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스페이스 애니꼴 황병호 드로잉전

황병호 DRAWING - Rainy Night in Seattle

지난해 문을 연 아트스페이스 애니꼴이 3번째 개관기념전을 열고 있다. 앞선 두 번의 전시는 박찬용, 성동훈 작가를 소개한 조형작품 전시였지만, 이번에는 서양화가 황병호 작가를 초청한 드로잉전이다. 전시 제목은 ‘Rainy Night in Seattle'.

비오는 시애틀의 밤은 어떤 느낌일까. 카페 애니골에서 계단을 따라 전시장으로 올라서면 순백색의 전시공간 벽면에 걸린 하얀 액자마다 흰 캔버스를 수놓은 검정색 붓놀림 자국이 자유분방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다. 어떤 작품은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는 듯하고, 어떤 작품은 미궁 속을 헤매는 듯 복잡한 내면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아득한 동경을 불러일으키듯 따뜻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작품도 있다.

아크릴 물감을 사용한 추상 드로잉 작품이지만, 여백 속에 느낌을 담아낸 기법과 붓자국의 독특한 질감이 마치 동양화를 대하는 듯한 인상도 준다. 밝음과 어둠, 강함과 섬세함의 부딪힘과 섞임이 흑백의 대비로 인해 더욱 선명히 맞선다.     

황병호의 드로잉 작품은 한없이 예민하고 날카로운가 하면, 

꿈결처럼 푸근하고 따뜻한 느낌을 전해주기도 한다.

전시장 한쪽에서는 검은색 프레임에 갇힌 어두운 노란 바탕에 단순한 형체를 그려넣은 소품들을 이어 붙인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액자에 담은 작품과는 조금 다르게 집, 사람, 나무, 자연 등의 형체가 어렴풋이 드러난다. 무의식 속에 저장된 기억의 순간들을 나열한 듯 어딘지 몽환적인 풍경들이다. 

비 오는 시애틀의 밤을 적시는 수많은 기억들이 몽환적인 형상으로 표현됐다.

황병호 작가는 어릴 적 이민을 가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로서 미니멀한 유화 작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모국인 한국에 대한 그리움은 그의 작품을 구성하는 뿌리 중 하나다. 전시된 작품들은 황병호 작가가 199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작업을 이어 온 Rainy Night 시리즈의 일부다. 우울하면서도 따뜻하고, 예민하면서도 차분해지는 비오는 날 밤의 독특한 정서는 작가에게 끊임 없이 예술적 영감을 선물해주는 원천인 듯.

갤러리 안쪽에 자리한 별도의 전시공간. 색다른 아늑함을 전하는 곳이다.  

아트스페이스 애니꼴은 고양시에 하나뿐인 사설 순수미술 전시공간이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피노와 카페 애니골을 운영 중인 김희성 교수가 전시문화의 불모지인 고양에 순수미술의 토양을 일구기 위해 지난해 문을 열었다. 전시장을 찾아 공간의 의미도 새겨보고, 각자의 맘 속 깊숙한 곳에 자리한 Rainy Night의 기억 한자락도 꺼내어 보자.

백색의 벽면과 백색의 액자, 백색의 캔버스에 갇힌 검은색 붓질이 극명한 충돌을 일으킨다.

갤러리 초입의 휴식공간. 오후 햇살이 인상적인 무늬를 남기고 있다.  

 

다녀간 이들의 흔적. 작품을 대한 감상은 저마다 다르다.

아트스페이스 애니꼴과 연결된 카페 애니골 2층 테이블.

고양시 유일의 사설 순수미술 전시공간인 아트스페이스 애니꼴의 외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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