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본예산 1217억·초과세수 정산 431억 감소
경기도 31개 시군 중 교부세 감소액 세 번째
세출 요구액, 가용 세입보다 3650억 초과
지역계정 신설에도 고양시 지원 실익 전무

조승래 위원장이 3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미래대응기금 설치 및 운용에 관한 법률안' 제정에 관한 공청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조승래 위원장이 3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미래대응기금 설치 및 운용에 관한 법률안' 제정에 관한 공청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고양신문]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내년도 중앙정부 국세 수입이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지만, 고양시를 비롯한 일선 기초지자체 재정은 오히려 위축될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초과·추가세수를 신설 예정인 ‘미래대응기금’으로 우선 전출하고, 남은 내국세를 기준으로 지방교부세를 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전문 민간연구기관인 나라살림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종합하면, 정부안대로 기금 전출 방식이 적용될 경우 고양시가 내년에 추가로 확보할 수 있었던 자율재원(보통교부세)은 최대 1648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이미 세출 요구액이 가용 세입을 3650억원 넘게 웃돌고 경기도 도비 보조금 축소 논란까지 겹쳐 지방채 발행을 검토 중인 고양시로서는 재정 운용 부담이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국세 169조 늘 때 시 교부세 52억뿐 
현재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7년도 예산안과 관련 법률안에 따르면, 내년도 국세 수입은 올해 추경(415조4000억원)보다 169조원(40.7%) 증가한 584조4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의 분석(브리핑 제512호 ‘미래대응기금 전출로 인한 보통교부세 영향’)을 보면, 현행 지방교부세법 산식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내국세 연동 비율(19.24%)에 따라 지자체 자율 일반재원인 전국 보통교부세도 올해 추경 66조2000억원에서 내년 97조2000억원으로 30조9000억원(46.7%) 늘어나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최근 10년 내국세 증가 추세를 웃도는 추가세수 162조3000억원을 미래대응기금으로 먼저 빼고, 이를 지방교부세 산정 모수(내국세)에서 제외하도록 산정 방식을 변경했다. 그 결과 정부가 편성한 2027년 전국 보통교부세는 67조6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대비 1조3000억원(2.0%) 늘어나는 데 그쳤다. 기금 전출이 없었다면 지방에 배분됐을 보통교부세 29조6000억원이 증발하는 셈이다.

지자체별 보통교부세 추계 원자료에 따르면 고양시의 2027년 보통교부세는 현행법 유지 시 3996억2800만원에 달하지만, 정부 기금 전출안이 적용되면 2779억4300만원으로 1216억8500만원(30.4%)이나 깎인다. 올해 추경(2727억원)과 비교하면 증가 폭이 고작 52억원(1.9%) 수준에 그친다.

올해분 정산 431억도 증발 위기 
문제는 내년도 본예산만이 아니라, 당장 올해(2026년) 발생한 초과세수 정산분마저 받기 불투명해졌다는 점이다. 연구소 보고서(브리핑 제519호)에 따르면 올해 국세 수입은 추경 대비 63조2000억원, 일반회계 내국세 기준으로는 56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재추계됐다. 현행 국가재정법 제90조와 지방교부세법 제5조에 따라 내국세 초과세수의 19.24%인 약 10조8000억원(보통교부세 10조4885억원, 특별교부세 3244억원)은 늦어도 2028년까지 지방에 정산해야 하며, 통상 다음 해인 2027년에 교부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현재 국가재정법 제17조(예산총계주의)의 예외 조항을 신설해 올해 초과세수까지 세입·세출 외로 미래대응기금에 전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연구소 측은 이를 두고 “기존 교부액의 삭감이 아니라 현행법 유지 시 마땅히 받을 정산액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짚었다. 해당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고양시가 정산받아야 할 보통교부세 431억4000만원도 고스란히 사라진다.

