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여형구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경영학부 석좌교수(전 국토교통부 차관)

기술고시 출신 행정까지 접목
인천공항건설, 평창 올림픽 등
40년 가까운 공직 경험·노하우
대학과 사회발전에 녹여낼 것

한국항공대 항공우주 최고위과정 입학식에서 축사하는 여형구 석좌교수. 여 교수는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드론 등과 같은 혁신적인 모빌리티의 등장으로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가 간, 기업 간 치열한 경쟁이 세계적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항공대 항공우주 최고위과정을 새로운 전략과 솔루션으로 우리나라 항공우주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산·학·연·관의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항공우주 분야의 글로벌 싱크탱크’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한국항공대 항공우주 최고위과정 입학식에서 축사하는 여형구 석좌교수. 여 교수는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드론 등과 같은 혁신적인 모빌리티의 등장으로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가 간, 기업 간 치열한 경쟁이 세계적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항공대 항공우주 최고위과정을 새로운 전략과 솔루션으로 우리나라 항공우주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산·학·연·관의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항공우주 분야의 글로벌 싱크탱크’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고양신문] “대규모 프로젝트인 인천국제공항 건설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었던 요인은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지역사회의 성원, 사업책임자의 강력한 리더쉽, 그리고 현장 근로자들이 함께 어우러져 빚어낸 결과였습니다. 특히 열악한 환경에서 세계 최고의 공항을 내 손으로 만들겠다는 사명감으로 일했던 노동자들의 땀과 눈물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3월 한국항공대 항공경영학부 석좌교수로 부임한 여형구 전 국토교통부 차관의 눈빛과 목소리에는 40년 가까이 중요한 공직을 수행하며 살아온 관록과 경륜 그리고 겸손함이 배어 있었다. 그는 1980년 기술고시 제16회로 공직에 입문해 국토해양부 항공정책실장, 교통정책실장을 거쳐 기획조정실장(2011년)과 제2차관(2013년)에 이어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공직 생활을 마무리하고 한국항공대에서 석좌교수로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또 ‘항공우주 최고위과정’도 총지휘하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청한 인터뷰 내내 이렇게 쉼 없이 쏟아지는 지식과 혜안 그리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궁금했다.

인천국제공항 건설사업 한눈에 보기. 여형구 교수는 “총 18조여 원이 투입된 인천공항은 건설 초기부터 장기적인 마스터플랜 아래 1단계부터 4단계까지 단계별로 필요한 수요를 예측해 진행하면서 리스크를 최소화한 대표적인 국책사업이었다”라고 말했다. [이미지 출처 = 인천국제공항공사 홈페이지]
인천국제공항 건설사업 한눈에 보기. 여형구 교수는 “총 18조여 원이 투입된 인천공항은 건설 초기부터 장기적인 마스터플랜 아래 1단계부터 4단계까지 단계별로 필요한 수요를 예측해 진행하면서 리스크를 최소화한 대표적인 국책사업이었다”라고 말했다. [이미지 출처 = 인천국제공항공사 홈페이지]

그동안 해 온 사회활동을 간략히 소개하면.
1981년 교통부에서 공직을 시작해 2015년까지 국토교통부에서 근무하면서 종합교통, 항공 및 공항, 도로, 철도, 교통물류, SOC 건설과 운영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을 담당했고, 기획, 예산, 홍보 등을 총괄하는 업무도 수행했다. 

이후 2018년까지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조직위원회에서 일하며 대회 운영 준비와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 그리고 마무리 작업까지 사무총장으로서 실무를 총괄했다. 공직을 마친 후에는 대학, 법률사무소, 기업 경영 등과 관련된 활동을 해왔다.

한국항공대 석좌교수로 부임하게 된 계기는.
공직에서 있으면서 항공 및 공항 분야에만 20년 넘게 근무하며 정책업무와 현장의 집행업무 전반에 대해 많은 경험을 쌓게 됐다. 이러한 실질적 경험과 노하우를 대학이라는 교육의 장에서 교수님과 학생들과 공유하고 이를 보완·발전시켜나간다면 한국항공대의 발전과 성장에 미력하나마 보탬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석좌교수직으로 봉사하기로 결심했다.

올해 한국항공대가 개교 71주년을 맞는다. 한국 대학사에서 항공대 71년사가 갖는 의미는.
항공대의 71년사는 우리나라 항공 역사에 있어 아주 중요한 비중과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1952년 한국전쟁 당시 부산에서 개교해 그간 많은 변화와 어려움 속에서도 조종사, 관제사, 정비사 등 우리나라 항공분야 최고의 전문인력을 양성을 책임져 왔고, 관련 산업 분야에서도 인재를 배출해 국민 생활 편익을 높이고 국가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했다. 사실 제 조카도 항공대를 졸업하고 대한항공에서 조종사로 일하고 있기도 하다.

