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고양상공회의소 건설산업위원회 한성호 위원장(한성기업 대표)
자본금 1000만원으로 시작해
지붕·외장재 대표 기업 일궈
각자도생 아닌 연대·협력으로
고양건설업계 권익 보호할 것
[고양신문] “내가 잘나서 여기까지 온 게 결코 아닙니다. 남편이 박봉의 공무원 생활을 할 때도, 또 단돈 1000만 원 들고 맨손으로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도 불평 한마디 없이 현장 인부들의 밥을 해 나르던 아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 고마움을 알기에 이제는 제가 지역 건설인들을 위해 밥을 짓고 길을 닦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고양상공회의소 건설산업위원회 초대 위원장으로 취임한 한성호 한성기업 대표는 인터뷰의 첫머리를 자신의 성공담이 아닌, 아내를 향한 애틋한 고백으로 열었다. 투박한 충청도 사투리가 섞인 말투였지만, 그 속에는 40여 년 치열한 삶의 현장을 건너온 가장의 진심과 기업가의 단단한 내공이 묻어나는 듯했다.
서울시 공무원으로 20년 가까이, 건설 자재 관리부장으로 10년, 그리고 자신의 사업을 일궈온 16년. 그 긴 세월 동안 ‘건설’이라는 한 우물만 파온 그는 이제 고양시 건설 업계의 맏형으로서 새로운 짐을 짊어졌다. 덕양구 벽제동에 있는 (주)한성기업 본사를 찾아 그간 기업가로서 살아온 여정과 초대 위원장으로서의 포부를 직접 들어봤다.
공무원 출신 ‘현장통’, 천만원으로 일군 기적
한성호 위원장의 이력은 독특했다. 20대 초반 단신으로 상경해 서울시 공무원으로 18년 6개월간 재직했다. 주택 및 도시 정비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지만, 민원 업무의 고단함과 IMF 이후 변화하는 공직 사회 분위기 속에서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
“안전한 울타리를 걷어차고 나온 거죠. 동종 업계에서 10년간 관리부장으로 일하며 현장을 익혔고, 2008년 자본금 딱 1000만 원을 들고 독립했습니다. 지인이 빌려준 땅, 논바닥 한가운데 컨테이너 하나 놓고 시작했죠.”
그렇게 설립된 (주)한성기업은 현재 고양시를 대표하는 지붕재 및 건축 외장재 전문 기업으로 성장했다. 단순히 자재만 유통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 법인인 유강기업(주)을 통해 전문 건설 면허를 갖추고 시공까지 직접 챙기는 ‘원스톱’ 시스템을 구축했다. 동국제강, 포스코 등 검증된 정품 자재만을 고집하고 징크와 칼라 강판 등 다양한 제품을 취급하면서 대표가 직접 현장에서 시공을 지휘하는 책임 시공이 입소문을 탔다. 한 위원장은 “건축 외장재는 건물의 옷이자 피부다. 안전은 기본이고 보는 이에게 감동을 줘야 한다”는 철학으로 늘 일에 임한다고 했다.
가족·직원 함께하는 ‘백년기업’이 목표
한성기업의 또 다른 경쟁력은 가족 경영의 안정감이다. 현재 30대 중반인 아들 한태훈 씨는 대학 졸업 직후부터 10년 가까이 현장을 지키고 있다. “처음에는 싫어했죠. 새벽 6시 출근을 젊은 놈이 누가 하려고 해요.” 한 위원장은 웃으면서 “이제는 제법 현장을 볼 줄 알지만, 아직 멀었어요. 남 밑에서 눈칫밥도 먹어보고 현장의 쓴맛 단맛 더 봐야 합니다. 마흔은 넘어야 어디 가서 명함 내밀고 제 몫을 하는 진짜 사장이 될 수 있어요”라고 옆자리에 앉아 있던 아들 들으라는 듯 말했다.
이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그의 포석임이 분명했다. 그는 “내가 70대 중반까지 현역으로 뛰며 바람막이가 되어 주는 동안 아들이 탄탄한 실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주고, 단순히 매출만을 쫓기보다는 직원들과 가족이 평안하게 먹고살 수 있는 알짜배기 ‘백년기업’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고 귀띔했다.
각자도생 끝내고 ‘연대’와 ‘협력’으로
건설산업위원회는 고양상공회의소 산하 업종별 위원회로, 지역 건설·건축 관련 70여 개 기업이 참여하는 협의체다. 한 위원장은 초대 위원장으로 3년 임기를 맡았고, 회원사들의 권익 보호와 공정한 수주 환경 조성을 위원회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기업인으로서 안정적인 궤도에 오른 그가 초대 위원장이라는 고된 자리를 수락한 이유는 명확했다. 고양시 건설 업계가 처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서다.
“고양시에 킨텍스 제3전시장, 테크노밸리 같은 대형 공사가 널렸는데, 정작 우리 지역 업체들은 구경꾼 신세입니다. 김포시만 해도 공무원들이 나서서 관내 업체 이용을 독려하고 수의 계약도 챙겨주는데, 고양시는 특혜 시비나 감사를 핑계로 몸을 사립니다. 우리끼리 뭉쳐서 목소리 내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란 위기감이 저를 위원장 자리로 이끌었어요.”
한쪽 도시에서는 지역 업체 우선 원칙이 살아 움직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조례가 종이 위에만 존재하는 셈이라고 한 위원장은 진단했고, 문제의 핵심은 무엇보다 시장의 의지라고 강조했다. “시장님이 지역 기업을 이용하라고 적극적으로 지침을 내리면 공무원들도 움직입니다. 그런데 그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역대 시장들 모두 비슷했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각자도생이 아닌 연대와 협력을 강조했다. 현재 70여 개 회원사가 모인 건설산업위원회를 중심으로 고양시청, 시의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이미 제정돼 있지만, 현장에선 전혀 작동하지 않는 지역 상품 우선 구매 조례 같은 것이 유명무실해지지 않도록 실질적인 압박과 설득을 병행하겠다는 전략이다.
일감 챙겨오는 영업 위원장 될 것
한성호 위원장의 계획은 구체적이고 실용적이었다. 단순히 친목을 도모하는 위원회가 아니라 회원사들의 먹거리를 창출하는 비즈니스 위원회를 지향하겠단다.
그는 “고양시 관내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공인중개사협회 등과 MOU를 체결해 리모델링이나 인테리어 수요가 발생할 때 우리 회원사들이 먼저 연결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한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장 및 시의원 후보들과 간담회를 열어 지역 건설 산업 활성화에 대한 확약도 받아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뷰하면서 잠시 틈을 내 한 위원장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들을 살펴봤다. 평생을 현장에서 부대끼며 체득한 그의 삶과 초대 위원장에 임하는 각오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했다.
“어려운 길도 끝까지 가면 반드시 열립니다. 기업 경영도, 위원회 활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고양시 건설 업계가 찬밥 신세 같고 힘들지만,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두드리고 뭉친다면 반드시 길은 열릴 것입니다. 가족을 위해 평생 밥을 지어왔던 한 제가 이제는 고양의 건설인들을 위해 먼저 밥상을 차리고 길을 내겠다고 나서게 된 이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