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도서관 시민 아카이빙집
『동네 사람들, 동네 시장을 기록하다』

일산도서관 시민기록 아카이빙집 『동네 사람들, 동네 시장을 기록하다』
일산도서관 시민기록 아카이빙집 『동네 사람들, 동네 시장을 기록하다』

[고양신문] 일산도서관(관장 박미숙)이 시민의 손으로 일산시장과 주변지역의 다양한 모습들을 기록한 아카이빙집 『동네 사람들, 동네 시장을 기록하다』를 출간했다. ‘기찻길옆 인문학, 100년 시장을 기록하다’라는 주제로 한 해 동안 진행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140여 쪽에 이르는 아카이빙집에는 10명(김성재·심여은·김연순·백정희·여인숙·이미선·이성애·이수민·이순연·김범규) 시민기록자들의 수고와 열정이 오롯이 담겼다. 

‘아카이빙’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묶였지만, 책에 담긴 기록들은 내용도 형식도 다채롭다. 초보 인류학도라고 자신을 소개한 심여은씨는 ‘일산시장 백년의 발자취’를 보고서처럼 깔끔히 정리했고, 퇴직 교사인 여인숙(미소리오나)씨는 일산초교 동문들이 풀어내는 ‘50년 전 초등학교 시절의 이야기보따리’를 동년배의 반가운 공감을 담아 재미나게 담아냈다. 

책 속에는 시민기록자들이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포착한 흥미로운 사진과 글이 가득하다.
책 속에는 시민기록자들이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포착한 흥미로운 사진과 글이 가득하다.

기록은 과거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미선씨는 일산역 주변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가게 ‘내친구네’를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들여다봤고, 김연순·이수민·김성재·이성애·백정희씨는 지물포, 식당, 미용실, 신발가게, 박물관식카페 등 일산전통시장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풍경들을 만나고, 과거로부터 이어진 오늘날을 지켜내는 주인공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반면 이순연씨와 김범규씨는 카메라를 도구 삼아 각각 ‘시간의 흐름을 견뎌내는 벽화마을’과 ‘일산과 나 그리고 마주한 조각’을 테마로 정감 있는 사진기록을 남겼다. 정형화된 만듦새를 탈피해 기록자의 개성이 존중된 구성 덕분에 아카이빙이라는 장르가 품은, 넓게 열린 자유로움의 진폭이 고스란히 부각된다.  

일산시장 상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시민기록자들. [사진제공=일산도서관]
일산시장 상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시민기록자들. [사진제공=일산도서관]

책 뒤편에 실린 ‘기록의 시간을 기억’에는 소중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도서관과 시민기록자들이 4월 첫 만남을 갖고, 함께 배우고 성장했던 7개월의 시간이 정리됐다.

책의 여는말을 통해 박미숙 관장은 “시민기록자들끼리 서로 소통하고 도와가며 이런저런 고민을 나누는 과정은 감동 그 자체”였다고 말한다. 이어 “일산도서관 아카이빙 기록집을 글자와 이미지들로만 이해하지 않아주셨으면 한다”고 적었다. 많은 이들의 시간과 발걸음, 후회와 환희가 모여 만들어진 결과물이라는 것을 기억해달라는 바람이다.

현장 답사를 나선 시민기록자들. [사진제공=일산도서관]
현장 답사를 나선 시민기록자들. [사진제공=일산도서관]

일산도서관의 시민 아카이빙 작업은 올해로 두 번째다. 지난해 처음 시도한 프로젝트를 통해 『동네 사람들, 동네 시장을 기록하다』라는 멋진 아카이빙집을 엮어냈지만, 아쉽게도 올해는 자체 예산이 반영되지 못했다. 어떻게든 시민 아카이빙 작업을 이어가고 싶었던 도서관 측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도서관협회가 주관하는 ‘2023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공모사업 도전을 결심했고, 마침내 사업선정 소식을 듣고서야 환호성을 지를 수 있었다.

어렵사리 여건이 마련됐다 해도 결국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는 것은 누군가의 구체적인 노력과 헌신이다. 박미숙 관장은 “힘겨운 역할을 도맡아 준 정혜윤 사서 주임, 시민기록자 한 명 한 명과 소통하며 아카이빙 진행을 총괄해 준 유현정 디렉터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기획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유현정 디렉터. [사진제공=일산도서관]
기획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유현정 디렉터. [사진제공=일산도서관]

이번 아카이빙집은 또 다른 의미에서 소중한 기록물이기도 하다. 그동안 일산도서관을 운영했던 ‘행복한아침독서’와 고양시와의 민간위탁 운영계약이 12월 31일을 마지막으로 종료되기 때문이다. 2년 6개월 동안 지역 안으로 들어가 이웃들과 함께하고자 했던 의미 있는 시도의 마지막 발자취가 『동네 사람들, 동네 시장을 기록하다』 아카이빙집이 된 것이다.

때문에 책 속에 한 챕터로 들어간 ‘일산도서관 이야기’를 천천히 읽게 된다. 박미숙 관장과 사서들이 의기투합해 지역에 다가가 이웃과 함께하고자 했던 2년 6개월 시간이 담백하게 기록됐기 때문이다. 박미숙 관장이 여는 말에 적은 “누군가가 살았을 어느 시대 어느 장면을 이렇게 또 기억으로 남겨봅니다”라는 문장이 그동안 일산도서관의 새로운 시도를 응원했던 이들에게 보내는 인사말처럼 들린다.  

아카이빙집 출간 자축 행사를 가진 일산도서관 시민기록 참가자들. [사진제공=일산도서관]
아카이빙집 출간 자축 행사를 가진 일산도서관 시민기록 참가자들. [사진제공=일산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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