항공대는 현재 3개 단과대학에 9개 학부를 둔 항공우주 종합대학으로 성장했고, 항공우주 분야 패러다임의 대전환기에 처해있는 요즘 혁신적·맞춤형 최고 교육기관으로서 시대를 이끌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항공대가 나아갈 미래 방향은 어떠해야 한다고 보나.
4차산업 혁명과 디지털 사회로의 변화, 항공우주 분야 패러다임의 전환 등으로 인해 교육도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드론 등과 같은 혁신적인 모빌리티의 등장으로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가 간, 기업 간 치열한 경쟁이 세계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항공대는 이러한 변화와 혁신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항공운항, 교통관제, 공항, 경영물류를 관장하는 항공운항교통 분야, AI, SW, 디지털 콘텐츠, 드론, 자율주행을 관장하는 AI융합대학, UAM, 위성·발사체, 항공전자, 항공기 시스템, 반도체를 관장하는 항공우주시스템 분야가 삼위일체를 이룬다면 아시아 최고의 항공우주 특성화 대학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또한, 분야별로 다양한 형태의 연구원과 교육원 등과 긴밀히 연계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15일 열린 한국항공대학 항공우주 최고위 과정 1기 입학식 기념촬영 [사진 = 항공대]
15일 열린 한국항공대학 항공우주 최고위 과정 1기 입학식 기념촬영 [사진 = 항공대]

올해 새롭게 개설된 항공대의 항공우주 최고위과정이 타 과정과 구별되는 차별성을 꼽는다면.
항공우주 최고위과정은 항공산업 분야의 새로운 전략과 솔루션으로 우리나라 항공우주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산·학·연·관의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문제해결 능력을 함양하기 위해 개설됐다. 국내 최고 강사진의 강의와 국내외 산업현장 방문, 포럼, 세미나 등으로 교육과정이 구성돼 있다. 

항공우주 패러다임 대전환 시대에 필요한 선제적이고 혁신적인 교육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는 것, 차별화된 교육으로 참여자의 역량을 극대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명실상부하게 ‘항공우주 분야의 글로벌 싱크탱크’로서 발전하면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 등이 타 최고경영자과정과 구분되는 뚜렷한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항공대 항공우주 최고위과정은 미래항공과 우주경제와 관련한 이슈, 정책, 첨단기술 등 최신 트렌드와 연구 현황을 학습하면서 성공적 디지털 전환과 리더쉽 함양을 위해 특강, 토론, 워크숍도 진행할 예정이다. 교육 기간에 항공우주연구원(사천),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김해)와 일본 우주항공개발기구(JAXA) 등 국내외 산업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이미지 = 항공대 항공우주 최고위과정 소개 자료]
항공대 항공우주 최고위과정은 미래항공과 우주경제와 관련한 이슈, 정책, 첨단기술 등 최신 트렌드와 연구 현황을 학습하면서 성공적 디지털 전환과 리더쉽 함양을 위해 특강, 토론, 워크숍도 진행할 예정이다. 교육 기간에 항공우주연구원(사천),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김해)와 일본 우주항공개발기구(JAXA) 등 국내외 산업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이미지 = 항공대 항공우주 최고위과정 소개 자료]

이달 초 한국형 NASA(미국항공우주국)인 우주항공청 신설을 목표로 특별법이 입법 예고됐다. 우리나라 항공우주 산업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우주항공청 신설이 갖는 의미는.
우주항공청 신설은 우리나라가 우주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R&D, 국가안보, 산업화, 국제공조 등을 통해 핵심 경쟁력을 확보하고 장래에 민간 주도로 진행하게 될 우수산업 활성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부분이다. 항공우주산업은 기술집약·축적형 산업이고 특히 국가 간 기술이전도 극히 제한적이어서 줄기찬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다만 각 정부 부처와 관련 기관,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할 수 있는 만큼 충분한 협의와 의견 정취, 선진국 사례 참조 등을 통해 명확한 비전과 목표 그리고 세부 실행계획을 토대로 중장기 로드맵을 우선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령인구의 감소로 대학이 큰 위기에 처해있다. 항공대가 당면한 위기를 헤쳐나갈 해법은 무엇이고 경쟁력을 높일 방안이 있다면.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는 입학정원 미달과 대학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지만, 항공우주 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는 한국항공대에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최근 대한항공이 휴직 중인 직원들을 전원 복귀 조치한 것에서 보는 것처럼 항공사를 중심으로 취업이 재개되고 있고, 항공정비사 직업훈련원 확대, 정부의 우주항공청 신설과 UAM, 드론 등 새로운 모빌리티 산업 육성, 대기업의 우주산업 진출 등으로 관련 인력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대학에는 없는 우리 대학만의 강점과 기회를 살려 약점과 위협을 줄이는 발전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항공우주 특성화 분야 중 졸업생 취업 △수요가 있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경기도, 고양시 등 지역사회에 필요한 니즈 발굴과 공동 협력 방안 모색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교류학부 설치 등이다. 

