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행연 학교비정규직노조 고양지회장

윤행연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고양지회장
윤행연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고양지회장

고양 급식노동자 절반 가까이 폐질환
정부·교육청, 치료비 지원은 '모르쇠'
학교 비정규직 노동환경 근본적으로 돌아봐야

[고양신문] 한 달전 성남시 학교 급식노동자 이혜경씨가 3년의 폐암 투병 끝에 사망하면서 학교 급식실 노동환경 문제가 사회 이슈로 떠올랐다. 숨진 이씨는 2020년 6월 폐암 4기 진단을 받았으나 2년간의 싸움을 거쳐서야 겨우 산재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급식실 업무가 폐암 발병에 직접적 관련이 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사실 급식실 환경개선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21년 처음으로 급식실 노동자의 폐암이 직업병으로 인정된 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은 급식실 노동자를 대상으로 폐암 건강검진을 했다. 경기도만 살펴보면 검진 대상자(경력 10년, 55살 이상) 1만1000여명 중 129명이 폐암 의심 판정을 받았다(이중 5명은 폐암으로 사망). 지자체별 상세내용은 밝히지 않고 있지만 고양시에도 상당수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양시 학교 급식노동자들의 폐암 실태 및 급식실 조리환경 개선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윤행연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고양지회장<사진>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학교 급식노동자 폐암 문제가 전국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고양시 상황은 어떤가.
공식적인 자료는 경기도교육청이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노동조합이 파악한 바로는 2022년 기준 폐암 확정 환자만 4명으로 집계됐다. 노조원 대상으로만 파악한 수치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더 있을 가능성이 높다. 폐결절 환자를 기준으로 놓고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건강검진 결과 경기도 내 검진자 1만1000여명 중 3900명의 급식노동자들이 폐결절(양성결절·경계선결절 포함) 이상의 소견을 받았다. 고양시의 경우 전체 학교 급식노동자 700여명 중 폐결절 환자가 3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사실상 2명 중 1명은 폐질환을 앓고 있다고 보면 된다.   
 

❚급식노동자들에게 폐질환 문제가 나타나는 이유는.
튀김이나 볶음요리를 하는 과정에서 ‘조리흄’이라는 물질이 발생하는데 이게 폐질환을 유발하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학교 조리사와 영양사들은 업무특성상 이 증기를 장기간 들이마실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특히 고양시에 오래된 학교들은 급식실 환기구 시설이 열악한 경우가 많은데 일례로 어떤 학교는 배기시설 고장으로 인해 조리를 할 때마다 가스가 제대로 배출되지 않아서 일하는 분들이 항상 두통과 메스꺼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사실 그전까지는 쉬쉬하던 문제였는데 2021년 2월 처음 폐암에 대한 산재승인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슈가 된 것이다.
 

❚경기도교육청에서 작년 환기시설 점검·개선 등 대책을 내놨는데.
노조가 요구했던 사안 중 가스시설의 인덕션 교체 건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환기구 후드 교체 같은 환기시설 대책은 아직 실태조사만 진행했을 뿐 실제 교체공사가 진행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폐질환에 대한 후속조치도 전무한데 현재 정부와 교육청은 폐암 의심환자에 대한 재검진 비용만 지원할 뿐 치료비 등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인력 보충 등 근본적인 노동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학교 급식실의 인력배치 상황이 매우 열악하다. 보통 공공기관 내 식당의 경우 급식노동자 한명이 담당하는 인원수가 많아야 80명 정도라면 현재 학교는 학생 1000명당 8명이 배치돼 노동강도가 매우 심한 실정이다. 심한 경우 혼자 닭튀김을 520㎏가까이 해야할 때도 있는데 당연히 폐질환에 노출될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폐암이 아니더라도 각종 만성적인 질환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인력배치 기준을 현실적으로 낮추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무상급식 정책 도입으로 학생들 복지의 질이 높아졌지만 그 뒤에는 급식노동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예전에 비해 반찬수도 늘고 메뉴도 다양화되는 등 급식의 질이 높아졌지만 정작 인력배치와 근무조건은 제자리 걸음인 수준이다. 폐암 문제를 넘어서 급식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근본적으로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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