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전통시장 가성비맛집 베스트5

고양시를 대표하는 일산전통시장 2문 입구. 
고양시를 대표하는 일산전통시장 2문 입구. 

[고양신문] 설 명절을 앞두고 소비자들의 시름이 깊다. 장바구니 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기댈 곳은 전통시장이다. 평소 시장을 자주 찾지 않았다면, 이번 기회에 전통시장의 무한 매력에 입문해봐도 좋겠다.
전통시장 나들이에 빼놓을 수 없는 일정은 맛집 탐방이다. 고맙게도 고양시 양대 시장인 일산시장과 원당시장에는 입소문 자자한 맛집들이 여럿이다. 먼저 찾아간 곳은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일산시장. 단골들이 추천하는 자타공인 가성비 맛집을 다섯 곳만 소개한다. 물론 소개하지 못한 가게들도 저마다의 솜씨를 자랑하는 맛집들이 수두룩하다. 일산시장에 자주 들를수록 ‘나만의 맛집 리스트’도 점점 늘어날 게 분명하다. 

1. 매콤한 불향 가득  삼정닭발
 “매일 불티나는 포장 주문 전화”

일산전통시장 여섯 개의 입구 중 ‘6문’으로 들어서면 미각을 자극하는 매콤한 향이 코끝을 유혹한다. 15년째 불향 가득한 닭발로 단골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삼정닭발’이다. 몇 해 전부터는 SNS를 타고 유명세를 얻으며 먼곳에서 찾아오는 고객들의 대량구매·공동구매 주문전화도 이어진다. 기자가 찾은 날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오전에만 전화주문으로 150팩 이상을 팔았다. 주말이나 장날에는 매출이 몇 배로 뛴다. 식은 후에도 오히려 식감이 쫄깃해지기 때문에 포장음식으로 안성맞춤이다. 

최고 인기메뉴는 뼈없는 닭발이지만, 뼈있는 닭발만 찾는 마니아들도 있다. 맛의 비결은 최상급 식재료다. 닭발은 물론, 보조메뉴인 돼지껍데기와 돼지오돌뼈, 고춧가루와 양념까지 100% 국내산만을 사용한다. 

닭발 조리는 2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방금 삶은 닭발에 특제비법 양념소스를 발라 선풍기 바람으로 식히기. 그래야 소스가 잘 달라붙는다. 2단계는 주문을 받은 후 즉석에서 불향을 입혀 구워내기. 이렇게 정성이 가득 든 닭발이 한 팩에 8000원이다. 맛도 가격도 착하니 입소문이 안 날 수 없다. 현금으로 결제하면 쿠폰 도장도 찍어준다. 20개를 모으면 한 팩 서비스다. 마니아들에겐 기분 좋은 선물이다. 문의 031-975-3867

2. 식탁이 즐거운  장금이네 전주반찬 
모둠전 맛보려면 “줄을 서시오”

일산전통시장에서 명절날 가장 긴 줄을 서는 집은 어딜까. 바로 ‘장금이네 전주반찬’ 가게다. 단골손님들은 “푸짐하고 고소한 장금이네 모둠전을 맛봐야 명절기분이 난다”고 말한다. 동그랑땡, 동태전, 고추전, 녹두전, 깻잎전 등 전 종류만 10여 가지다. 

밑반찬은 더 많다. 장아찌와 나물 등 ‘옛날 맛’이 그리워 찾아오는 어르신들과 단짠단짠을 좋아하는 젊은 입맛을 골고루 맞추다 보니 무려 60~70가지다. 동네 반찬가게보다 양이 많아서 서너 팩 사다 놓으면 며칠 동안 상차림 고민 끝이다. 김치류 중에서는 외출했던 입맛 귀가시켜주는 겉절이와 파김치가 인기다. 냉장고를 칸칸이 채우고 있는 전통음료 삼총사(식혜·수정과·호박식혜)의 색깔도 예쁘다.   

장금이네 여사장님의 고향은 맛의 고장 전주다. 다섯 자매 딸부잣집에서 자라며 친정엄마의 손맛을 고스란히 물려받아 어떤 음식이든 척척이다. 어릴 적부터 엄마가 해주던 음식 맛의 기억이 변치 않는 비장의 레시피다. 가장 신경쓰는 것은 제철 식재료다. 매일 밤 잠들기 전에도 지금 뭐가 맛있을까, 그 재료로 무슨 반찬을 만들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단다. 

장금이네는 청결한 가게로도 소문이 났다. 주방과 매대는 물론, 주변 골목까지 깨끗하게 청소하는 일은 정년퇴직 후 본격적으로 가게 일에 가세한 남편의 몫이다. 명절 전후로는 워낙 손님이 밀려들기 때문에, 인기 최고 모둠전 맛을 보려면 미리미리 예약해두자. 문의 031-976-8890  

3. 갓 지은 구수한 밥  즉석누룽지솥밥 
오늘은 생선구이, 내일은 삼겹살 정식 

갓 지은 밥냄새처럼 맛있는 냄새가 또 있을까. 시장 ‘1문’ 건너편에 자리한 ‘즉석누룽지솥밥’은 한끼 밥상으로 귀한 대접을 받고 나오는 집이다. 8000원짜리 찌개 한그릇을 주문해도 공깃밥 대신 정성 가득한 즉석누룽지솥밥이 차려지기 때문이다. 메뉴도 다양해 4종의 생선구이와 조림, 각종 찌개와 뼈해장국, 제육볶음과 낙지볶음까지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 

이 집만의 스페셜 메뉴는 삼겹살 정식이다. 웬만해선 혼자 먹기 힘든 삼겹살을 솥밥까지 곁들여 1만4000원이라는 부담 없는 가격에 즐길 수 있어서 삼시세끼 인기 메뉴가 됐다. 반찬을 차리는 정성도 남다르다. 입맛에 따라 자유롭게 가져다 먹을 수 있는 반찬이 15가지나 되니, 웬만한 한식뷔페 상차림이 부럽지 않다. 