2027년 본예산 감소분(1217억원)과 2026년 초과세수 정산 감소분(431억원)을 합한 고양시의 교부세 감소 추정액(1648억원)은 수원시(347억원)의 4.7배, 용인시(179억원)의 9.2배에 이른다. 보통교부세는 기준재정수요액에서 기준재정수입액을 뺀 ‘재정부족액’에 비례해 배분되는데, 대기업이 밀집해 지방세 수입이 풍부한 화성시(불교부단체)나 수원·용인시와 달리 고양시는 인구 107만 특례시임에도 기업 세수 기반이 취약해 2026년 재정부족액이 3621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고양시의 교부세 감소 규모는 경기도 31개 시·군 중에서도 포천시(1938억원), 파주시(1845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감소 폭이다(다만 이는 2026년 재정부족액 구조를 고정한 기계적 추계여서 향후 실제 정산액은 일부 달라질 수 있다-편집자 주).

기금 지역계정, 고양시 실익은 전무 
이처럼 교부세 대폭 축소에 따른 반발이 커지자, 정부는 기금 내에 15조2662억원 규모의 ‘지역계정’을 설치해 지방에 재투자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연구소 분석(브리핑 제522호)을 보면 지역계정 중 5조원은 금융기관에 예치하는 여유자금이고, 실제 사업비는 13개 세부사업 10조2662억원으로 전국 보통교부세 감소분(29조6000억원)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쓰는 일반재원을 줄이고 중앙부처가 사업 대상과 조건을 일일이 정하는 기금 사업으로 전환하는 구조여서 재정분권 원칙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검토보고서 역시 “재원만 미래대응기금으로 이관되는 경우 별도 기금을 설치하는 정책적 실익이 제한될 수 있다”고 꼬집고 있다.

세부 사업 구성을 뜯어봐도 수도권 대도시인 고양시가 챙길 몫은 사실상 없다. 통합지방정부지원(3조5000억원)은 전남·광주 통합특별시 이관사무 지원(6500억원)과 통합지방정부 기금출연금(2조8500억원)으로 구성돼 고양시와 무관하며, 농어촌경쟁력강화(1조2427억원) 역시 인구감소지역 35개 군(郡)을 대상으로 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1조1658억원)이 핵심이다.

지방대도시 호텔 건립지원(1523억원)도 비수도권으로 한정돼, 킨텍스 제3전시장 건립에 맞춰 숙박 인프라 확충이 시급한 고양시는 지원 대상에서 배제된다. 공공기관 이전 및 기능개혁 지원(3707억원)에는 공공기관 총인건비 인센티브(1000억원)까지 포함돼 “지자체 몫이 됐을 재원으로 중앙정부가 생색을 내는 꼴”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국 90개소를 지원하는 국민생활편의 복합센터(1조5005억원) 또한 건립비만 정액 보조할 뿐, 완공 후 운영비와 인건비는 고스란히 지자체가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

지난달 21일 도지사-시장군수협의회 임원단과의 첫 공식 간담회에서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경기도 제공
지난달 21일 도지사-시장군수협의회 임원단과의 첫 공식 간담회에서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경기도 제공

세출 3650억 초과에 기금마저 바닥 
이번 교부세 축소가 더 우려되는 이유는 고양시가 직면한 유례없는 재정난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시는 내년도 본예산 편성 과정에서 부서별 1차 세출 요구액이 가용 세입을 약 3650억원 초과해 전 사업을 원점 재검토하고 있으며, 비상금 격인 통합재정안정화기금도 올해 추경 등을 거치며 사실상 바닥이 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도비 매칭 감축 방침까지 더해지면서 내년 살림살이 편성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전문가들은 세수 급증기에 지출 관리를 명분으로 중앙정부가 지방 몫을 회수하기보다, 법정 교부세를 정상 배분하되 지자체가 증가분의 일정 비율을 자체 통합재정안정화기금에 의무 적립하거나 지방채 상환에 쓰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나라살림연구소 측은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우회하는 올해 초과세수의 기금 전출을 막고 법정 정산을 온전히 이행하는 것이 중앙·지방 간 타협의 최소선”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