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신평의 나이테>

청년작가들이 재구성한 신평의 흔적
36년 전 ‘고양신문’ 기사·사진도 전시  
예술창작공간 새들, 11월까지  

신평예술창작공간 '새들'에서 마을의 역사를 재조명한 흥미로운 전시 '신평의 나이테'가 열리고 있다. 사진은 10일 개막식을 함께 한 작가와 손님들. 
신평예술창작공간 '새들'에서 마을의 역사를 재조명한 흥미로운 전시 '신평의 나이테'가 열리고 있다. 사진은 10일 개막식을 함께 한 작가와 손님들. 

[고양신문] 자유로 하부를 따라 이어진 소로인 신평길을 따라가다 보면 ‘예술창작공간 새들’이라는 특별한 공간을 만날 수 있다. 과거 한강 철책을 지키던 군 장병들이 사용하던 군막사를 리모델링해 청년 예술가들을 위한 창작공간으로 리모델링한 곳이다.

이곳에서 지난 10일부터 <신평의 나이테> 전시가 열리고 있다. 경기문화재단 ‘2026 지붕없는 박물관’ 사업에 선정돼 마련된 전시는 이름 그대로 한 세기 전 한강 대보둑이 축조되며 새로 만들어진 들녘인 신평동(新坪洞)이 겪어온 시간의 흔적을 다양한 시각예술로 재구성한 전시다.

신평동의 역사는 고양시민들도 아는 이가 드물다. 과거 홍수가 나면 물에 잠기던 땅, 제방이 만들어지며 농경지가 됐지만, 강변과 이어졌던 삶은 단절됐다. 한국전쟁 이후에는 한강변을 따라 이중 삼중의 철조망이 둘러지고, 1990년 큰 비에 한강제방이 터지며 마을이 물바다가 됐다. 이후 자유로가 건설되고 거대한 신도시가 생기며 한강하구를 가득 채웠던 모래들은 사라져버렸다.

전시는 ▲경청하기: 물이 남긴 파동 ▲마주하기: 땅에 발을 붙이고 ▲환기하기: 흐름, 교차, 생명 ▲거두어내기: 웅크린 기억 등 모두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과거 군막사였던 새들의 여러 장소들을 차례로 둘러보며 4명의 청년 작가들(김용현·서성협·전지홍·한석경)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표현한 기억의 나이테를 만나볼 수 있다. 화려한 대도시의 이면에서 잊혀 가는 한강변 마을의 소소한 역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들여다보고, 예술적 감각을 더해 재창작한 것이다. 

군인들이 사용하던 무기고를 따뜻한 기억의 공간으로 꾸민 한석경 작가의 작품 '섟'.  
군인들이 사용하던 무기고를 따뜻한 기억의 공간으로 꾸민 한석경 작가의 작품 '섟'.  

‘섟’이라는 작품을 선보인 한석경 작가는 군 장병들이 무기고로 사용했던 차가운 건물에 주민들의 이야기를 채워 기억의 온기를 만들었고, 건물 뒤편 통로를 활용한 ‘들자리’라는 작품을 선보인 전지홍 작가는 비포장도로를 걸으며 만난 강변 초소, 철책선, 도시 곳곳의 경계선 풍경을 고지도를 그리듯 그림으로 옮겼다. 그런가 하면 김용현 작가는 신평동 주민들의 구술 인터뷰를 담은 영상 작품 ‘그를 기다리며’를 통해 접경지역의 특수한 삶을 조명했다.

전시는 새들의 옥상과 지하공간으로도 이어진다. 새들의 옥상은 신평동 주변과 멀리 북한산까지 바라다보이는 조망을 품고 있어, 평소에도 자전거 라이더 등이 즐겨 찾는 곳인데, 전시 기간 동안에는 고양땅과 한강의 옛 역사를 살필 수 있는 패널들을 감상할 수 있다.

지하 창고에 전시된 고양신문 아카이빙 자료를 둘러보는 관람객들.  
지하 창고에 전시된 고양신문 아카이빙 자료를 둘러보는 관람객들.  

새들의 가장 깊숙한 공간인 지하 창고의 전시 콘텐츠도 흥미롭다. 한강 제방 붕괴로 대홍수를 겪었던 1990년의 다급했던 모습을 고스란히 담은 고양신문 기사와 지면 파일이 전시돼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10일 진행된 전시 개막식에는 마을 주민과 고양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 참여 작가 등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이 많은 이기헌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고양병)도 전시장을 찾아 작가들의 설명을 경청하고, 주민들과 대화를 나눴다. 

전시는 11월까지 이어진다. 아쉽게도 주말과 공휴일은 휴관하고,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개방 시간 동안 시니어 도슨트들이 상주하며 전시 해설을 들려준다. 전시를 준비한 고양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신평동의 역사와 주민들의 기억을 입체적으로 만날 수 있는 전시에 많은 시민들이 찾아주시기를 바란다”며 초청 인사를 전했다. 

예술창작공간 새들
주소  덕양구 신평길 217
문의  031-960-3380 

10일 진행된 전시 개막식 장면.
10일 진행된 전시 개막식 장면.
전시기간 동안 고양시 시니어 도슨트들의 해설을 들을 수 있다. 
전시기간 동안 고양시 시니어 도슨트들의 해설을 들을 수 있다. 
새들 옥상의 전시를 관람하고 있는 개막식 참가자들. 
새들 옥상의 전시를 관람하고 있는 개막식 참가자들. 
전시장을 방문해 작가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기헌 국회의원.  
전시장을 방문해 작가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기헌 국회의원.  
지하창고에 전시된, 1990년 한강제방 붕괴 소식을 담은 고양신문 지면들.
지하창고에 전시된, 1990년 한강제방 붕괴 소식을 담은 고양신문 지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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