즉석누룽지솥밥집은 남들보다 이른 새벽 5시에 문을 연다. 이곳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출근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문을 닫는 시간은 저녁 9시다. 시장에 들렀다가 잊지 않고 찾아오는 손님들, 퇴근 후 술잔을 부딪히는 단골들로 하루 종일 주방이 분주하다. 

이곳 주인장은 20년 한자리를 지키며 동네의 변화 과정을 지켜봤다. 다양한 메뉴를 개발하다가 누룽지솥밥으로 정착했지만, 원래 상호인 ‘북창동 해장국’도 간판 한쪽에 넣었다. 오랜 단골들과의 고마운 인연을 잊지 않으려는 주인장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문의 031-977-3314

4. 맛도 좋고 값도 착한  형제족발
국산돼지 족발에 한약재가 듬뿍

전통시장과 가장 어울리는 포장음식하면 단연 족발이 아닐까. 배가 출출한 상태에서 시장을 돌다가 가지런히 썰어 진열해놓은 족발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눈길이 붙들린다. 13년째 시장 ‘동문’ 안쪽자리를 지키고 있는 ‘형제족발’은 일산전통시장을 대표하는 족발집이다. 기자가 찾아갔을 때, 마침 방금 삶아낸 족발을 건져내고 있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왕족발, 탱글탱글 윤기가 자르르한 미니족발을 보고 있자니 군침이 넘어간다.   

족발을 삶을 땐 잡은 지 3일 이내의 국산돼지 족발만 쓴다. 여기에 한약재를 듬뿍 넣은 국물로 오랜 시간을 삶아 잡내를 잡았다. 역시나 평판 좋은 맛집의 기본은 좋은 식재료다. 

형제족발의 가장 큰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으뜸 가성비다. 식당에서 족발 대(大)자가 4만원을 훌쩍 넘는 데 반해, 형제족발의 대자는 2만7000원, 중(中)과 소(小)는 각각 2만2000원, 1만9000원이다. 여기에 작은족발 2개를 알뜰하게 썰어 포장한 ‘미니족’은 1만1000원, 부담 없이 한 팩 장바구니에 집어넣기에 딱 좋다. 가까운 곳은 배달도 한다. 다만 수수료가 추가되는 배달앱은 안 받고, 전화주문 배달만 받는다. 

형제족발의 원칙은 한결같다. 맛있고 건강한 족발을 저렴한 가격에 파는 것. 기본을 열심히 지키는 주인장 부부의 장사철학이 푸짐한 족발만큼이나 든든하다. 문의 031-977-2888

5. 반백년 이어온 본토박이맛  문산순대국
연탄불로 24시간 은근히 끓인 국물맛 

전통시장 먹거리 탐방에서 순대국을 빼놓으면 섭섭하다. 순대와 고기가 듬뿍 들어간 뽀얀 국물에 밥을 말아, 새우젓과 깍두기를 곁들여 먹는 순대국은 한국인의 소울푸드 중 하나다.

벽면에 붙은 안내문을 읽어보면, 위생적으로 유통된 축산물을 연탄불로 24시간 은근히 끓여서 얻어낸 담백하고 고소한 육수가 문산순대국 맛의 비결이라고 소개됐다. 뚝배기 가득 순대와 살코기, 내장이 골고루 들어간 건더기가 넉넉히 더해지니, 이보다 푸짐한 국밥 한그릇이 없다. 여기에 부추와 들깨가루, 칼칼한 다대기를 적당히 넣어 내 입에 딱 맞는 국물맛을 만들어 먹는다. 취향에 따라 순대탕, 내장탕, 순살탕만을 따로 주문할 수도 있다. 

문산순대국의 개업연도는 1976년이다. 먹거리가 넉넉하지 않던 시절, 상대적으로 저렴한 돼지부속물을 이용해 뜨끈한 순대국을 끓여내기 시작한 후 올해로 반백년 가까이 업력을 이어오고 있는 일산전통시장의 본토박이 맛집이다. 현재 창업주의 2세가 가업을 물려받아 변함없는 맛을 이어오고 있고, 2021년에는 오래도록 고객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가게들에게만 이름이 부여되는 ‘백년가게’에 선정되기도 했다. 문의 031-975-4791


※ 보너스 팁  "제수용품 여기 다 있네"
명절 차례상 필수템 연희건어물

세태가 변했다 해도, 여전히 격식 갖춘 명절 차례상을 준비하는 이들이 많다. 정성 담은 제수용품을 준비하려면 전통시장이 답이다. 30년 넘게 장사를 이어온 ‘연희건어물’은 일산전통시장의 대표적인 제수용품 전문점이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가도 좀처럼 찾기 힘든 품목들을 이곳에선 빠짐없이 만나볼 수 있다. 밤 대추, 곶감, 산자, 약과, 포 등 차례상에 오르는 기본품목을 비롯해 옥춘, 팔보, 다식 등 희귀한 상품들이 종류별로 구색을 갖췄다. 

뿐만 아니라 피문어, 가오리 등 특정지역의 차례상에 오르는 건어물들도 찾을 수 있다. 내용물도 실해 왕밤도 곶감도 최고의 특상품이다. 왕밤을 사면 기계로 껍질도 깔끔하게 벗겨준다. 

식품류만이 아니라, 향과 양초, 차례주 등의 공산품도 한자리에서 쇼핑할 수 있다. “명절맞이 전통시장 쇼핑의 하이라이트는 건어물·제수용품가게”라는 주인장의 자부심이 빈말이 아니다.  문의 031-976-55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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