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자동차정비공업사 '동네역사관 2관 백마관' 개관
10년 방치됐던 옛 구내식당, 문화공간으로 재탄생
시각 포스터로 채운 생활밀착형 역사 전시공간
김구 탄생 150주년 <백범 선생이 찾아갑니다> 특별전
[고양신문] 자동차정비공업사의 오래된 유휴공간이 일상 안에서 역사를 만나는 이색 전시관으로 탈바꿈했다.
동네역사관은 지난 13일 오후 4시 일산동구 고일로에 위치한 백마자동차정비공업사에서 ‘동네역사관 2관 백마관’ 개관식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이날 개관식은 성악가 김여진의 축하 공연과 함께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는 소통형 행사로 진행됐다.
동네역사관은 세종실록부터 근현대사, 독립운동가, 세계 스포츠, 만화, 기업, 지역사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역사적 콘텐츠를 포스터 형식으로 한눈에 보기 쉽게 전달하는 생활 밀착형 전시 공간이다. 정발산동에 위치한 동네역사관 1관이 주택가 지하에서 주민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동네 사랑방’ 형태였다면, 이번 2관 백마관은 투박한 노동의 현장 가운데로 역사를 끌고 들어왔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번 프로젝트 전반을 기획한 윤효간 작가는 대표 공연 <피아노와 이빨>을 통해 문화 소외 계층을 찾아 전 세계를 돌며 1000회 이상 피아노 공연을 펼쳐온 예술가다. 윤 작가가 음악을 넘어 역사 콘텐츠에 주목한 이유는 한국 역사 교육의 경직성 때문이다. 그는 대중에게 가장 쉽고 직관적으로 역사를 전달할 매개체로 시각 포스터를 선택했다.
윤 작가는 “우리는 흔히 역사 속 위대한 인물들을 존경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들의 삶과 정신을 일상 가까이서 만날 기회는 거의 없다”라며 “사람들이 역사를 찾아가는 게 힘들다면, 되려 역사가 사람을 찾아가면 어떨까라는 역발상에서 출발했다”고 공간 기획 취지를 설명했다.
개관 특별전의 주제는 <백범 선생이 찾아갑니다>로, 올해 백범 김구 선생 탄생 150주년을 맞아 기획됐다. 전시장 벽면에는 윤 작가가 백범일지를 기반으로 제작한 471점의 시각 포스터들이 연대순으로 펼쳐진다. '1885년 안중근 의사와 만나다', '1912년 감옥에서 김좌진을 만나다', ‘1932년 김구의 시계, 윤봉길의 시계’ 등 백범의 개인사는 물론 독립운동의 전체적인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윤 작가와 우선희 동네역사관 관장이 전국 곳곳에 이러한 작은 역사관을 확산시키려는 궁극적인 이유는 ‘공동체 정신의 회복’에 있다. 극단적으로 개인화된 현대 사회에서 역사라는 공통의 기억을 통해 이웃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특히 2관 백마관은 자동차를 수리하며 발생하는 대기시간을 역사를 접하는 ‘특별한 시간’으로 바꾸어 놓았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단순한 공간 리모델링을 넘어 버려지는 시간의 가치를 문화적으로 재정의한 셈이다.
이러한 유휴공간 재생의 밑바탕에는 백마 공업사 일터를 지켜온 이들의 결단이 있었다. 한자리에서 27년간 공업사를 이끈 이인화 대표의 아낌없는 지원과, 이곳에서 25년째 근무하며 이번 프로젝트를 총괄한 우선희 관장의 노력이 더해졌다. 이들은 윤효간 작가를 필두로 공업사 직원들과 함께 두 달 남짓한 시간 동안 직접 손에 페인트를 묻혀가며 지난 10년간 방치돼 있던 옛 구내식당과 협소했던 고객 대기실을 가꾸어냈다.
하루 평균 50명에서 100여 명의 고객이 다녀가는 이곳은 차량 수리를 기다리는 대기시간만 보통 30분에서 1시간 남짓에 달한다. 이 대표는 "단순한 고객 대기실을 넘어, 아이들은 와서 쉽게 역사를 배우고 어르신들은 차 한잔 마시러 언제든 편하게 올 수 있는 동네역사관으로 이 공간을 오래 지키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날 현장에는 특별한 축사도 더해졌다. 백범 김구 선생의 증손자인 더불어민주당 김용만 국회의원은 영상 축사를 통해 “어렵게 마음먹고 찾아가지 않아도 평범한 일상 속에서 편안하게 들를 수 있는 동네역사관이 백범 할아버지를 비롯한 독립운동의 역사로 채워져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다”라며 “순국선열의 이야기를 마주하며 그분들이 지키고자 했던 나라와 정신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뜻깊은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동네역사관 백마관은 공업사가 문을 여는 시간에는 주민과 고객 누구에게나 활짝 개방된다. 백마관은 단순한 일회성 전시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역사 문화 플랫폼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김구 선생 특별전에 이어, 고양시의 생생한 향토사와 지역 이야기를 담은 다음 콘텐츠도 준비 중이다. 일상 공간으로 찾아가는 동네역사관 백마관이 만들어갈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