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신문] ‘와인 한잔 정도는 심장 건강에 좋다’ 또는 ‘적당한 음주는 혈관 질환에 좋다’는 이야기는 어느샌가 상식처럼 많은 사람들의 머리 속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말들은 마치 확립된 의학적 사실처럼 들린다.

알코올과 질병 및 사망률에 관한 연구는 지속되어 왔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연구 내용이나 방법, 규모, 국가에 따라 다양한 결과가 존재하기 때문에 여러 언론을 통해 그 내용을 접하게 되면 오히려 혼란스럽기 십상이다.

따라서 현재까지 진행된 몇 가지 연구 결과를 되짚어보고 무엇보다 중요한 최근의 대한민국 의료진의 연구 결과를 통해 음주의 건강적 이익에 관한 알쏭달쏭함에 대해 다소의 명료함을 드리고자 한다.

1992년 발표된 Renaud와 de Lorgeri의 연구는 와인이 심혈관 질환 및 사망률을 낮춘다는 내용으로 프렌치 패러독스(Frech paradox)라는 용어를 탄생시키며 와인 소비량을 증가시키는데 기여했다. 그러나 음주 패턴, 생활 습관, 음식, 행동 양상 등을 고려하지 않아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때부터 여러 후속 연구들이 진행되었으며 어떤 주종이든(와인, 맥주, 증류주) 과음을 넘어서지 않는 가벼운 섭취(대략 하루 알콜 섭취량 10~30g)시에는 허혈성 심장질환의 발생률 및 사망률을 낮춰주는 효과(연구마다 다르지만 대략 25% 내외)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심지어 가벼운 음주를 넘어선 상당한 알콜 섭취(알콜량 50g 정도)도 허혈성 심질환의 위험 및 동맥 경화를 감소시킨다는 연구도 나왔다! 주류 중에서는 아직 논란은 있으나 항산화제인 폴리페놀이 풍부한 레드 와인의 효과가 우월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아무튼 이 연구 결과들을 인정하더라도 간과하면 안되는 사실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일부 연구의 비음주 군에는 만성질환 등의 나쁜 건강상태로 음주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이 포함되어 연구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또한 알콜은 WHO에서 지정한 제1발암물질이며 각종 질병 발생 및 사회 문제를 야기한다는 점에서 그 해악이 유익을 상회한다. 음주로 인해 위험도가 증가하는 질환은 뇌혈관질환, 부정맥, 알콜성 심근병증, 고혈압, 돌연사, 비만 및 대사질환 등이다. 

알콜과 질병에 관한 국내 연구를 살펴보면 최윤진, 이동호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진의 2017년 연구에서는 20세 성인 2332만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하루 소주 1~3잔 정도의 가벼운 음주도 위, 대장의 암 발생을 증가시켰다.

2020년 서울대병원 신경과 이승훈 교수팀의 뇌졸중 병력이 없는 건강한 중년 한국인 15만2469명의 음주 습관과 추후 뇌경색 발생의 연관성 분석 연구에서는 비음주자보다 주 4회 이하로 음주하는 경우 1회 음주량과 관계없이 초기에는 뇌경색 위험도가 약 20~29% 감소하였으나 7년 이상 장기적으로 관찰했을 때에는 이러한 뇌경색 예방 효과는 완전히 사라졌다. 과거부터 소규모 연구 등을 통해 알려졌던 소량 음주의 뇌경색 예방 효과는 허구임을 보여준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주 5회 이상 한 번에 소주 반병 이상 음주하는 경우에는 뇌경색 위험도가 43% 증가했다. 게다가 한국인은 유전적으로 알콜에 취약한 편이다. 인구의 30~40%는 알콜 분해 효소인 제 2알데히드탈수소효소의 변이이형접합체를 가지고 있어 알콜 분해 능력이 많이 떨어지므로 적은 알콜로도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들이 많다. 

강주형 사과나무의료재단 가정의학과 과장

술은 고대로부터 인간의 삶의 일부였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가능성이 크다. 애주가들은 적당량의 음주는 삶과 인간관계에 활력이 된다고 주장하며 다양한 술의 풍미를 즐기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각종 데이터 들을 고려해 봤을 때에는 약간의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를 누리기 위하여 음주를 해야 할 근거는 매우 빈약하며 비음주자는 비음주자로 남는 것이 유익하다는 결론을 내려야 할 것 같다.

강주형 사과나무의료재단 가정의학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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