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양구 주민자치협의회 12월 정례회서
'지방자치법 개정' 환영 목소리
사무국 인력·예산 등 과제 산적
"단순 거수기 아닌 실질적 자치기구 돼야"
[고양신문] 시범사업 꼬리표를 달고 있던 주민자치회가 마침내 법적 지위를 가진 공식 기구로 거듭날 전망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가 주민자치회 설치 근거를 담은 '지방자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키면서부터다.
이에 발맞춰 고양시 덕양구 주민자치협의회(회장 장정효)는 지난 5일 덕양구청에서 열린 12월 정례회의에서 이를 공식 환영하고, 법제화 이후 현장이 준비해야 할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회의에는 국회 행안위 소속 김성회 의원(더불어민주당, 고양갑)과 경기도의회 변재석·정동혁 의원, 고양시의회 권선영·문재호·이종덕 의원 등 지역 정치권이 대거 참석해 머리를 맞댔다.
김성회 국회의원은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주민자치회를 법이 인정하는 공식 자치기구로 못박는 것"이라며 "읍·면·동 단위 풀뿌리 자치기구로서의 위상을 명확히 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소위를 통과한 개정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읍·면·동 단위 주민자치회 설치 근거 명시 ▲주민총회 및 주민참여 기능에 대한 법적 규정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적·재정적 지원 근거 마련 등을 골자로 한다. 이는 주민자치회가 단순한 '동 단위 사업 추진 기구'를 넘어 주민이 생활 의제와 마을 정책을 직접 논의하고 결정하는 '지역 자치 플랫폼'으로서의 제도적 기반을 갖추게 됨을 의미한다.
김 의원은 현재 법안소위를 거쳐 법사위까지 통과한 개정안을 1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특히 "주민자치가 특정 지역의 실험을 넘어 전국적인 네트워크로 성장했기에 법제화가 가능했다"고 평가하며, 향후 과제로 행정안전부 차원의 '표준 조례안' 마련과 사무국 지원 체계 확립을 꼽았다.
"주민총회, '보조금 나눠먹기' 전락 우려... 본질 찾아야"
법제화라는 '하드웨어'는 마련됐지만, 그 안에 채워 넣을 '소프트웨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높았다. 특히 고양시 주민자치회의 핵심 의결 기구인 '주민총회'가 본래 취지와 달리 변질되고 있다는 뼈아픈 지적이 제기됐다.
덕양구 주민자치협의회 측은 "현재 고양시 조례하에서 주민총회는 마을의 담론을 형성하고 생활 의제를 발굴하는 공론장이라기보다, 단순히 보조금 사업을 선정하기 위한 투표소로 전락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일선 현장에서는 주민총회가 1년에 한 번 열리는 '행사'로 치부되거나, 행정에서 내려준 예산을 어디에 쓸지 결정하는 '사업비 배정 회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협의회는 이번 법 개정을 계기로 고양시 조례를 재정비해 주민총회의 위상을 '마을 정책 결정 기구'로 복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간사 없는 자치회'의 한계... 인력 지원 시급
이날 회의에서는 주민자치회의 손발이 되어줄 실무 인력(사무국·간사)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자원봉사 성격이 강한 위원들만으로는 복잡한 행정 서류 처리와 회계 정산, 사업 기획을 감당하기 버겁다는 것이다.
박상준 덕양구 주민자치협의회 사무국장은 "전담 인력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의 사업 역량 차이는 명확하다"며 "인력과 공간 지원이 없는 자치회는 회의 소집조차 힘겨워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박 국장은 "법이 통과되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예산과 인력이 없다면 '무늬만 자치'에 그칠 것"이라며 고양시 차원의 안정적인 사무국 지원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김성회 의원은 "사무국 유무에 따른 성과 차이를 행안부 연구용역을 통해 입증하고, 이를 근거로 제도적 지원 방안을 만들겠다"고 답했다.
법제화는 시작일 뿐... 지자체 의지가 관건
덕양구 주민자치협의회는 이번 정례회의를 기점으로 '정책 협의체'로서의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장정효 협의회장은 "법률이 큰 틀을 열어주었다면, 그 안을 채우는 것은 결국 우리 주민들의 몫"이라며 "개정된 법이 현장에서 겉돌지 않고 주민들의 삶을 바꾸는 실질적인 자치로 이어질 수 있도록 협의회가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법제화의 한계를 지적하며 지자체의 적극적인 의지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오건호 고양만민공동회 운영위원장은 "주민자치회가 명실상부한 주민 대표 조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법적 근거가 필수적이었다"며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개정안이 주민자치회를 '두어야 한다(강행규정)'가 아닌 '둘 수 있다(임의규정)'로 명시한 점은 여전히 한계"라고 짚었다.
이어 오 위원장은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의지와 역할"이라며 "시흥시처럼 단체장이 의지를 갖고 적극 지원한다면 법적 한계와 무관하게 충분히 자치 역량을 꽃피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상준 사무국장은 "이번 법제화를 계기로 위상이 높아진 만큼, 12월 본회의 통과 즉시 관련 조례 개정 논의가 뒤따라야 한다"며 "이미 시 집행부와 의회에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시민사회와 함께 후속 조치를 위한 긴급 토론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