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특파원 생생통신]

중세 교회 위에 세워진 옛 시청사가 오늘은 시립도서관
도서관에 들어서는 순간, 문화 유적따라 시간여행 시작
책은 과거의 지혜 전하고, 유적은 과거 사람들의 삶 전해

[고양신문] 노르웨이 중서부의 트뢰넬라그(Trøndelag) 지역에 위치한 역사와 대학의 도시 트론하임(Trondheim), 바이킹의 숨결과 중세 유럽의 종교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천년고도에서 조금 특별한 여행지를 만났다.

북유럽 성지순례길(성 올라프 길, St. Olav's Way)의 종점인 트론하임 니다로스 대성당(Nidarosdomen) 가을풍경.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그곳은 여행자들이 흔히 찾는 피오르드(Fjord) 전망대나 성당, 박물관이 아니었다. 놀랍게도 그곳은  북유럽 성지순례길의 종점으로 잘 알려진 니다로스 대성당(Nidarosdomen) 인근에 위치한 트론하임 시립도서관(Trondheim folkebibliotek), 시민들의 공간이다. 

트론하임 시립도서관(Trondheim folkebibliotek) 압구 전경.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트론하임 시립도서관(Trondheim folkebibliotek) 압구 전경.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시립도서관은 외관부터 눈길을 끈다. 크림색 벽면과 짙은 갈색 창틀, 중앙 출입구 위에 새겨진 도서관을 뜻하는 '비블리오텍(BIBLIOTEK)'이라는 글자와 양쪽에 걸린 전통적인 은은한 불빛 가로등이 오랜 세월을 견뎌온 건물의 품격을 보여주는 듯하다. 화려하거나 웅장하지는 않지만, 그 자체로 오랜 역사를 간직한 유럽 도시의 정취가 느껴진다.

하지만 도서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이곳이 결코 평범한 도서관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시립도서관 내부에 1100여년에 지어진 시청사 아래 교회유적이라는 안내문구.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시립도서관 내부에 1100여년에 지어진 시청사 아래 교회유적이라는 안내문구.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트론하임 시립도서관 내부는 현대적인 도서관 건물 안에 중세의 시간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입구에는 수백 년 전 사람들이 걸었던 돌길이 남아 있고, 눈앞에는 중세 교회의 석조 유적과 다양한 유물이 펼쳐진다. 마치 중세 박물관 유적지를 방불케한다.

도서관 입구 벽면에는 교회(KIRKE), 시청(RÅDHUS), 도서관(BIBLIOTEK)으로 변해가는 중세 교회 위에 세워진 옛 시청사, 그리고 오늘의 시립도서관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도서관 입구 벽면에는 교회(KIRKE), 시청(RÅDHUS), 도서관(BIBLIOTEK)으로 변해가는 중세 교회 위에 세워진 옛 시청사, 그리고 오늘의 시립도서관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도서관 입구 건물은 1100년대에 세워진 교회의 유적지(Kirkens ruiner)로 바로 위에 1702년부터 1712년 사이에 트론하임 시청사가 건축되어 1930년까지 사용됐다고 안내돼있다. 중세 교회 위에 세워진 옛 시청사, 그리고 다시금 오늘날의 시립도서관으로 이어지고있다.

교회의 유적(Kirkens ruiner)지 역사 안내자료.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교회의 유적(Kirkens ruiner)지 역사 안내자료.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둥글고 크기가 서로 다른 자연석으로 쌓은 벽이 있는가 하면, 다듬어진 석재를 차곡차곡 쌓아 올린 벽체도 보인다. 돌 하나하나에는 긴 세월의 흔적이 배어 있다. 표면이 닳고 색이 달라진 모습에서 이곳이 얼마나 오랜 시간을 견뎌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곳이 도서관인지 눈을 의심하게 한다.

