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한·에콰도르 SECA 정식서명
에콰도르산 장미 수입 급증에 농가들 '한숨'

비닐하우스 1600평에서 장미 3만주를 기르고 있는 덕양구 관산동의 한 장미 농가.
비닐하우스 1600평에서 장미 3만주를 기르고 있는 덕양구 관산동의 한 장미 농가.

[고양신문] “안 그래도 전기료 인상 등으로 생산단가가 높아지면서 농가들의 어려움이 큰데 화훼 수입관세마저 철폐한다고 하니 걱정이 너무 큽니다. 생산자들은 지금 벼랑 끝에 서 있는 상황인데 지금부터라도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절실합니다.”         

류석룡 한국화훼농협 조합장은 최근 한·에콰도르 전략적경제협력협정(SECA) 추진 소식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공개된 협정문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주요 전략상품을 수출하기 위한 방안으로 화훼시장을 개방했다. 특히 고양시 주력 화훼산업인 장미의 경우 단계적으로 관세가 철폐될 전망이다. 현재 고양시 소재 장미생산 농가는 약 60여곳으로 전국 생산농가의 절반을 넘는다. 

화훼농가들은 현재 협정안대로 관세가 철폐될 경우 절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류석룡 조합장은 “에콰도르는 세계적인 화훼 수출국이고 수출 화훼품목 중에서도 장미가 70%를 차지한다”며 “협정발효 후 관세마저 철폐된다면 에콰도르산 절화들이 국내 시장을 점령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현재 고양시 장미농가들은 재작년 대비 30%이상 높아진 전기요금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단가가 낮은 에콰도르산 장미마저 수입될 경우 더는 버티기 어려운 실정이다. 류 조합장은 “에콰도르의 경우 다국적 기업이 대량생산을 하고 있고 인건비도 훨씬 낮기 때문에 가격경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 고양시 ‘화훼농가’ 전기료 폭탄… “1116만원 고지서 받고 손 떨려” 참조>

실제로 국내 화훼농가들은 과거 FTA체결로 인해 큰 피해를 겪어왔다. 농림부 자료에 따르면 FTA체결 이후 콜롬비아산 장미수입은 지난 7년간 40배가량 증가했으며 그 외 베트남산 국화와 콜롬비아산 카네이션, 중국산 카네이션 등의 수입량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반면 우리나라 절화 생산농가와 생산량 등은 절반 이상 감소했는데 이로 인해 현재 국내 국화 및 카네이션 농가는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태다.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위기의 화훼산업, 함께 대책과 대안을 모색하고 소통하는 토론회' 자리.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위기의 화훼산업, 함께 대책과 대안을 모색하고 소통하는 토론회' 자리.

이러한 가운데 지난 22일 국회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을 비롯해 국민의힘 김도읍·송석준 의원, 더불어민주당 민홍철·홍정민·이용우 의원 등 여야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한국화훼자조금협의회가 주관하는 ‘위기의 화훼산업, 함께 대책과 대안을 모색하고 소통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SECA협상 결과에 따라 후속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며 “권역별로 화훼 유통·소비 거점을 육성하는 한편 화훼 소비문화 정착을 위한 화훼소비생활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고양시를 비롯해 용인, 충북 음성, 경남 김해 중 1곳을 대상으로 총 사업비 40억원이 지원되는 화훼전문생산단지를 선정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하지만 이날 참석한 생산자들은 정부 대책발표를 두고 뒷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정수영 경기도장미연구회장은 “농가 의견은 전혀 듣지 않은 일방적 협정추진”이라고 비판하며 “소비촉진 사업을 펼친다고 해도 소비자들이 값싼 에콰도르산 화훼를 소비하면 국내 생산자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김윤식 화훼자조금협회장 또한 “정부의 자유무역협정 때마다 매번 화훼농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협정에 따른 피해규모를 면밀히 조사하고 화훼농가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대책과 지원, 비전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심상정 국회의원 또한 “국가가 통상전략 차원에서 결단을 내렸다면, 농가와 농민의 삶은 흔들리지 않도록 대책이 제시되는 게 마땅하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국회비준을 해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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