한국항공대학교 전경 [사진 = 항공대]
한국항공대학교 전경 [사진 = 항공대]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항공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나.
항공대는 지역사회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대학의 인프라를 활용해 다양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대학의 인적·물적 인프라를 활용해서 지역 기업의 기술개발과 연구를 지원하면서 산학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해가고, 항공우주 캠프나 신중년 대학처럼 지역주민들을 위한 더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진행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꼭 당부하고픈 점이 있다. 항공대가 국내를 넘어 아시아 최고 항공우주 교육기관을 지향하는 만큼, 지역사회에서도 더 큰 안목으로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는 것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예전이나 지금이나 학교 주변의 환경이 거의 변화가 없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고양시와 시민들이 우리의 대학이라는 생각으로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학교 주변 도시환경도 정비하고 교통 접근성을 높여 미국 유명 대학들처럼 항공대를 중심으로 한 인근 지역을 캠퍼스 타운화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하곤 한다. 

경의중앙선 화전역을 한국항공대역으로 이름을 바꾸고 역이나 큰 대로변에서 학교까지를 걷고 싶은 길로 조성할 것도 제안하고 싶다. 인근에 새롭게 건설될 창릉 신도시와 연계해 항공대 주변을 고양의 대표적 캠퍼스 타운으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오는 외국인들에게도 항공대가 ‘가보고 싶은 대학, 찾고 싶은 대학’이 된다면 얼마나 좋겠나. 그렇게 된다면 교육기관으로서 항공대의 목표 달성은 물론이고 아시아 최고의 항공우주 대학을 보유한 도시라는 고양시의 도시브랜드 가치 역시 덩달아 높아질 것이라 믿는다.

2001년 3월 22일 연린 인천국제공항 개항식. 여형구 교수는 “단군 이래 최대 프로젝트라 불렸던 인천공항 건설사업의 성공은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지역사회의 성원, 사업책임자의 강력한 리더쉽, 그리고 현장 근로자들의 땀과 눈물이 빚어낸 결과였다”고 회상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개항식 축사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인천공항은 세계공항서비스평가(ASQ)에서 12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국제공항협의회(ACI) 명예의 전당에 등재되면서 대한민국의 대표 브랜드라는 ‘영광’을 안았다. [이미지 출처 = 인천공항 유튜브 채널 ‘인천국제공항 개항 20주년 기념 영상’]
2001년 3월 22일 연린 인천국제공항 개항식. 여형구 교수는 “단군 이래 최대 프로젝트라 불렸던 인천공항 건설사업의 성공은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지역사회의 성원, 사업책임자의 강력한 리더쉽, 그리고 현장 근로자들의 땀과 눈물이 빚어낸 결과였다”고 회상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개항식 축사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인천공항은 세계공항서비스평가(ASQ)에서 12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국제공항협의회(ACI) 명예의 전당에 등재되면서 대한민국의 대표 브랜드라는 ‘영광’을 안았다. [이미지 출처 = 인천공항 유튜브 채널 ‘인천국제공항 개항 20주년 기념 영상’]

살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은 언제였고, 힘든 순간 나를 일으켜 세워주는 마음의 격언이 있다면. 
세계 최고의 서비스로 1등 공항으로 평가받고 있는 인천공항의 건설 초기부터 10년 이상 참여해 현장 종사자들과 함께 무수한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성공적인 개항을 했을 때가 내 삶에서 가장 보람찬 순간이었다. 또, 남북관계 경색, 준비 미흡 등으로 비관론이 지배적이었던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를 민관, 자원봉사자, 지역주민, 국민의 성원 속에서 성공적으로 개최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역대 최고의 올림픽이라고 평가받았던 것 역시 기억에 남는다. 평소 공직자로서 일하면서 또 인천공항 건설과 같은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늘 ‘내 인생의 대역은 없다’라는 생각으로 맡은바 직분에 최선을 다해왔다. 앞으로도 오랜 시간 동안 공직에서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며 대학과 사회의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며 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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