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공예명장 ‘재생과 창조’ 전시
고양아람누리 갤러리누리, 21일까지

하수슬러지 소각재, 도자 재료로 재생
키링·도깨비 화분 등 체험 프로그램

한국 도깨비의 형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김형준 작가의 작품.
한국 도깨비의 형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김형준 작가의 작품.

[고양신문] 버려져 땅속에 묻힐 운명이었던 소각재가 흙이 되고, 흙은 익살스러운 도깨비 얼굴을 한 도자 작품으로 태어났다. ‘버리는 것’으로 끝났던 자원에 새로운 쓰임과 생명을 부여하는 전시가 고양에서 열리고 있다.

고양시 공예명장 김형준 작가의 개인전 <RE CLAY, RE DOGABI-재생과 창조: 도깨비 도자전>이 8월 14일부터 21일까지 고양아람누리 갤러리누리 제2전시장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재생’이 있다. 김 작가는 하수처리 과정에서 발생해 소각된 뒤 매립되는 하수슬러지 소각재에 주목했다. 물을 정화하고 남은 찌꺼기를 소각하면 재가 남는데, 김 작가는 이 소각재를 도자 재료와 결합해 새로운 점토로 만드는 방법을 연구했다.

서울기술연구원과 함께 소각재 함량과 소성 온도에 따른 변화도 실험했다. 소각재 비율과 굽는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 색과 질감, 물성을 분석하며 도자 재료로서의 활용 가능성을 넓혔고 이 과정에서 특허와 논문 등 연구 성과도 냈다.

도깨비의 강렬한 표정과 조형미를 표현한 작품.
도깨비의 강렬한 표정과 조형미를 표현한 작품.

전시장에는 “우리가 버린 것은 어디로 가는가”라는 질문이 흐른다. 쓰레기를 버리는 순간 눈앞에서는 사라지지만, 그것이 곧 없어졌다는 뜻은 아니다. 이번 전시는 폐기물의 마지막 행선지를 다시 바라보며 매립될 자원이 예술의 재료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재생된 흙은 김형준 작가가 오랫동안 작업해 온 ‘한국 도깨비’를 만나 독특한 조형물로 완성됐다. 김 작가는 2019년부터 한국 도깨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이며 이를 ‘DOGABI’라는 이름으로 발전시켜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항아리와 화병, 화분 등을 중심으로 한 신작 4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작품 속 도깨비들은 하나같이 표정과 생김새가 다르다. 눈을 부릅뜨거나 이를 드러내고 웃는가 하면 뿔이나 여러 개의 눈을 가진 모습도 등장한다. 특히 네 개의 눈을 가진 작품은 전통 장례 행렬의 맨앞에서 잡귀를 물리치는 역할을 했던 ‘방상시탈’에서 영감을 얻었다. 한국 도깨비 특유의 해학과 상징을 현대적인 조형언어로 풀어낸 작품들이다.

화분과 화병에는 실제 식물을 담았다. 폐기물에서 만들어진 흙이 도자기가 되고 다시 식물을 품는 그릇이 되면서 전시가 이야기하는 자연의 순환과 재생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무료로 진행되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무료로 진행되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이번 전시는 관람객이 작품을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직접 재생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두 가지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RE CLAY’는 깨진 도자기 파편을 새로운 물건으로 되살리는 체험이다. 버려진 도자기 조각을 다듬은 재료에 관람객이 직접 그림을 그리고 채색한 뒤 목걸이나 키링 등 액세서리로 완성해 가져갈 수 있다. 하루 70명, 전시 기간 총 500명이 참여할 수 있다.

‘RE DOGABI’에서는 나만의 도깨비 화분을 만든다. 흰색 도자 화분에 도깨비의 표정과 문양을 자유롭게 채색하면 현장에서 다육식물을 심어준다. 하루 30명, 총 210명이 참여할 수 있다. 두 프로그램 모두 별도의 사전예약 없이 전시 관람 후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신청하면 되고,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식물을 품은 도깨비 화분 작품으로 꾸며진 전시장 모습.
식물을 품은 도깨비 화분 작품으로 꾸며진 전시장 모습.

김형준 작가는 2004년 고양시에 도자공방 ‘토화랑’을 설립한 이후 20년 넘게 도자공예 작업을 이어왔다. 경기대표공방 선정과 특허·연구 활동, 국내외 전시 등을 이어왔으며 2024년 고양시 제5호 공예명장으로 선정됐다. 최근에는 한국 도깨비를 소재로 한 작품을 뉴욕 등 해외에서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친숙하면서도 강렬한 도깨비 형상을 통해 환경에 대한 현실적인 질문을 던진다. 쓰임을 다한 물질을 폐기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새로운 재료와 예술로 되돌릴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전시는 고양문화재단이 주최하고 김형준 작가가 주관하며 고양시가 후원한다. ‘2026 모두예술31 경기예술활동지원’ 사업에 선정돼 경기도, 경기문화재단, 고양시, 고양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전시 관람과 체험 프로그램은 무료다.

김형준 공예명장 개인전 
‘RE CLAY, RE DOGABI-재생과 창조: 도깨비 도자전’

기간  8월 14일(금)~21일(금) 
장소  고양아람누리 갤러리누리 제2전시장
관람 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월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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