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 고양중에 매년 수 천만원 기부, 고양시 행사라면 언제든 달려와

▲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장미란 선수의 환영식을 찾은 고 앙드레 김의 환한 모습

최근 작고한 고양출신의 세계적인 디자이너 앙드레 김이 모교인 고양중학교(고양시 삼송동)에 매년 수 천 만원씩 기부했다는 사연이 알려지면서 그에 대한 고향 사람들의 애정을 더욱 각별하게 해주고 있다.

앙드레 김은 특히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었던 옛 고양군 신도면 구파발리가 70년대 서울시 은평구로 편입된 상태임에도 평생 ‘내 고향은 고양’ 이라고 밝혀왔다. 이는 다른 옛 고양 출신의 수많은 유명 인사들이 한결같이 고향을 ‘서울’ 이라고 표현했던 것과는 대조되는 것으로 앙드레 김의 반듯한 소신과 철학을 느끼게 해준다.

앙드레 김은 지난 2007년 장학금 1000만원을 전하는 것을 시작으로 매년 1000만원씩 기부하겠다고 약속하고 올해 상반기까지 3500만원의 장학금을 학교 통장으로 입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앙드레 김은 또 2007년 11월 모 금융기관의 신용카드 디자인 계약금 중 3000만원을 뚝 떼어 학교발전기금으로 전달했고 이후에도 패션쇼 수익금 등 모두 8750만원을 기부했다.

고양중학교 000교장은 “앙드레 김 선생님은 장학금과 기부금을 통장으로 입금하면서 학생들과 학교에 필요한 일에 자유롭게 써 달라고 전했을 뿐 그 어떤 조건도 달지 않고 조용하게 선행을 베풀어 주셨다”고 말했다.

고양중학교는 앙드레김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은 모두 160명에 이르며 매년 장학금은 받은 학생들은 앙드레 김에게 감사의 편지를 써 왔다고 전했다. 000교장은 “학교 유리창의 버티컬 등 많은 시설과 공간, 교육재료에 아름다운 선배의 온정이 녹아있다”며 “후배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남다른 사랑을 베풀어 주신 앙드레 김 선생님의 뜻이 더욱 아름다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해 교육하겠다”고 다짐했다.

앙드레 김은 지난해에는 모교를 직접 방문해 후배들에게 모교에 얽힌 추억과 자신의 삶 이야기를 들려주며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늘 꿈과 희망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앙드레 김과 함께 고양중학교에 다녔던 이찬의 동문은 “앙드레 김은 그때도 얼마나 여자 같았던지 계집아이라고 놀림당하기 일쑤였다”며 “놀림을 당해도 부끄러워 피하기만 했던 내성적인 친구였지만 영어시간에는 가장 먼저 나서서 유창하게 책을 읽었고 다른 과목도 아주 재밌게 공부했던 것 같다”고 옛 시간을 회상했다. 이찬의 동문은 “세계적인 디자이너라는 부담감 때문에 전화 한 통 건넬 용기가 없었는데, 이렇게 먼저 떠나보내고 나니 그래도 한번 찾아볼 것을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고 아쉬워 했다.

앙드레 김은 고양중학교 외에도 고양시와 인연이 있는 행사라면 그 어떤 일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지난 2005년에는 행주문화제를 위해 국제적인 규모의 패션쇼를 개최해주었고 고양시 홍보대사로 활동했으며 장미란 선수가 올림픽 금메달을 땄을 때는 고양으로 달려와 축하 행사에 함께 해주기도 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앙드레 김의 사랑을 듬뿍 받은 고양시가 이제 그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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