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PD의 맛집 탐구]
(11) 대화역 맛집 3선

갓 삶은 수육부터 막국수, 반반카레까지
북적이는 대화역에서 펼쳐지는 맛의 향연

 

라이프카레앤커피 반반카레
라이프카레앤커피 반반카레

[고양신문] 지하철 3호선의 종착역인 대화역은 지하철과 파주와 김포, 일산 외곽을 오가는 버스들이 모이는 교통 요충지이다. 바로 앞에는 고양종합운동장, 고양체육관이 있고 멀지 않은 곳에 킨텍스가 있으며 장성마을과 성저마을 같은 아파트 단지와 단독주택지가 배후에 있으니 늘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니 식당도 많다. 오늘은 대화역 주변의 식당들 몇 군데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정돈도마수육순대국

국밥을 특별하게 만드는 갓 삶아낸 수육, 정돈도마수육순대국 대화본점

평범한 순대국집과 다르다. 식당 이름에 이 집의 특성이 잘 담겨 있다.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인 도마수육정식을 주문하면 갓 삶아서 썰어낸 수육이 도마 위에 따로 담겨져 순대국과 함께 나온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머릿고기와 잡내 없는 내장이 도마 위에서 김을 폴폴내며 식탁 위에 입장하면 감탄사부터 저절로 나오게 된다. 여기서 잠깐, 나는 순대국집에 가면 순대만 넣어 달라고 요청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볼살과 항정살 부위가 포함된 머릿고기, 돈설, 염통과 간이 도마 위에 종합선물세트처럼 놓여져 있는 모습을 보자 일단 순대를 제쳐두고 하나씩 맛을 보기 시작했다. 머릿고기부터 살짝 소금에 찍어 한 입! 껍데기의 쫀득함과 고소한 비계, 살코기의 부드러움이 한데 어우러진다. 잡내가 전혀 없다. 갓 삶아낸 고기의 보들보들함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특히 연한 선홍빛의 볼살이 주는 찰진 부드러움은 단연 최고이다. 돼지 한 마리에서 소량만 나온다는 돈설 또한 부드러우면서도 서걱하며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맑은 갈색을 띠고 있는 간은 아주 잘 삶아졌다는 증거인데 새우젓과 궁합이 좋다. 탄력 있는 심장 근육인 염통은 쫄깃하고 담백한 맛이 고기를 먹는다는 포만감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다.

정돈도마수육

젓가락이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수육은 삶아낸 후 시간이 흐르면 마르고 식감이 단단해진다. 그러나 이 집의 갓 삶은 수육은 온기를 여전히 머금은 채 지방이 부드럽게 녹아 있어 맛을 극대화시킨다. 이렇게 갓 삶아낸 수육을 도마에 담아 제공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대량으로 삶아 놓은 후 주문에 맞춰 다시 데워 내는 방식과 달리 이곳은 끊임없이 수육을 삶고 타이밍을 살려 고기를 썰어 낸다. 방금 삶아낸 맛을 지키기 위해서는 적정량만 자주 삶아야 하는데 이는 주방 인력의 숙련도와 노력이 요구되는 일이다. 갓 삶아낸 수육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수육이 나오는 시간에 맞춰서 방문하는 게 좋다. 난 오전 10시40분 즈음에 방문했고 수육이 나오는 오전 11시에 맞춰서 도마수육정식을 일행과 같이 주문했었다. 하루에 네 번 수육이 갓 삶아져 나온다. 오전 11시, 오후 12시 반, 오후 5시, 오후 7시가 갓 삶은 수육이 나오는 시간이다. 이제 순대국을 맛보자. 순대국 안에도 순대와 고기가 가득하다. 이곳의 순대국에는 묵직한 전통 순대인 흑순대 외에 선지를 빼거나 아주 적게 넣고 두부, 숙주, 양배추, 다진 고기를 넣은 백순대도 같이 들어 있다. 백순대의 깔끔한 맛이 또 하나의 변주를 선사한다. 밥을 순대국에 말아서 김치 또는 깍두기를 얹어 먹으면 한국인으로 태어나 이 맛을 느낄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가득해진다. 위장과 영혼이 순대 네트워크로 연결된 느낌이다. 
도마수육정식(1만2000원) 외에 순대국(1만원), 모둠한판(3만4000원), 머리수육(2만5000원), 순대한판(1만6000원), 오소리감투(1만2000원)가 있고 저녁 메뉴로 순대전골(2만7000원)이 있다. 

