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상수도 사업소’ 청산 겸한 고향방문잔치
주민들이 짓고 지켰던 신도제일교회서 열려
신도시 편입 따른 마을자치기구 자산 정리
보상금 투명 분배, 지역역사 보존 의미도

 

12일 덕양구 지축동 신도제일교회 성전에서 열린 '지축동 옛 이웃 고향 방문 잔치' 전경. 지축동 원주민들이 객석을 채운 가운데 옛 모습을 회상하는 다큐멘터리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12일 덕양구 지축동 신도제일교회 성전에서 열린 '지축동 옛 이웃 고향 방문 잔치' 전경. 지축동 원주민들이 객석을 채운 가운데 옛 모습을 회상하는 다큐멘터리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고양신문]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대규모 택지개발로 인해 흩어졌던 지축동 원주민들이 15년 만에 옛 고향에 모였다.

‘지축동 옛 이웃 고향 방문 잔치’가 지난 12일 덕양구 지축동에 위치한 신도제일교회 성전에서 열렸다. 지축 간이 상수도 사업소가 주최하고 신도제일교회가 주관한 이번 행사는 신도시 개발로 고향을 떠난 원주민들이 재회하는 자리이자, 과거 마을 자치 기구였던 '지축 간이 상수도 사업소'의 최종 결산 보고를 겸해 진행됐다.

행사 사회를 맡은 유영종 목사가 단상에 올라 원주민 환영사를 전하고 있다.
행사 사회를 맡은 유영종 목사가 단상에 올라 원주민 환영사를 전하고 있다.

1954년 건립 성전서 재회…물탱크 표지석 제막도

이번 행사가 열린 신도제일교회 구 성전은 지축동 원주민들에게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장소다. 1954년 미군 공병대와 마을 주민들이 창릉천과 북한산의 화강석을 직접 운반해 건립한 이 건물은, 지축지구 개발 당시 원주민 약 1000명의 보존 서명 운동을 통해 철거를 면한 역사적 공간이다.

행사 사회를 맡은 유영종 목사는 환영사에서 "지역 개발 이후 15년이 지나 옛 인력들이 같이 모이는 행사는 전국적으로도 매우 드문 일"이라며 "건물이 보존돼 옛 이웃들이 다시 모일 수 있는 구심점이 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1973년부터 2010년까지 지축동 일대에 수돗물을 공급했던 간이상수도 물탱크 앞에서 원주민 대표와 행사 관계자들이 표지석 제막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1973년부터 2010년까지 지축동 일대에 수돗물을 공급했던 간이상수도 물탱크 앞에서 원주민 대표와 행사 관계자들이 표지석 제막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뜻깊은 역사 보존 식순도 진행됐다. 신도제일교회 뒷동산에는 1973년에 세워져 지축동 600여 가구에 자연 수압으로 수돗물을 공급하던 간이상수도 급수탑(물탱크)이 보존돼 있다. 주최 측은 이날 행사를 기념해 해당 시설 앞에 지축동의 근현대사를 기록한 작은 표지석을 세우고, 향후 지역의 역사로서 이를 철저히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마을 자치 인프라 ‘지축 간이 상수도’ 최종 결산 보고

행사의 핵심 순서 중 하나는 지축 간이 상수도 사업소의 최종 해산 및 보상금 배분 현황에 대한 결산 보고였다. 신도시 편입으로 소멸한 마을 자치 기구의 잔여 자산 청산 과정을 원주민들에게 객관적으로 공개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오창영 대의원의 발표에 따르면, 지축 간이 상수도 사업소의 보상 대상자는 총 602명이며, 총 보상 수령액은 2억24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현재까지 454명에게 1인당 약 33만원씩, 총 1억4982만원이 지급 완료됐다. 지출 내역으로는 이번 결산 행사비 2000만원과 변호사 자문료 700만원 등이 투명하게 보고됐다.

지축 간이 상수도 대의원들과 원주민 대표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참석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지축 간이 상수도 대의원들과 원주민 대표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참석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지축동에서 55년을 거주한 정태욱 대의원은 "상수도 대의원들이 지금까지 일하시면서 여러분들께 보상받은 모든 것을 온전히 전달해 드리려 많은 노력을 하셨다"며 그간의 노고를 설명했다.

내빈으로 참석한 지역 정치인들이 원주민들에게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내빈으로 참석한 지역 정치인들이 원주민들에게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지역사회 주요 인사들도 자리했다. 조용술 국민의힘 고양을 당협위원장, 원종범·신지연·한주연 고양시의원 등이 참석해 고향을 방문한 주민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올가을 ‘북한산동’으로 법정동 명칭 변경을 앞둔 효자동(행정동)의 박상준 주민자치회장도 단상에 올라 "과거 동네를 지켜주신 원주민들께 감사드리며, 새로 이주한 이웃들과 화합해 잘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이 스크린을 통해 개발 이전 지축동의 옛 모습과 향토 역사가 담긴 다큐멘터리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참석자들이 스크린을 통해 개발 이전 지축동의 옛 모습과 향토 역사가 담긴 다큐멘터리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다큐 상영과 화합의 장… 최고령 1937년생 원주민 참석

본 행사에서는 LH가 개발 전 지축동의 역사를 보존할 목적으로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상이 상영됐다. 영상을 통해 지축동 명칭의 유래(지정동과 축리의 합성), 박태성 효자비, 경주 최씨 집성촌(싸리골), 흥국사 등 지역 향토 문화재와 과거 좁은 골목길 풍경이 소개됐다.

이어진 퀴즈 대회에서는 해당 영상 내용을 바탕으로 지축동의 유래, 효자의 이름, 신도제일교회 건립 연도(1954년), 수돗물 탱크 건립 연도(1973년) 등을 맞히는 시간이 진행되어 참석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지축 지역 신규 입주민 등으로 구성된 남녀 혼성 합창단 '위스테이 합창단'이 축하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지축 지역 신규 입주민 등으로 구성된 남녀 혼성 합창단 '위스테이 합창단'이 축하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행사 후반부에는 지축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남녀 혼성 합창단 ‘위스테이 합창단’이 무대에 올라 '남촌', '인생', '꽃밭에서' 등의 곡을 부르며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본 행사를 마친 후 원주민들이 1층 식당에 모여 식사를 함께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본 행사를 마친 후 원주민들이 1층 식당에 모여 식사를 함께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오랜만에 재회한 옛 이웃들이 행사장 로비에서 삼삼오오 모여 안부를 묻고 연락처를 교환하고 있다.
오랜만에 재회한 옛 이웃들이 행사장 로비에서 삼삼오오 모여 안부를 묻고 연락처를 교환하고 있다.
원주민 어르신들이 원탁에 둘러앉아 지축동에서의 옛 기억을 회상하며 대화하고 있다.
원주민 어르신들이 원탁에 둘러앉아 지축동에서의 옛 기억을 회상하며 대화하고 있다.

이날 잔치에는 평택 등 원거리로 이주한 주민들을 포함해 다수의 옛 이웃들이 발걸음을 했다. 특히 1937년생 주경만씨와 1938년생 최명성씨 등 고령의 원주민들도 함께 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공식 행사가 종료된 후 참석자들은 교회 식당과 로비 등에 모여 식사를 함께하며 서로 안부를 묻고 연락처를 교환하는 등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이번 행사는 택지개발로 해체된 마을의 자산을 주민 자치 기구가 절차에 따라 청산하고, 이를 통해 흩어졌던 원주민 공동체가 다시 모여 지역의 역사적 기억을 공유한 자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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