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개 - 『포근하게 그림책처럼』 (제님씨. 헤르츠나인)

그림책에 푹 빠진 엄마와 딸의 이야기
성실한 안목으로 추천 책 풍성하게 소개

파주에 사는 은재는 중학생이 되도록 그 흔한 학원 한 번 다녀 본 적이 없다. 선행학습이니 조기영어교육이니 하는 말들도 남들 이야기다. 그래서 불행했을까? 천만에. 오히려 누구보다도 즐겁고 행복했다. 은재의 성장기에는 그림책이 있었고, 항상 함께 그림책을 읽어주는 엄마가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와 함께 그림책을 읽으며 은재는 마술처럼 신비한 세상의 비밀을 차곡 차곡 맘 속에 쌓았다. 은재가 행복한 시간만큼 엄마도 눈물 나게 행복했다.  

새로 나온 책 『포근하게 그림책처럼』(제님씨. 헤르츠나인)은 온전히 그림책만을 읽어주며 딸을 키웠던 한 엄마의 경험을 가감 없이 들려주는 책이다. ‘가뿐한 그림책 육아, 그 10년의 행복한 산책’이라는 부제가 책의 성격을 잘 말해준다.

책을 쓴 이는 스스로를 ‘다정한 큐레이터 제님씨’(본명 류제님)라고 소개하고 있다. 말 그대로 그림책을 소개하는 그의 말투는 다정하기 그지없고, 수많은 책들을 고르고 각각의 매력을 짚어내는 솜씨는 탁월하다.

제님씨는 딸 은재를 키웠던 경험을 바탕으로 2013년에 첫 번째 그림책 육아 체험기인 『그림책이 좋아서』를 발표해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작가다. 지금은 ‘그림책 육아’라는 단어가 보편적으로 쓰이지만, 제님씨의 첫 책이 나올 때만 해도 그런 용어가 낯설었다. 그림책 육아라는 멋진 세상으로 향하는 문을 처음으로 연 이가 바로 제님씨였던 것.

첫 책이 새로운 길을 개척해가는 이의 솔직하고 다감한 체험기에 가깝다면, 그림책을 읽으며 자란 은재가 중학생이 된 시점에서 내놓은 두 번째 책에서 작가는 보다 넓어진 시야에서 그림책 육아의 시작과 지속, 그리고 뿌듯한 결실까지도 갈무리했다.

책의 짜임을 살펴보자. 1부 ‘처음 만나는 그림책’은 그림책 육아의 짝짜꿍을 배우는 장이다. 갓난아이가 엄마와 살을 부비며 놀면서 손짓 발짓을 배우듯, 그림책을 가지고 아이와 어떻게 교감하고 소통할 것인가를 보여준다. 자기 전에 읽어줄만한 그림책, 말놀이를 배우는 그림책, 그림의 재미를 알게 해 주는 그림책 등 구체적인 분야를 나눠 적절한 그림책을 흥미롭게 소개하고 있다.

2부 ‘성장을 위한 그림책’을 통해 작가는 그림책 육아의 세계로 좀 더 들어가 걸음마를 익히도록 격려한다. 행복한 그림책 읽기를 통해 엄마와 아이 사이의 믿음의 크기를 충분하게 키우자는 것이다. 자신이 직접 적었던 그림책 육아 일기의 일부를 공개하기도 하고, 아동의 성장과 정서에 도움을 줄 만한 책들을 좀 더 면밀한 시선으로 골라 소개하기도 한다. 

3부 '감수성 개발을 위한 그림책'은 아이와 함께 하는 산책길의 길잡이가 되어 줄 그림책들을 소개한다. 그림책 길잡이는 참 재주도 많아서 봄맞이꽃을 만나게 해 주고, 비 오는 날의 즐거움을 알게 해 주고, 열매가 떨어지는 가을과 흰 눈이 내리는 겨울의 아름다움을 아이와 함께 누리도록 도와준다. 3장의 마지막에 실린 ‘아빠가 읽어주면 더 좋은 그림책’도 흥미로운 보너스다.

마지막 4부 ‘엄마를 위한 그림책’은 그림책 자체를 즐기고 사랑하게 된 성인들을 위한 장이다. 작가는 머리말에서 ‘누구의 엄마가 아닌, 하나의 온전한 사람인 ’엄마‘에게 울림이 더 큰 그림책들을 담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림책의 새로운 세계를 엿보기에 충분하다. 부록으로 2013년부터 2016년 사이에 나온 좋은 그림책을 모은 신간 도서목록을 수록했다.

전체적으로 수많은 그림책들을 각각의 특징과 장점에 맞도록 모둠을 지어놓은 작가의 밝은 안목이 믿음직스럽다. 그림책을 소재로 한 책답게 삽입된 그림책 컷이나 일러스트도 무척 아름답고 다채롭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다음 장에 어떤 그림이 등장할지가 궁금해질 정도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예쁜 건, 역시 은재의 모습이 아닐까. 엄마와 함께, 그림책과 함께 행복하게 자란 아이 은재는 책 중간 중간 사진으로 등장한다. 해맑은 은재의 미소는 제님씨에게 딸이 띄우는 감사의 인사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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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으로 인해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항상 설레요”

『포근하게 그림책처럼』 작가 제님씨

그림책으로 육아를 하게 된 계기는.
아이가 어릴 때 영어유치원이 열풍이었는데, 교육에 대한 주변의 획일화된 분위기가 싫었다. 그림책만 많이 읽어줘도 즐겁고 행복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 할 거면 적당히 하지 말고, 좋은 것에 푹 빠져 보는 시기를 만들어주자고 맘 먹었다. 그러다보면 무슨 일을 하든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커 주리라는 믿음도 있었다.

그림책을 소개한 다른 책들과의 다른 점은.
그림책 육아의 경험담이 솔직하고 생생하게 녹아있다는 점이 아닐까.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엄마가 그림책 육아를 하면서 아이와 함께 성장한 이야기라서 비슷한 상황을 겪는 엄마들에게 공감을 얻는 것 같다.

그림책 육아를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선배로서 조언한다면.
책에서도 여러 차례 이야기했지만, 학습적인 효과나 목표를 기대하며 그림책을 읽어주지 말았으면 한다. 그림책 육아의 핵심은 아이와의 교감이다. 그림책이 주는 풍부한 즐거움과 행복감을 즐기고, 그림책을 활용해 다양한 세상을 만나도록 이끌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학습적 효과는 부차적으로 따라온다.

육아와 상관없는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 책이 흥미로울까.
최근 우리나라의 그림책 수준이 높아졌다. 글은 시처럼 함축적이고, 그림은 각각의 페이지가 미술작품인 듯 아름답다. 아이가 다 컸는데도 여전히 그림책을 보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림책을 통해 아이와 교감했던 시절의 기쁨과 행복을 되새기고픈 이들, 또는 스스로의 즐거움을 위해 그림책을 고르는 이들에게 이 책이 재미와 의미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의 바람이 있다면.
고맙게도 첫 책을 내고 나서 주변의 반응이 좋아 그림책에 대한 강의 요청을 많이 받았다. 그림책을 가지고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항상 설레고 행복하다. 두 번째 책을 통해서도 새로운 인연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림책을 좋아하는 엄마들과 더 많이 만나고, 더 깊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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