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혜 기본소득당 대변인
신지혜 기본소득당 대변인

[고양신문] 얼마 전 청첩장을 주는 자리인 ‘청모’가 있었다. ‘청모’에 나오는 단골 질문을 했다. 신혼집을 어디에 마련하냐고. 한 달 후 결혼을 앞둔 이 커플은 당분간 예비 신랑이 살던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둘 다 전문 직종 종사자라 소득이 부족한 상황은 아닐 것이라 참 의외였는데, 그 결정을 한 이유가 쉬이 잊히지 않을 만큼 놀라웠다.  

정부를 믿지 못해서라고 했다. 전세 사기가 심각하다는데 정부가 함께 책임져 줄 것 같지도 않고, 기존 정책들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것이 불안하다고 했다. 일단은 혼자 살 만큼의 아담한 크기의 집이라도 계약 기간 만료 기한까지는 살아보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공간에서 맞이할 신혼생활이라는 단꿈보다 정책의 실리를 따져보겠다는 취지였다.

신혼부부에게 부모가 최대 3억원을 증여해도 세금 한푼 내지 않아도 되는 정책을 추진한 것도 정부였고, 신혼부부가 전세 대출을 받거나 집을 살 때 소득 한도를 높여주겠다고 한 것도 정부였다. 결혼과 함께 다양한 혜택을 약속하며 결혼을 장려하는 정부 입장에서 예비 신혼부부가 ‘믿지 못하겠다’라고 하는 건 얼마나 뼈아픈가. 그런데 정부를 믿지 못하겠다고 한 이유는 정부뿐만 아니라 정치권이 새겨들어야 할 만큼 뾰족했다.  

단군 이래 최대 스펙을 가지고도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라며 청년을 안쓰럽게 바라보는 시선이 ‘청년’ 이름을 내건 정책의 시작이었다. 최초로 법안 이름에 청년이 들어간 법은 노무현 정부 시기 만들어진 청년실업해소 특별법이다. 지금은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으로 개정되었다. 청년 고용 지원 등 일자리 중심의 정책으로 시작한 셈이다. 이후 지방의회에서 청년기본조례가 제정되는 등 청년 삶 전반에 대한 다양한 지원이나 참여 보장으로 확대됐다.   

청년지원정책 홍보물에 삽입된 이미지. 정부의 정책이 그림처럼 청년들에게 미소를 안겨 줄 수 있을까?
청년지원정책 홍보물에 삽입된 이미지. 정부의 정책이 그림처럼 청년들에게 미소를 안겨 줄 수 있을까?

문제는 어느 지역에 거주하는지에 따라 지원받을 수 있는 정책이 다르거니와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또한 일관성이나 지속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대통령이 바뀌거나 광역단체장이나 기초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청년 정책이 출렁인다는 의미다. 이것이 예비 신혼부부가 정부를, 나아가 정치를 믿지 못하겠다 밝히는 이유다.

대표적인 몇 가지 사례가 있다. 올해 중소기업 청년의 자산 형성을 돕는 ‘청년내일채움공제’ 제도가 도입된 지 8년 만에 폐지됐다. 정부는 새로운 청년 지원제도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변명했다. 정부가 언급한 ‘청년도약계좌’는 이전 정부에서 시작된 청년희망적금의 만기가 도래해 비슷한 정책을 현 정부가 시행한 것이고, ‘빈 일자리 취업 청년 지원금’ 신설 대신 청년내일채움공제 제도를 확대하는 방안도 있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청년내일채움공제’ 폐지를 택했다. 자리 잡아가는 제도의 폐지 이유가 이전 정부의 행적을 지우고 현 정부의 업적을 쌓기 위한 의도라는 것만큼 설득력 있는 설명이 있을까.

이전 정부에서 청년이나 신혼부부 대상으로 고정금리 대출을 약속한 주거 정책 역시 현 정부에서 금리를 올리겠다고 밝혀 거센 반발을 산 적도 있다. 청년 대상 정책이 언제 달라지거나 폐지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질수록 청년 정책의 효과도 떨어지고 청년 세대의 정치에 대한 신뢰 역시 하락할 수밖에 없다. 치적 쌓기에 집착하기보다 청년 삶에 꼭 필요한 정책을 일관되게 지속해야 정치에 대한 신뢰도 회복된다. 다가오는 총선에서는 청년을 누군가를 빛나게 할 수단으로 대하는 구태부터 사라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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