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환경 개선한다고 벌목, 주민 분통
주민설명회 했다지만 공론화 과정 없어
시 “보행안전 불가피, 대체녹화 추진할것”
[고양신문] 덕양구 고양동 중심지인 혜음로 일대의 아름드리 벚나무들이 보행환경 개선공사 과정에서 무더기로 잘려나가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지역의 소중한 공유자산인 가로수를 사전 공론화나 주민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벌목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고양시 도로관리사업소 도로관리과가 추진하는 이번 ‘혜음로(고양동 43-2번지 일원) 보행환경개선공사’는 총사업비 28억원을 들여 노후 보도를 정비하고 판석 포장(L=490m, B=3~8m)과 차도 포장, 원형 수로관 설치 등을 진행하는 사업이다. 공사는 지난 6월 착공해 오는 12월 준공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지난달 말 공사가 본격화되면서 불거졌다. 차로를 막고 진행된 공사 현장에서 수령 20~30년에 달하는 도로변 벚나무들이 일제히 밑동만 남은 채 베어졌기 때문이다.
소식이 알려지자 고양동 주민 단체 대화방 등 지역사회에서는 행정을 향한 성토가 쏟아졌다. 주민들은 “보도블록을 교체하는 줄 알았지 나무를 뿌리째 벨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기후위기 시대에 폭염을 막아주던 그늘목을 베어버리는 일방적 탁상행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고양동 주민자치위원들 사이에서도 “도심 정취를 훼손하고 보행 쉼터를 앗아갔다”는 비판적 여론이 높은 상태다.
지난 2일 현장 취재 결과, 해당 구간은 기존 보도 폭이 협소하고 노후화된 상태였다. 하지만 나무들이 일제히 잘려 나가면서 한낮 땡볕을 피할 그늘이 전혀 없어 보행 환경은 악화된 상태였다. 주민 송보영씨는 “이곳 벚나무들은 20년 넘게 봄마다 화사한 꽃길을 만들고 여름에는 뙤약볕을 가려주던 고양동의 오랜 자산”이라며 “보도 폭이 좁아서 나무를 베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보행로가 비교적 넓은 삼성아파트 상가 앞까지 무차별적으로 잘려 나갔다. 전신주 지중화 같은 근본적 정비 대신 손쉬운 가로수 벌목을 택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행정 절차의 투명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시는 올해 3월 주민설명회를 거쳤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일반 주민 참여가 제한된 통장 회의 자리에서 사업 안내 수준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가로수를 전면 벌목한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다는 것이 주민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에 대해 시 도로관리사업소 측은 보행 약자의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시 관계자는 “보도 폭이 워낙 협소한 데다 나무뿌리로 인한 보도 뒤틀림이 심해, 판석을 새로 깔아도 바닥 평탄성을 맞출 수 없어 휠체어 이용자나 어르신들의 전도 사고 위험이 컸다”며 “벌목 과정에서 시야 확보나 간판 가림을 이유로 나무 제거를 요구하는 일부 상가 민원도 잇따랐다”고 밝혔다.
이어 사후 대책에 대해서는 “가로수 관리 부서와 협의 당시 ‘향후 적정한 녹화 방안을 마련해 녹지 기능을 보완하라’는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며 “기존처럼 보행 폭을 잠식하는 대형목 재식재는 어렵지만, 9~10월 중 주민자치위원회 등을 방문해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대체 식재 및 보완 녹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