도서관 내부 중세 석조교회 유적이 보관돼 있다. 투명유리 안에 보관된 유골.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도서관 내부 중세 석조교회 유적이 보관돼 있다. 투명유리 안에 보관된 유골.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도서관 방문에서 가장 숙연해졌던 순간은 바닥에 설치된 유리 전시 공간 앞에 섰을 때였다. 투명한 유리 아래에는 사람의 유골이 온전히 보존돼 있었다. 이곳이 과거 교회 주변의 공동묘지였다는 안내판의 설명이 비로소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박물관에서 유골을 보는 일은 드물지 않지만, 도서관에서의 느낌은 조금 달랐다. 유골은 단순한 고고학적 전시물이 아니라 이 도시에서 살았던 누군가의 삶이 남긴 마지막 흔적이고,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천년의 시간을 품고 있는 듯하다.

시립도서관 유물 뒤로 책 열람을 마친 시민들이 도서관을 나서고 있다.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시립도서관 유물 뒤로 책 열람을 마친 시민들이 도서관을 나서고 있다.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트론하임 시립도서관은 2개의 건물을 이어붙이는 특이한 구조로 돼있다. 특히 오래된 석조 구조물과 현대적인 건축물이 맞닿아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현대식 도서관 건물에서 바라본 중세교회터 옛시청사건물. 신규도서관 건립과정에서 과거의 유적지를 이어붙여 시립도서관을 만들었다.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현대식 도서관 건물에서 바라본 중세교회터 옛시청사건물. 신규도서관 건립과정에서 과거의 유적지를 이어붙여 시립도서관을 만들었다.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도서관 입구 건물은 유럽의 오래된 공공건축물에서 느낄 수 있는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입구에서 다리를 건너는 순간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시립 도서관 내부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유적 위를 가로지르는 긴 보행 다리를 건너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길이다.

중세교회터 옛시청사 건물쪽에서 바라본 현대식 도서관 건물. 두 건물을 이어붙여 시립도서관을 만들었다.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중세교회터 옛시청사 건물쪽에서 바라본 현대식 도서관 건물. 두 건물을 이어붙여 시립도서관을 만들었다.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우리가 오늘날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일상을 보내는 것처럼, 수백 년 전 이곳에서도 사람들은 도시를 세우고 가족을 이루고 기도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갔을 것이다. 신축 도서관 쪽의 분위기는 일반 도서관과 크게 다를 게 없다. 시민들이 책을 읽고 뜨게질하고 공부하며 간식과 문화를 나누는 등 소소한 일상을 보내는 북유럽의 모습이다.

시립도서관 내부 열람실 풍경. 이철규 북유럽특피원
시립도서관 내부 열람실 풍경. 이철규 북유럽특피원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책을 읽고, 편안한 소파에 앉아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는 모습에서, 지정된 공간에서 티타임을 갖은 모습은 여유롭다. 

도서관 내부 풍경.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도서관 내부 풍경.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책을 읽으러 온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현재를 넘어 발밑에 중세의 역사를 만나게 된다. 발밑에 남아 있는 옛 교회와 시청사의 어제를 보며,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의 과거를 배우고, 현재의 나를 알아차릴 수 있다.

트론하임 시립 도서관은 지식을 전달하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도시의 기억을 보존하는 공간이다. 생각해 보면 도서관과 역사 유적은 참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책은 과거의 지혜를 오늘에 전하고, 유적은 과거 사람들의 삶을 현재에 전한다. 둘 다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아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노르웨이 트론하임에서 만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 특별한 도서관은 그런 사실을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일깨워 주고있다. 과거를 잊지 않고 현재를 열심히 살아가라한다.

다음편에 계속...

 

<트론하임 도서관 방문기>

#1 책장 아래 잠든 천년의 역사… 시간 품은 트론하임 도서관을 가다

#2 천년의 도시 트론하임 도서관에서 씨앗과 식물을 나누다

 

<노르웨이 트론하임 여행 & 도서관 정보>

트론하임 시립도서관 (Trondheim folkebibliotek) : https://biblioteket.trondheim.kommune.no/

트론하임 여행정보 (비지트 트론하임) : https://visittrondheim.no/en/

노르웨이 여행정보 : https://www.visitnorway.no/reisemal/trondelag/trondheim/

노르웨이 성지순례길 : https://www.pilegrimsleden.no/en/

트론하임 니다로스대성당 : https://www.nidarosdomen.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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