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생 신지혜

[고양신문] “스타벅스는 서민이 오는 곳이 아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서민의 삶과 한참이나 동떨어진 말을 했다. 비교적 덜 부담스러운 선물의 상징처럼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주고받는 서민의 현실을 모르는 건가. 혹은 약 40억 원에 가까운 부동산을 보유한 한 위원장 입장에서 스타벅스 커피 마시는 서민은 주제넘게 사치 부린다고 생각하는 걸까. 국민의힘 당사 1층에 버젓이 스타벅스가 있다. 자기 건물에 서민도 오지 못할 가게를 입점시켜 놓고 국민과 동행하겠다고 한다면 어떤 국민이 그 말에 진정성을 느낄 수 있을까.  

[사진=오마이뉴스 ⓒ이정민]
[사진=오마이뉴스 ⓒ이정민]

부자만 스타벅스에 갈 자격 있다고 생각하는 그는 국민 동행을 내걸고 연탄을 나누러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알려진 중계동 백사마을로 갔다. 한 위원장이 환하게 웃으며 연탄 실은 리어카 끄는 사진이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연탄 때는 가난한 동네를 찾는 따뜻한 보수정당의 이미지를 남기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또다시 논란만 일었다. 연탄 때는 집에 사는 백사 주민과 대화 나누기는커녕, 억지로 묻혔다는 의혹이 인 연탄 가루 휘날리며 가기 바빴기 때문이다. 연탄으로 상징되는 가난의 이미지로 자신의 삶터가 이용당했다는 주민의 배신감이 남았다.

일상에서 박탈감을 느끼는 국민의 손을 맞잡는 방법은 이벤트성 연탄 나르기가 아니다. 비록 부유한 집에서 자라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하더라도, 여당 대표 역할을 하는 이라면 연탄 나르기 이벤트 대신 스타벅스와 연탄의 표상 뒤에 부동산 불평등 문제를 짚는 데 더 애를 써야 했다. 

한 위원장은 경동시장에 입점한 스타벅스가 이익 중 일부를 시장에 기부하는 상생 모델이라 방문했다고 한다. 은행이 높은 이자로 횡재로 얻은 이익 중 일부를 횡재세로 걷어 금융 약자를 위해 쓰자는 제안이 정치권에서 나왔을 때, 정부여당은 제도적 해결이 아닌 은행의 선의에 기대는 선택을 했던 것을 떠올리게 하는 방문 이유다. 스타벅스는 입지 조건이 까다롭고, 인근 부동산 가치도 들썩이게 만들어 ‘스세권’이란 말이 통용될 정도다. 스타벅스가 부동산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기업의 자발적 기부로 불평등 줄일 노력 해보라는 게 ‘상생 협약’ 치켜세우기의 본질이다. 여당으로서 불평등 격차를 줄일 생각이나 방안은 없다고 고백하는 셈이다. 

연탄 이미지를 활용해 가난을 강조하면서도 부동산 불평등에 관심조차 없었던 것도 문제다. 연탄 때는 집의 존재는 자신의 우월함을 느끼기 위한 것이 아니다. 서울 곳곳에 여전히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곳이 있을 정도로 개발격차가 존재한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고, 재개발 계획에 묶이면 낡은 집이라 할지라도 최소한의 필요한 수리조차 가로막히는 현실도 담고 있다. 한 위원장이 계속 연탄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하는 대신 연탄 때지 않아도 될 주거 환경에서 오랜 시간 살아온 동네에서 쫓겨나지 않을 대안을 찾겠다는 약속이 국민과 동행하는 방향이지 않은가. 

신지혜 새진보연합 대변인
신지혜 새진보연합 대변인

스타벅스 수익 일부를 주변 상인에게 기부하고 여당 인사가 연탄을 나누는 선의만으로 불평등은 사라지지 않는다. 언제든 사라질지 모를 선의에 기대어 국민에게 운을 기다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불평등을 없앨 제도적 해법을 찾는 게 정치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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