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파괴 줄이고 복원 늘리는 ‘생태중립’
생물다양성 풍부해지면 생태계서비스 증가
먹이사슬과 물질순환, 기후변화와 연결돼
생태계 이상현상이 던지는 경고 주목해야

Kunming-Montreal GBF 채택. [사진출처_CBD COP15]
Kunming-Montreal GBF 채택. [사진출처_CBD COP15]

[고양신문] 전쟁과 갈등으로 뒤숭숭했던 한해가 지났다. 이제 푸른 용의 해라는 2024년이 밝았다. 올 한해만이라도 지구촌은 이전보다 좀 살만한 곳이었으면 좋겠다. 아니, 힘들더라도 살아 낼 만한 곳이라는 말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비단 사람들에게만 그런 곳이 아니라, 자연도 함께 말이다. 

하지만 우리 삶터와 마찬가지로 자연생태계도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가고 있다.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서비스 관측 이래로 육상은 75%, 해양은 66%가 이미 소실되었다는 지구평가보고서가 나온 지도 5년이 지났다. 하지만 당대에 파괴되어 사라져 가는 생태계에 비해 새로 복원된 생태계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니 순손실은 계속되고 있다.

‘생태살해(ecocide)’라는 말을 들어 보았는가. 인간의 개발 욕심으로 서식지가 파괴되고 생물종이 사라지고 현상을 말한다. 생태살해를 줄이고 생태복원을 늘려 순손실을 영(0)으로 만들자는 활동이 생태중립(ecological neutrality)이다. 탄소중립과 같은 맥락이다. 
 

기후변화협약 COP28 한국관앞에서 참가자들과 함께 기념사진. [사진제공=에코코리아]
기후변화협약 COP28 한국관앞에서 참가자들과 함께 기념사진. [사진제공=에코코리아]

하지만 생물다양성보전 행동으로 생태중립을 이루자는 구호는 개발 구호 아래 언제나 뒷전이다. 국제사회는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서비스의 소실량과 복원량을 2030년에는 같게 하자고 선언했다. 이른바 이른바 쿤밍몬트리올 지구생물 다양성전략(GBF)이다. 실현 가능한 이야기일까. 이번 기후변화협약총회에서 기후악당국으로 찍힌(!) 대한민국에서는 언감생심 꿈같은 이야기겠지만, 생태선진국들은 이미 목표치에 근접한 국가들도 있어 보인다. 올해는 그래도 생태중립에 한걸음이라도 다가가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을 골고루 누렸으면 좋겠다. 

보통 생태계서비스(ecosystem service)라고 부르는 이 서비스는 여타 서비스처럼 받는 이가 쉽게 체감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우리가 먹고 쓰고 즐기는 자연에 모두 가격을 매겼다고 생각해보면 이해가 되지 않을까.

신선한 공기 1그램, 맑은 물 1리터, 공기 1도 냉각 요금, 물 1톤 저장비, 숲과 습지 1시간당 이용료 등등…. 이런 자연이 주는 서비스는 어마어마한 가치를 가질 것이다. 이중 가장 기본이 되는 원리는 생물다양성이 풍부하면 생태계서비스는 커진다는 것이다. 그러니 건강한 생물다양성을 가진 숲과 습지, 하천, 호수, 갯벌, 바다와 같은 자연을 우선 잘 섬겨야 한다. 그래야 돌아오는 혜택도 커진다. 올 한해는 그렇게 인간이 자연에 베풀고, 자연이 인간에게 골고루 혜택을 돌려주는 그런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기후변화협약 COP28의기후행동 시위. [사진제공=에코코리아]
기후변화협약 COP28의기후행동 시위. [사진제공=에코코리아]

모든 것은 순환한다는 생태적 원리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이루는 물질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눈앞에서 보이지 않는다고 없어지진 않는다. 이는 종교적인 각성이 아니라 생태과학의 원리다. 그런데 그 순환고리에는 먹이 관계가 있다. 생태계의 구성 인자 간에 먹고 먹히며, 분해하는 과정에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것이다. 

이런 먹이그물 구조를 그림으로 그려보면 생태계 구조가 나타난다. 그 속에는 식물이 가진 탄소와 질소가 초식동물로 흘러가고, 육식동물의 몸속에 저장되었다가 다시 미생물에 의해 자연으로 돌아가는 이동로도 보일 것이다. 사람도 생태계 일부이니 그 속에 자리매김할 수 있다. 사람 몸속에 저장된 탄소와 질소의 동위원소를 분석하면, 식성도 알 수 있고 선호하는 식사 종류도 알 수 있게 된다. 그러니 『미식예찬』의 저자 사바랭(Jean Anthelme Brillat-Savarin)이 ‘당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말해 보라.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 주겠다’라고 한 말도 생태과학적으로 일리가 있는 말이다. 

고양시에서 월동하는 저어새. [사진=에코코리아 김윤선]
고양시에서 월동하는 저어새. [사진=에코코리아 김윤선]

이런 먹이그물 원리를 지구 물질순환으로 확장 시켜 보면 기후변화 문제도 보인다. 선진국 국민이 “과일과 채소, 콩류, 견과류의 섭취를 늘리고, 육류와 유제품 소비를 줄인다면 현재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들어가는 비용을 최대 40% 줄일 수 있다”라고 노르웨이 비영리단체인 EAT의 주장도 매우 신뢰성이 있는 것이다. 인간 개체군과 그들의 먹이생물과의 관계는 지구 물질순환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이를 정량적으로 측정한 것이니 생태과학적이다. 이런 자각과 지식을 바탕으로 에코밥상을 차려보면 어떨까. 올해는 한 끼라도 육식성 밥상에서 초식성 밥상을 차려보자. 이른바 에코밥상 운동을 실천하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

올해 겨울도 이상기온 현상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12월에 서울 지역에는 도롱뇽이 산란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장항습지에서도 12월에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검은머리물떼새가 난데없이 갯벌에서 관찰되었다. 보통 9월 이후면 충남 이남으로 내려가 월동하는 섭금류(shorebird)이다. 여름 철새인 저어새도 산남습지 고양시 논에서 월동하는 것이 관찰되기도 하였다. 앞으로도 기후변화로 생물들의 생체시계 이상 현상은 곳곳에서 나타날 것이다. 올 한해 길 잃은 생명들에게 측은지심을 가지고 세심한 도움의 손길을 기꺼이 내밀어 줄 생태시민들이 늘어나길 나는 소망한다.

장항습지에서 발견된 검은머리물떼새.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장항습지에서 발견된 검은머리물떼새. [사진제공=에코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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