 사업’을 발표하고 있다.
2023년 경기도 연천에서 열린 ‘고양시 주민자치회 워크숍’에서 오건호 회장이 우수사례로 선정된 ‘연꽃밭 사업’을 발표하고 있다.


마침내 8월, 연꽃밭에 천막을 치고 막걸리를 한잔하는 주민보고 행사를 열었다. 우리의 보람을 자축하며 서로 응원하는 자리였다. 이곳은 보통의 탐방 연꽃밭이 아니다. 우리들의 시행착오, 협동이 일군 공동체 밭이다. 당연히 수확물도 주민들과 함께 거두고 나눈다. 행신2동 지역축제인 보물섬 축제, 고양시 밥할머니 축제에서 연잎밥 만들기 체험을 하였고, 11월에는 행신역 앞에서도 진행할 예정이다. 꽃꽂이, 공예 재료, 차 등으로 사용되는 씨방은 지역 주민들과 나누고 있다. 조만간 연근도 캐서 나눠 먹고, 씨앗들은 어르신 반려식물 키우기 사업에 사용될 것이다. 

행신2동 연꽃밭에는 농한기가 없다. 12월에는 연꽃밭이 썰매장으로 대변신한다. 네이버에서 ‘추억의 썰매장’으로 검색되는 곳이 바로 이 연꽃밭이다('행신동, 추억의 썰매장을 아시나요' www.mygoyang.com/news/articleView.html?idxno=71721). 썰매를 무료로 빌려주고 간단한 먹거리도 준비한다. 내년에는 연꽃밭을 거점으로 지역 생태프로그램도 추진할 계획이다. 동네 어르신들과 인근 시민들이 함께 걷고 배우고 체험하는 생태 쉼터를 그려본다.

행신2동 자랑거리로 커가는 연꽃밭, 연꽃도 예쁘지만 더 소중한 건 주민들의 협동, 자부심이다. 연꽃밭에서 주민자치를 이룰 풀뿌리 주체들이 커가고 있다.
 

오건호 행신2동 주민자치회 회장,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오건호 행신2동 주민자치회 회장,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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