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출 요구 가용세입 초과, 격차 3650억
‘도비 30% 상한’ 통보에 550억 결손 위기
복지·민생 타격 우려 속 시비 보전 불가 방침
킨텍스 등 대형투자 겹쳐 지방채 발행 검토

고양시청 전경
고양시청 전경

[고양신문] 고양시가 2027년도 본예산 편성을 앞두고 유례없는 ‘재정 절벽’에 직면했다. 자체 세입 둔화 속에 각 부서의 1차 세출 요구액이 가용 세입을 3650억원 초과한 데다, 경기도가 시·군 보조사업의 도비 기준보조율을 30%로 묶겠다는 방침을 구두 전달하면서 수백억원대의 재원 결손이 가시화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재정 완충 장치인 기금마저 바닥을 드러내면서 고양시는 사업 축소·폐지를 전제로 한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과 함께 민선9기 출범 이후 처음으로 ‘지방채 발행’ 검토에 들어갔다.
 

세출 요구 3650억 초과에 ‘원점 재검토’ 방침
30일 고양시 예산담당부서에 따르면, 부서별 1차 예산 요구 현황을 취합한 결과 가용 세입 대비 세출 요구액의 초과 격차가 약 36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기업 세수 부진으로 자체 세입은 전년 수준에 머물거나 소폭 감소한 반면, 물가 상승과 국·도비 매칭 사업 증가로 세출 수요는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기 때문이다.

앞서 시는 지난 8월 수립한 「2027년 예산편성 계획」을 통해 ‘초긴축·전면적 재정지출 재구조화’를 선언한 바 있다. 모든 사업을 원점(Zero-Base)에서 재검토해 성과 미흡 사업과 불필요한 연례 반복 사업을 폐지·정비하고, 신규·증액 사업은 반드시 기존 사업 감축이나 세입 대책을 동반하는 ‘페이고(PAY-GO)’ 원칙을 적용하기로 했다. 행사·축제성 경비와 연구용역비에 대해서도 일률적 긴축 기조를 전달한 상태다.
 

‘도비 30% 상한’, 추가 결손 550억 추산
자체 세출 구조조정만으로도 한계에 이른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예산 긴축 기조가 치명적인 변수로 떠올랐다. 경기도는 이달 초 시·군 부단체장 회의를 통해 법정의무사업을 제외한 시·군 보조사업의 도비 분담률을 원칙적으로 30% 이하로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기존 「경기도 지방보조금 관리 조례」상 보건·사회복지 기준보조율(30~70%)을 대폭 깎아 시·군 부담으로 전가하겠다는 취지다.

최근 중부일보 보도에 따르면 고양시의 2026년 기준 도비 30% 초과 보조사업은 271개 사업, 총 1643억원 규모로 나타났다. 이 중 도비 지원액만 1046억원(63.7%)에 달한다. 경기도 방침대로 도비 보조율 상한선을 일괄 30%로 적용할 경우, 고양시가 추가로 떠안아야 할 재정 결손액은 단순 추산으로만 약 554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향후 특례시 차등보조율(20% 수준)까지 하향 적용될 경우 추가 부담액은 700억원을 웃돌 수 있다.

김보경 시 예산담당관은 “공문으로 확정 전달된 것은 아니지만 도의 재정 긴축 기조가 강경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경기도 31개 시·군 협의회 등을 통해 일률적인 30% 상한 적용의 부당성을 전달하고 도비 추가 확보를 강력히 요구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결손액 80% 복지·보건 집중, 시 “시비 추가 보전 불가”
문제는 결손액의 80% 이상이 시민 생활과 직결된 사회복지(약 403억원)와 보건(약 54억원) 분야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기존에 도비 50%를 매칭받던 △노인장기요양보험 시설급여 지원 △누리과정 운영 △친환경 우수농산물 학교급식 지원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등의 경우 도비 매칭 축소에 직격탄을 맞게 된다.

민선9기 공약 사업과 민생 사업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민선8기 당시 중단됐던 청년기본소득의 미지급분 소급 지급 계획이 경기도의 신규 지원 불가 방침으로 무산된 데 이어, 본사업 분담 비율마저 기존 7대 3(도 70%, 시 30%)에서 역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역화폐(고양페이) 발행 지원 사업 역시 도비 축소 흐름 속에서 시비 부담 압박을 받고 있다.

재정 압박이 심해지자 시는 ‘도비 축소분을 시비로 추가 보전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정했다. 시는 지난주 박원석 제1부시장 주재로 열린 부서장 회의에서 “재원 여건상 도비 삭감액을 시비로 메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사업량 축소나 사업 폐지 방안까지 각 부서가 선제적으로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자칫 취약계층 공공서비스의 공급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기금 소진 속 킨텍스 분담금 지속…‘지방채 발행’ 검토
비상금 역할을 해온 통합재정안정화기금도 바닥을 드러냈다. 올해 제3회 추경 등에서 유휴 자금을 대거 일반회계로 전용해 내년도 본예산에 투입할 가용 여력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반면 필수 대규모 투자 수요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킨텍스 제3전시장 건립 분담금으로 올해 450억원이 투입된 데 이어 내년에도 약 450억원이 추가 소요된다. 일산테크노밸리 등 자족기반 확충을 위한 기반시설 조성비도 지속 투입돼야 한다.

이 때문에 민경선 고양시장은 최근 언론 브리핑을 통해 “부족한 예산을 기금으로 충당하기 어려운 만큼 지방채 발행 여부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며 공약 사업의 구조조정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투자성 사업을 중심으로 지방채 발행을 해서라도 기반시설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포석이다.

시는 오는 10월 23일까지 예산담당관 실무심사를 거쳐 11월 초 시장 주재 조정심의회에서 예산안을 확정한 뒤, 11월 20일 고양시의회에 예산안을 공식 제출할 계획이다.

지방재정 전문가들은 기계적인 일률 삭감 방식의 지출 구조조정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전문가는 “세입 결손과 광역지자체의 매칭 비율 축소 책임을 기초지자체가 고스란히 떠안으며 취약계층 복지 예산부터 삭감하는 것은 전형적인 하향식 재정 왜곡”이라며 “축제·행사성 경비와 전시성 개발사업을 철저히 걷어내는 한편, 필수 민생 예산의 가이드라인을 세우고 지방채 발행 규모와 상환 계획을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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