베다니맷돌막국수 바싹감자전

맷돌로 자가제면한 메밀면의 철학, 베다니맷돌막국수
내 최애 음식 중 하나는 막국수이다. 면 요리를 좋아하고 메밀은 내 체질과도 궁합이 좋아 늘 즐겨 먹는다. 파주 대표 맛집으로 손꼽히는 오두산막국수 등 막국수 잘 하는 데가 있으면 어김없이 찾아가곤 한다. 베다니맷돌막국수도 그중 한 곳이다. 먼저 베다니는 성경 신약에 나오는 지명으로 예수님이 휴식을 취하던 조용한 마을인데 사람들이 찾아와 편하게 배를 채우는 공간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추측된다. 맷돌이 들어간 식당명에서 알 수 있듯 이 집은 맷돌로 메밀을 직접 갈아 가루를 내어 면을 뽑아내는 자가제면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메밀은 열에 민감하다. 기계식 제분기는 마찰열이 강하게 발생해서 메밀 특유의 섬유질과 향 성분을 날려버리기 쉽다. 반면 맷돌은 마찰열이 적어 메밀 고유의 구수하고 은은한 향이 가루에 그대로 응축된다. 영양소 파괴도 최소화한다. 맷돌로 갈아져 불규칙해진 입자를 반죽하면 특유의 거친 듯 구수한 식감을 만들어낸다. 주문에 맞춰 맷돌로 갈아내는 덕분에 신선한 메밀면을 먹을 수 있다. 메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방문해야 하는 이유이다.

베다니맷돌막국수 물막국수

이 집의 대표 선수는 순메밀 들기름막국수(1만4000원)이다. 들기름향과 메밀향이 만나 고소함이 겹겹이 쌓여 있다. 가벼운 간장 양념과 김가루와 깨 고명을 사용해 들기름이 주는 느끼함을 최대한 잡아 준다. 물막국수(1만4000원)는 슴슴한 평양냉면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단연 취향 저격 메뉴. 정통 평양냉면과 비교하자면 면발이 투박하고 육수에 동치미나 채수의 비중이 높아 고기향이 옅은 만큼 가볍고 산뜻하다. 바싹 감자전(1만2000원)도 강추 메뉴. 튀기듯 부쳐내서 과자 같은 식감으로 고소함이 극대화되어 있다. 이밖에 비빔막국수(1만4000원), 메밀전병(1만1000원), 메밀왕만두(4알 8000원), 평양온반(10월~3월 한정, 1만6000원) 등이 있다. 

라이프카레앤커피세트 토스트와 티

일본식 카레의 부드러움, 라이프카레앤커피
대화역 인근 주택가 골목에 위치한 라이프카레앤커피는 깔끔한 분위기의 매장과 부드러운 일본식 카레가 어우러져 마음을 포근하게 만드는 식당이다. 향신료 중심인 인도식 커리에 비해 일본식 카레는 밀가루와 버터를 볶은 루(Roux)에 육수를 부어 끓여내는 방식인데 루는 프랑스 요리에서 소스나 수프의 농도를 조절하기 위해 밀가루와 지방을 1:1 비율로 섞어 볶은 것이다. 완성된 루를 숙성시키고 카라멜라이징한 양파를 넣어서 부드러운 단맛과 감칠맛을 강조한 게 일본식 카레. 루를 사용해 걸쭉해진 카레는 밥을 비벼 먹기에 최적이다. 이곳의 시그니처는 반반카레(1만500원). 치킨 야채 카레를 기본으로 새우 크림 / 시금치 치즈 / 비프 카레 중 하나를 선택하면 한 접시에서 두 가지 맛의 카레를 동시에 맛볼 수 있다. 가운데에 밥을 일직선으로 놓고 그 양쪽 두 카레 소스의 색감 대비가 주는 시각적 재미도 좋다. 여기에 반숙 계란과 체리토마토, 그린빈스, 튀긴 연근이 올라간 토핑이 더해지니 그야말로 사진을 부르는 비주얼이다. 사진 한번 찍고 미소와 함께 한입 떠먹으면 술술 넘어간다. 자극적이지 않고 심신이 편안해지는 맛이다. 내가 즐겨 봤던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 메뉴 카레 버전을 먹는 기분이 든다. 이 동네에 산다면 늦잠 자고 일어나 산책 가듯 들리고 싶은 식당이다. 세트(1만4000원)로 시키면 카레에 더 해서 갓 구운 토스트와 함께 아메리카노 커피와 다양한 티 메뉴 중 하나를 고를 수가 있으니 가성비도 좋다. 한 장소에서 식사와 음료까지 해결 가능하니 주머니에 부담 안 주는 데이트 코스로 딱이다. 정갈한 인테리어와 친절한 사장님 부부가 만들어내는 소박한 동네 맛집 분위기는 그 자체로 힐링이다. 카레 외에도 나폴리탄 스파게티(1만3000원), 레몬토마토 리소토(1만5000원), 토마토 치즈베이글(1만원), 피시 앤 칩스(9000원), 토마토 비프파스타(1만1000원), 크림 라구파스타(1만1000원) 등의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고 커피와 티, 하이볼과 맥주도 다양하다.    

복잡한 인생사 속 먹는 즐거움은 빼놓을 수 없다. 그동안 이 지면을 통해 풀어 놓은 맛집 이야기가 여러분의 먹는 즐거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황피디의 맛집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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