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과 함께하는 이웃]
정인희 가좌동 1통장, 중산마을 와이파이 안테나

 정인희 통장이 중산경로당에 가고 있다.
 정인희 통장이 중산경로당에 가고 있다.

30년간 철물점 운영하며
주민들에게 고마움 느껴
봉사하며 마을 일 돌봐

[고양신문]일산서구 가좌동 가좌1통 중산경로당 앞. 가을의 마무리로 콩을 터는 주민에게 정인희 가좌1통장이 인사를 한다. “아직 경로당에 아무도 안 왔나봐”라는 주민의 아침 인사에 정 통장은 발걸음을 재촉한다. 경로당 문은 잠겨 있었고, 문을 열자 넓디넓은 실내는 조용했다. 정인희 통장의 집에 잠시 머무는 주민 한 명이 경로당에 가겠다며 나갔는데  안 온 것이다. 

“아침에 물감을 가지고 나갔는데, 여기 있어야 하는데 아직 안 왔네요”라며 걱정어린 표정으로 말한다. 창가에 있는 그림 두 개를 가리키며 저장강박증으로 고생하던 김정숙(가명·59세)씨의 들꽃 그림이라고 알려줬다.

정인희 통장은 지난 8월부터 2개월여 동안 저장강박증이 있는 김정숙씨의 집을 가좌동과 협조해 말끔히 치워주고 생활 안정을 찾을 때까지 그를 데리고 있었다. 몇 년 전부터 집을 치워주기는 했지만 계속 쌓여가는 쓰레기로 인근 주민들도, 당사자도 힘들어해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 여러 번의 설득 끝에 쌓여 있는 물건을 치우기로 했다.

그는 김정숙씨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고 싶었고, 주민들에게도 깨끗한 환경을 제공하고 싶었다. 드디어 10월 11일·12일 이틀 동안 10여 명이 동원돼 20톤 분량의 쓰레기를 치웠다. 환경은 훨씬 좋아졌지만, 김씨가 문제였다. 건강 상태도 안 좋았고 당장 갈 곳이 없어 두 달 동안 보살폈고, 지난 10월 25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했다. 

“그냥 할 수 있는 일을 한 거예요. 깡말랐던 몸이 살도 찌고 말끔해져서 좋아요. 이제는 물건을 모으지 않고 자신이 잘하는 그림을 그리며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라며 떠나는 김씨에게 밝게 인사를 했다고 한다.

2017년 준공된 중산경로당은 마을의 숙원 사업이었다. 정인희 통장은 중산경로당과 하나다.
2017년 준공된 중산경로당은 마을의 숙원 사업이었다. 정인희 통장은 중산경로당과 하나다.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마을 일을 하면서 삶의 보람을 찾는 정인희 통장. 그동안 송포농협 가좌지점 인근에서 30년간 철물점을 운영하면서 마을주민들에게 큰 고마움을 느꼈기 때문에 지금 보답을 하고 있다. 세 번의 강산이 변하는 그 많은 날을 주민에게 사랑받으며, 소중한 기억이 켜켜이 쌓였기에 더욱 그렇다. 철물점을 하며 많은 주민을 알게 됐고 신용도, 정도 쌓았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지역의 와이파이 안테나 같다. 빠릿빠릿한 성격인데다 마을에 어떤 일이 있고 불편함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가좌1통을 부지런히 다닌다. 마을 소식이 안 들어올 리가 없다. 웬만한 정보는 다 꿰고 있다.

2017년 중산경로당 준공식에서 감사장을 받는 정인희 가좌1통장(왼쪽).
2017년 중산경로당 준공식에서 감사장을 받는 정인희 가좌1통장(왼쪽).

마을 일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들이 참 많지만 그래도 제일 뿌듯하고 주민들에게도 고마운 것은 2017년 6월 14일 중산경로당을 준공한 것이다. “중산경로당(당시 송산6통 가좌마을)은 마을의 숙원 사업이었어요.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했고,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어요. 7년이 지났지만 믿고 도와주신 마을 분들과 도움을 준 공무원, 시·도의원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동네 주민들하고 마을회관과 경로당 건립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았는지 몰라요”라며 주민들의 쉼터이자 소통의 공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말했다.

1층 경로당 실내 전경. 마루와 창 등 주민들을 위한 배려가 곳곳에 묻어 있다.
1층 경로당 실내 전경. 마루와 창 등 주민들을 위한 배려가 곳곳에 묻어 있다.

동쪽으로는 멀리 고봉산이 보이고, 바로 앞에는 넓디넓은 논이 있고, 서쪽으로는 주택과 도로, 남쪽으로는 밭이, 북쪽으로는 마을이 있는 중산경로당. 주민들과 어르신들이 마음 편하게 쉬고 모이고 이야기를 나누는 마실 공간이다. 마을회관과 함께 사용하는데 1층이 경로당이고 2층이 마을회관이다. 총 60평으로 정 통장은 이곳에서 어르신들과 주민을 만나고 소통하며 마을의 이모저모 이야기를 접한다.

평상시에는 경로당 봉사부터 주변의 꽃길 조성까지 마을을 위한다면 안 하는 것이 없을 정도로 이리저리 다니며 봉사하고 또 봉사한다.
 
”어르신들이 여기 들어오실 때 ‘여기가 천국이야’라고 할 정도로 좋아하세요. 인원수에 딱 알맞은 규모에 운동기구와 주방, 의자, 탁자 등을 어르신들에 맞게 디자인했어요. 벽지 창틀, 장판 등 지역민들과 함께 고민하고 결정한 그때 생각이 다시 나네요“라며 고생했지만 가슴 벅찬 2017년을 말했다.

정인희 통장이 마을의 여러 사진을 보여주며 추억과 기억을 말했다.
정인희 통장이 마을의 여러 사진을 보여주며 추억과 기억을 말했다.

정 통장은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것이 봉사라고 말한다. 가족들 모두에게 고마워하고 남편에게도 감사해한다. 지역의 많은 변화를 눈으로 직접 봐온 그는 주민들의 정만은 그대로라 좋으며, 마을회관에 많은 주민이 찾아와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소통과 대화의 공간이 되길 바라고 있다. 정인희 통장에게서 오래된 공동체의 모습이 보였다. 그에게 경로당은 마을 일을 하는 원동력이자, 마을회관은 주민들의 말을 경청하고 봉사의 원동력이 되는 소중한 공간이었다.

경로당으로 향하며 콩을 터는 주민과 인사하는 정인희 통장.
경로당으로 향하며 콩을 터는 주민과 인사하는 정인희 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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